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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의 한반도 프리즘 '전문가 좌담=한반도 평화시대 관광의 역할과 비전' <上>

김형우 기자

입력 2019-08-02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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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의 한반도 프리즘 '전문가 좌담=한반도 평화시대 관광의 역할과 비전…
◇최근 한반도 관광 활성화 관련 좌담회가 열렸다. '한반도 평화시대 관광의 역할과 비전'이라는 주제로 펼쳐진 이번 좌담회는 김형우 스포츠조선 부국장의 사회로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류광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경영기획 본부장, 김한규 한국관광공사 한반도관광센터 차장 등 전문가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바야흐로 한반도평화시대를 맞고 있다. 하지만 그 노정은 만만치가 않다. 한마디로 '춘래불사춘(春來不思春)'. 요즘 상황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지난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하노이-판문점으로 이어지는 북미 정상간 빅이벤트가 지금껏 희망의 끈을 이어주고는 있지만 그 결과물이란 기대 이하다.

남북교류 활성화 등 일련의 현안은 중차대한 우리의 문제다. 그럼에도 열강들의 틈새에서 우리의 목소리는 좀처럼 관철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이 같은 현실에서 남북교류협력의 지렛대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관광은 어떤 역할과 비전을 가져야 할까?

관광-남북관계 분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 해법을 모색해보았다. 김형우 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참석 패널>

▲김남조(한양대 관광학부 교수/관광학박사)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국제정치학 박사)

▲류광훈(한국문화관광연구원 경영기획본부장/관광학 박사)

▲김한규(한국관광공사 한반도관광센터 차장/ 북한학 박사)

▲사회=김형우(스포츠조선 남북교류 TF팀장· 관광전문기자/ 관광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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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반도 평화시대 관광의 의미와 역할?



◆김형우 : 한반도 평화시대 관광, 어떤 의미를 지녔고, 그 합당한 역할은 무엇일까요?



▶김남조: 관광이 평화에 미치는 영향은 두 가지 관점이 있습니다. '관광이 평화를 이끈다'는 긍정적 관점과 결과론적이지만 부정적 견해가 그것이죠. 후자는 관광이 정치(인)의 도구로 전락 되었을 때 더욱 그러합니다.

우리의 경우 1998년 정주영 회장의 소몰이 방북이 결국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었고, 2003년 금강산육로관광도 일궈냈습니다. 이 경우 관광이 정치를 이끌었고, 평화를 리드하는 단초역할을 한 셈입니다.

금강산 관광의 경우도 그 연장선인데, 워낙 단 시간 안에 이루어지다보니 비판적인 시각도 따랐지만 한반도 내에서 관광은 평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임을출: 금강산 관광만 해도 남북한이 대결하고 갈등과 긴장을 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졌지요. 결국 금강산관광이 이 같은 갈등과 긴장 수준을 어느 정도 낮춰준 셈입니다. 관광 실현을 위해서는 군사적 긴장 완화가 필수였고, 따라서 관광과 평화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과거 금강산관광이 가졌던 한계는 군사적 불안정한 상태(핵과 미사일 문제의 미해결 상태)에서 이루어 졌기에 관광 역시 불안정했다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관광과 평화가 선 순환되는 상황이 되어야만 관광이 지속성 있게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입니다.

▶류광훈: 저는 그 역할과 의미를 2가지로 봅니다. 우선 남북관광의 경우 우리 국민들에게 현실을 짚어보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당장의 교류는 북한에 대한 이해를 이끌고, 앞으로의 해결책을 모색케 합니다. 더불어 남북관광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활력의 계기가 될 수가 있습니다. 향후 남북관광의 실현을 통해 섬같은 반도가 대륙으로 연결 되자면 남북 공동번영의 기초를 관광이 이끌 수 있습니다.

▶김남조: 공감합니다. 과거 반공교육이 팽배했을 때에는 정보가 차단되어 북한사회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남북관광이 이루어진 후 북한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가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지요. 상전벽해와도 같은 인식의 변화를 가져다 준 셈입니다.

▶류광훈: 비록 과거 북한관광이 제한된 틀 안에서 이루어지긴 했지만, 그 와중에도 접촉이 이루어지고 그로 인해 이해도가 높아진 것입니다.

▶김형우: 지난 금강산 관광이 활성화 되던 시절, 북 일각에서는 지레 '체제 위협' 걱정도 했다는 후문입니다. 비록 금강산관광이 '캡슐형관광'이라는 제한적 교류였을지언정 남북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았다고 봅니다.

