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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코로나19 대응 비판 저명교수도 연락두절…"난 처벌당할 것"

입력 2020-02-16 12:04

中 코로나19 대응 비판 저명교수도 연락두절…"난 처벌당할 것"
[칭화대 홈페이지 캡처]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고 있다.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우한(武漢)에서 현장 실태를 영상으로 고발해온 시민기자 2명이 차례로 실종된 데 이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판한 저명 교수마저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 옵서버는 15일(현지시간)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위기와 관련해 시 주석을 공개 비판하는 글을 작성한 대학교수 쉬장룬의 친구들이 '수일 동안 그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쉬장룬은 가장 최근 올린 글의 말미에 "내가 처벌을 당할 거라고 너무나 쉽게 예견할 수 있다. 틀림없이 이건 내가 쓰는 마지막 글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고 옵서버는 전했다.

그는 이 글에서 자신이 1년여 전에도 비판적인 글을 올렸다가 "자유를 제약당한 적이 있다"며 직무 정지와 교수직 박탈 경험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중국 최고의 명문대학인 칭화대 법대 교수인 쉬장룬이 최근 여러 해외 웹사이트에 기고한 '분노하는 인민은 더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글에서 중국이 코로나19 조기 대응에 실패한 것은 중국에서 시민사회와 언론의 자유가 말살됐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SCMP에 따르면 쉬 교수는 다른 지식인 수백 명과 함께 최근 중국 의회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표현의 자유 보장' 등 5대 요구의 수용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에도 서명했다.

지인들은 문제의 글을 올린 뒤 쉬 교수의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이 차단됐고 수일 동안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옵서버에 전했다. 다만 이들은 쉬 교수가 구금당한 것은 아니고 베이징 자택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옵서버도 그의 휴대전화로 연락을 시도했으나 응답이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 쉬 교수의 이름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삭제된 상태이며, 중국 최대 검색엔진인 바이두에서도 수년 전 올린 몇 개의 글만 검색되고 있다.


쉬 교수가 갑자기 사라진 것은 코로나19 문제와 관련해 당국이 검열을 강화하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최근 우한에서 현장의 암울한 실태를 전하고 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는 영상을 올렸던 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가 지난 6일부터 연락이 끊겼고, 의류 판매업자 출신의 또 다른 시민기자 팡빈이 우한의 한 병원 밖에서 시신 포대가 가득한 승합차 영상과 '독재 비판' 영상 등을 올린 뒤 역시 실종됐다.

이들에 앞서 우한에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외부에 알린 의사 리원량이 유언비어 유포자로 몰려 당국의 처벌을 받은 사건도 있었다. 이후 그는 환자를 치료하던 중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해 당국을 향한 비판 여론에 불을 붙였다.

일본 도쿄대 객원연구원인 역사학자 훙전콰이는 "지금 중국에는 언론의 자유를 위한 공간이 전혀 없다"며 "그들(비판자들)은 경제적으로 생계를 잃고, 주류사회에서 소외당하며, 친구를 잃고, 개인의 자유까지 잃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firstcircle@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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