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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 전쟁'에 한숨 깊어만 가는 식품업계…서울만두 등 강소 식품브랜드의 '품질' 내세운 진검승부

강우진 기자

입력 2022-07-06 15:33

수정 2022-07-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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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 전쟁'에 한숨 깊어만 가는 식품업계…서울만두 등 강소 식품브랜드…
 ◇강상우 ㈜서울마켓팩토리 대표.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6.28/

곡물, 채소 육류 등 원재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식품업계에 '원재료 전쟁'이 시작된 가운데 일부 강소 식품기업들은 신선한 재료와 풍미 등을 앞세워 슬기롭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12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중소규모 식품 기업 21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국제 곡물 가격 급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됐다는 응답은 전체 82.6%(매우 악화 37.6%+다소 악화 45.1%)에 달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 73.7%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원재료 대량 매입이나 수급이 어려워 원재료 가격 상승에 대한 대처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중소 식품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져만 가는 상황에서 일부 강소기업들은 제각각의 장점과 노하우를 살려 위기를 헤쳐 나가고 있다.

▶맛과 품질 내세운 서울만두의 '뚝심'

어려운 상황에도 맛과 품질을 '뚝심' 있게 지키며 매출을 확대하고 있는 서울만두는 '위기 극복'의 대표주자다. 서울만두를 운영하는 '㈜서울마켓팩토리'는 지난 2014년 현대백화점에 서울만두 1호점을 오픈한 뒤 2020년 자체 냉동만두 브랜드까지 출시하며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서울만두는 최근 물가 상승 사태로 전체 원재료의 가격이 20% 가까이 오른 상황이지만, 재료 원가를 낮추지 않고 제품가격은 동결하는 선택을 했다. 기업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맛과 품질을 유지하고, 소비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며 이번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감동을 주는 맛은 사람을 남긴다'라는 강상우 ㈜서울마켓팩토리 대표의 철학이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줬다. 강 대표는 "상황이 어렵다고 기업의 이윤만을 추구하며 재료 원가를 낮추는 행위는 품질과 맛 저하로 이어져 결국 '제살깎아먹기'가 될 뿐"이라며 "고품질 재료를 바탕으로 독보적인 맛을 내고, 대기업들과 선의의 경쟁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마켓팩토리는 100% 국내산 고기를 사용하고, 제품 종류별로 검증된 생산업체에 생산을 맡기는 방식으로 품질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돼지고기는 매일 직접 손질하고 야채의 신선도에 신경 쓰며, 만두에 들어가는 새우의 경우 타사 대비 높은 함량(57.9%)으로 맛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 또 자극적이지 않고 감칠맛을 내는 국내산 김치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매운맛이 특징인 사천소 등 '비법 레시피' 역시 소비자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강 대표는 "서울만두의 냉동만두는 기존 현대백화점 입점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그대로 냉동제품화 한 것"이라며 "실제 매장의 수제만두와 완벽히 일치하는 완성도를 자랑한다"고 말했다.

제품 생산공정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모든 제품을 한 생산업체에 맡기지 않고, 제품별로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업체에 분산해 위탁생산하고 있다. 해산물이 핵심인 제품은 신선도 유지 등 품질 보존에 강점을 두고 있는 ㈜오뚜기냉동식품에서, 왕만두 제품은 발효식품 생산에 능통한 세린식품㈜에서 만들고 있다.

이처럼 맛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한 강 대표의 고집은 입소문을 타고 '인플루언서'의 뜻하지 않은 홍보로 이어졌다. 지난 5월 22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울만두에 대한 호평을 내놨고, 이후 해당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주문이 빗발쳤다. 세븐일레븐에서는 서울만두 유통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고 계속해서 라인업을 확대해 유통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단기간에 전국으로 매장을 확대한 경쟁력과 SNS 내 인기 등을 바탕으로 서울만두의 유통을 결정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만두 오프라인 매장은 전국의 13곳으로 모두 현대백화점 내 입점해 있고 연매출 4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브랜드 내 만두 판매 업체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경쟁력 있는 업체"라고 전했다.

▶강소기업들 신선도와 신뢰도 유지에 '사활'

이 밖에도 다양한 중소식품기업들이 신선도와 신뢰도를 내세우며 원재료 가격 상승 속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육류전문 스타트업인 '정육각'은 도축 후 소비까지 걸리는 기간을 4일 이내로 줄이는 방법으로 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하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최근 출시한 돈까스 밀키트는 무항생제 인증 돼지 안심을 사용하며, 제품 라벨에 도축일까지 상세히 표기해 신뢰도를 높였다.

최근 회원수 30만명을 돌파한 샐러드 전문 스타트업 '프레시코드'는 식품 원재료 생산부터 섭취까지의 관리 보증 체계인 HACCP 시스템을 운영하고, 신선한 품질의 원재료 확인 및 주기적인 관능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수급 위기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12월 포도씨유 1톤을 미리 매입하는 등 가능한 품목에 한해 사전에 전략적으로 대응 중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원재료 가격 상승이 지속하며 중소식품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기업들만의 차별화된 생존전략과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의견이다.

정락현 농식품제조업위원회 위원장은 "식품업체들은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없어 제조원가 상승에도 가격을 올리지 않고 품질을 유지하며 경쟁력을 확보하는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곡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 중소식품기업을 위한 일시적 관세 등 세금 면제를 확대해 질 높은 식품들의 공급이 꾸준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정세의 영향으로 특히 식량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의 중소식품 기업들은 하반기에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품질과 맛 등 차별화된 전략이나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하면, 생존경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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