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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내주 외부결제앱 삭제…업계 가격인상·당국호소 양동작전

입력 2022-05-26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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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내주 외부결제앱 삭제…업계 가격인상·당국호소 양동작전
[연합뉴스TV 제공]

구글이 인앱결제가 아닌 외부결제를 유도하는 앱을 삭제키로 한 6월 1일이 다음 주로 다가옴에 따라 콘텐츠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체들은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 부담을 고려해 서비스 요금을 인상하는 한편 협회 등을 통해 구글의 방침이 불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양동작전'에 나섰다.


◇ 콘텐츠업계, 잇따라 인앱결제 도입하고 요금 인상
26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6월부터 인앱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고 외부결제용 아웃링크를 제공하는 앱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할 방침이다.
지난달부터 이런 앱의 플레이스토어 업데이트를 금지한 데 이어 인앱결제 의무화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최근까지 상당수 콘텐츠업체들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안드로이드 앱을 배포하면서, 앱 내에 별도 웹페이지 등 외부 결제시스템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걸어 왔다. 구글에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구글이 이런 앱들을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키로 함에 따라, 콘텐츠업체들은 6월 1일부터 인앱결제를 적용할 경우 매출규모와 콘텐츠 유형에 따라 15~30%의 수수료를 구글에 내야 한다.

콘텐츠업체가 구글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앱으로 연간 10억원을 벌어들이면 최고 3억원을 구글 측에 내야 하는 셈이다.

거액의 수수료를 내게 된 업체들은 이용요금 인상을 통해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웹툰과 웹소설을 볼 때 사용하는 결제 수단인 '쿠키'를 안드로이드 앱을 통해 구매할 경우 요금을 20% 인상할 예정이다.

당초 5월 23일에 요금을 인상할 예정이었으나 앱 업데이트 등 문제로 시기를 다소 늦췄다.

다만 PC나 모바일 웹을 통해 쿠키를 구매하는 경우에는 기존과 동일한 가격이 적용된다. 이미 쿠키가 자동 충전되도록 설정했을 때도 가격 인상 적용을 받지 않는다.

카카오웹툰도 구글 인앱 결제 의무화 정책에 따라 6월 1일부터 안드로이드 앱 내에서 웹툰 열람에 필요한 '캐시' 가격을 20% 인상한다.

그러나 네이버웹툰처럼 PC나 모바일 웹에서 캐시를 충전하거나 자동 충전 시스템인 '캐시 패스 VIP' 이용자의 경우 기존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멜론과 지니뮤직, 플로 등 음원 서비스 업체도 요금을 이미 올렸거나 올리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웨이브와 티빙은 지난달 초 이용권 등 가격을 15%가량 인상했다.




◇ 콘텐츠업계, 구글 조치 부당성 적극 호소…소비자 배려 부족 지적도
업계는 이와 별도로 당국에 인앱결제 의무화의 부당성을 적극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와 한국전자출판협회, 한국웹툰산업협회, 한국웹소설작가협회 등은 지난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구글 인앱결제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구글을 성토했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은 "(인앱 결제는) 한국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바닥으로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철호 출협 회장은 "초국적 기업들의 무소불위 행태를 제재함으로써 관련 산업이 발전하고 문화가 꽃피울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출협은 지난 4월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가 이른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구글을 방통위에 신고하기도 했다.
방통위는 지난 17일부터 앱 마켓 사업자를 대상으로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위반여부 등에 대해 실태점검에 나섰다.

구글 등이 전기통신사업법 50조의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위반했다고 판단될 경우 매출액의 최고 2%가 과징금으로 부과될 수 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모바일산업협회 보고서를 토대로 산출한 결과 이달 구글 인앱결제 강제정책 시행으로 올해 비(非)게임 콘텐츠 개발사가 구글에 낼 수수료가 최대 8천33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취지와 의미가 퇴색된 구글의 거래 관행이 시정될 수 있도록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특히 앱 개발사들은 구글의 개발 가이드를 준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이드가 수정될 수 있는 실질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업체는 이른바 '슈퍼갑'인 구글에 찍힐 것을 우려해 신고에 소극적이다.

방통위가 지난달 13일 온·오프라인에 개설한 앱 마켓 부당행위 피해사례 신고센터에 신고한 곳은 출협 한 곳뿐이다.

업체들은 구글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손쉬운 요금 인상을 통해 부담을 전가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토종 앱마켓을 이용하거나 웹사이트에서 결제를 한 후에도 앱을 이용할 수 있고, 이렇게 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점 등을 이용자에게 알리는데도 소극적이다.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는 미디어 콘텐츠 앱에 대한 기본 수수료를 기존의 절반인 10%로 인하키로 했으며 요건에 따라 최저 6%로 낮추기로 했다.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는 15∼30%다.

웹사이트에서 결제한 뒤 앱에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미국 넷플릭스는 "기존과 동일하게 웹 결제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참여연대 김은정 간사는 "구글에 문제 제기했다가는 찍혀서 업데이트 안 되거나 쫓겨나는 등 불이익을 우려할 수 있지만 이용자들은 일부 항의가 있겠지만 집단으로 문제를 제기할 확률이 적어 요금 인상이 손쉬운 방법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간사는 "구글의 막무가내식 정책에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해서 결국 소비자만 피해를 본다"며 "네이버웹툰 등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 없이 무책임한 것이 아쉽다"고 강조했다.


harrison@yna.co.kr engine@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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