▶김남조: 지난 남북관광 당시 북측지역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 사회 체제를 자연스럽게 이해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한규: 금강산을 20번 이상 다녀왔는데 당시 금강산 관광지역의 인적구성은 조선족이 1000~1300명, 남측 1000명, 북측 1000명 정도로 이들의 접촉이 빈번할 수밖에 없었던 바, 나름의 화학적 교류가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정서적 의미를 보태자면, 관광은 상대 국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일례로 지난 10년간 남북관광이 단절되는 바람에 지금 우리의 20대 초중반 학생들에게 북한은 매우 낯선 곳이 되어 있기도 합니다.

▶김형우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실제로 대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느낄 수 있었는데, 교육의 효과성이라는 부분, 남북관광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김남조 : 그러기에 단절은 반목을 되풀이 하는 상황을 만듭니다.

▶임을출 : 저 역시 금강산관광은 자주 갔습니다. 남북관광은 인도적 사업, 분단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이산가족의 고통을 완화시켜주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관광이라는 목적을 갖지만 실제로는 잃어버린 부모님을 찾거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기능도 했단 것이죠. 그 외 남북 당국 사이의 신뢰를 쌓아가는 창구역할도 했고요. 관광은 관광 한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인도주의적 평화의식을 고양 시키는 등 종합적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류광훈: 관광이라는 것은 다른 활동에 비해 진출입이 쉬운 편입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같이 큰 자본이 몰려있는 곳도 있지만, 개성, 평양관광 처럼 별자본 투자 없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따라서 남북 교류의 첫 물꼬로 관광이 용이합니다. 결국 남북 평화시대를 열어 가는데 관광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남조: 금강산은 관광공사. 현대그룹의 대규모 투자가 있었고, 개성은 큰 투자 없이 선죽교, 성균관, 박연폭포 등 보유자원을 가지고 당일치기 관광으로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즉 관광은 대규모투자도 가능하고 보유 자원만으로도 이루어질 수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제3세계 관광개발에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2. 남북관광, 과거에서 해법을 찾다



◆김형우=과거에서 해법을 찾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지난 시절 추진 된 남북관광이 남북교류의 물꼬를 틔운 역사적 교류였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체계적이지 못했다는 비판도 따릅니다. 법과 제도적 뒷받침이 안 되다 보니 정권이 바뀌고서는 지속가능성이 사라져 버려 아쉽다는 것이지요.

▶류광훈: 당시 남과 북이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는 담대한 이슈, 상대는 현실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먼저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남과 북이 서로 어긋나는 요인을 품고 있었기에 서로 준비가 부족했다는 생각입니다. 북한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벽이 되었고 그 입장차가 아직까지 좁혀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이번 정부에서도 적극 추진은 좋지만 사안별로 과연 이것이 북한도 좋아하는 것인가를 따져 봐야 할 것입니다.

▶김남조: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남북이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것이 달랐다고 봅니다. 북한은 당시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의식주 해결과 비용적측면의 해결 목적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는 작은 돌파구를 통해 긴장 완화의 목적에서 남북관광이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이에 북한은 남쪽으로 사람을 보내지 않고 우리 관광객만 북한을 가는 비정상적인 관광이 되었고요.

▶김형우: 류박사님 이야기에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남북은 체제도 다르고 법과 제도도 다릅니다. 때문에 향후 남북관광 개선을 위해서는 인적교류를 포함한 공동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동상이몽의 상태를 극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야만 실질적으로 공동의 선을 추구하며 매력 있고 지속가능한 콘텐츠가 개발될 수 있습니다.

▶김한규: 디테일하게 말씀드리자면 당시 준비 없이 시작되었다는 게 맞습니다. 소떼몰이 같이 민간이 먼저 주도한 상황에 정부가 따라가는 형태의 관광이 되는 바람에 처음부터 제대로 된 제도화가 부족했던 것입니다. 관리위원회와 같은 문제해결기구가 제대로 작동되었어야 했습니다.

▶류광훈: 통상적으로 일의 추진에 있어서 작은 것을 테스트하고 사업을 확장시키는 것인데, 당시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자기 눈으로 만의 사업, 서로의 다른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하면 외생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금방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김남조: 당시에는 북한에 관광을 갔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습니다. 금강산, 개성이 북한 땅이다 보니 남북 간 상호 구체적인 계약이 없었으면 북한체제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 정부가 그런 부분을 더 디테일하게 챙겼어야 했습니다.

▶임을출: 초기단계에서는 서두를 수밖에 없었기에 준비가 미흡한 것이 불가피했습니다. 금강산-개성관광은 남북육로관광을 통해 유라시아까지 이어지는 빅픽쳐를 이루는 첫 단추였고 이를 보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금강산관광에 대한 시각도 바뀌고 남북관계에 대한 진정성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더욱이 북의 핵실험 상황에서의 남북관광에 대한 여론은 긍정적이지 못했고요. 이 같은 상황에서 관광객이 줄어들었고 박왕자 사건이 터지면서 관광이 단절되었습니다. 만약 금강산 관광이 재개된다면 남북간 신뢰관계가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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