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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조원 규모임에도 소비자 불만 많던 중고차시장, 대기업 진출로 '메기 효과' 볼까

조민정 기자

입력 2020-07-12 14:39

연 22조원 규모·거래량 200만대로 추정되는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이 다시 진출할 지 여부를 두고 기존 판매업체와 대기업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중고차 판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최종 결정이 임박해지면서다.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되면 국내 중고차 시장은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현대·기아차,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 업체들은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며 중고차 시장으로의 진출을 적극 검토중이다.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허위매물 피해' 등 소비자들이 제기해온 불만이 해소되고 신뢰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게끔 하는 '메기 효과'를 가져다 줄 지, 아니면 소상공인 위주인 중고업체 판매업자들의 생존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 것인지 여부에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업 진입 허용 여부를 두고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중고차 매매를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 관련 간담회를 처음으로 개최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완성차 업체들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진출 의향을 밝혔다.

중고차 판매업은 지난 2013년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신규 진출 및 확장 등이 제한됐었다. 2019년 초 기한이 만료되자, 기존 업체들은 다시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동반성장위원회는 2019 11월 "중고차 매매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위원회는 소상공이 매출액 증가, 대기업 시장 점유율 하락 등을 고려해 중고차 시장에서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 산업경쟁력과 소비자 후생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함께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중고차 거래량은 224만대로, 완성차 판매량의 1.3배에 달한다. 시장 규모는 중고차 1대 평균 매매가격을 100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약 22조원이나 된다. 이는 작년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의 3사 매출액 합계인 16조7600억원보다 5조원이 더 많다.

여기에 중고차 시장은 소비자들의 피해 민원 접수도 많은 곳이다. 시장 규모는 크지만 판매자-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성으로 질 낮은 물건이 대량 유통되는 '레몬마켓'의 대표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침수차량 등 이력이 있는 차량을 정상으로 속여 판매하고, 성능이나 상태가 실제 점검 내용과 다른 경우도 잦다. 허위매물을 올린 뒤 강매하거나 감금, 협박하는 사례까지도 나온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관련 소비자 상담은 성능조작 등 사기와 관련된 것이 대다수"라면서 "이 같은 경우 구제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사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고, 판매가격도 높아 다른 품목보다 피해 정도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반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대기업들이 해당 시장에 진출한다면 시장 정화에 한층 도움이 되는 일종의 '메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보고 있다. 국회 등에서도 중고차 시장 정화에 나섰었지만, 업계 내 반발 등으로 성과가 크지 않았다.

완성차 업체들은 중고차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판매 등 품질보증과 사후관리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반면 기존 업체들은 '생존권 위협'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지난 8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해당 시장은 붕괴되고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 업종에 재지정 되지 않으면 무기한 거리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중기부 관계자는 "이해관계자간 상생협약을 할 방법이 있는지 모색 중"이라며 "그동안 개별 접촉을 하다 최근 중소기업, 대기업 완성차회사, 수입차 등이 모인 가운데 상생협력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견 차이가 커서 아직까지 절충점이 보이지는 않지만 최대한 노력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6개월 내에 동반성장위원회 의견서를 받고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번 사안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했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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