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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만원짜리 롤렉스가 쿠팡에선 18만원? 악재끊이지 않는 쿠팡 이번엔 '짝퉁시계' 논란까지

전상희 기자

입력 2019-06-26 13:23

이번엔 중소시계제조업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온라인 쇼핑몰 쿠팡이 유명시계 짝퉁을 버젓이 팔고 있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제재를 요청하는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이하 조합)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최근 배달의민족 등 경쟁업체들의 신고에 의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는 쿠팡을 향한 견제구가 사방에서 쏟아져나오는 셈이다.

조합은 25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쿠팡의 짝퉁 판매로 건전한 소비시장이 심각하게 훼손돼 정직하게 제품 만들고, 제값 주고 수입한 기업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대봉 시계산업협동조합 전무는 이날 "쿠팡이 '정품급'이라고 파는 유명상표 짝퉁 시계가 550여개에 달한다. 5300만원짜리 롤렉스 시계를 단돈 17만9000원에 살 수 있고, 1600만원짜리 위블러, 650만원짜리 까르띠에 시계 짝퉁을 20만원 이하로 살 수 있다"며 "쿠팡하면 로켓배송을 떠올릴 정도로 국내 최대 인터넷 쇼핑몰인데 이런 대형 통신판매중개업자가 대놓고 가짜를 팔고 있는 것이 큰 충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이렇게 가짜를 팔아도 플랫폼 운영자인 쿠팡이나 판매업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든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에 안걸린다. '정품급'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 등을 사용한 판매자를 제재할 방법을 사실상 찾기 어렵다"며 "대한민국은 유명 짝퉁이 당당하게 유통되는 나라가 되고 기술과 정성을 다해 만든 국산시계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고 토로했다.

사실 짝퉁 판매업체를 상표법 위반으로 제재하기도 쉽지 않다. 상표권자가 대부분 유럽에 있어 진품여부 감정에 시일이 오래 걸리는데, 진품 여부를 감정하는 사이 '짝풍' 판매업체가 자취를 감추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그 사이 죽어나는 건 정직하게 제품 만들어 팔고, 제값주고 수입해서 유통하는 '정직한 우리기업들'"이라며 "쿠팡이라는 브랜드를 신뢰하고 구매한 소비자 또한 큰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쿠팡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 "가품 판매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판매중인 상품이 위조로 확인되면 즉각적인 판매중지를 하는 것은 물론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자를 쿠팡에서 퇴출하는 등 강경 대응을 해왔다"고 밝힌 쿠팡 측은 "'정품급'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판매자도 여타 짝퉁 판매업자와 똑같은 기준으로 엄격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쿠팡은 최근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위메프, LG생활건강의 신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쿠팡을 신고했다. LG생활건강은 쿠팡이 생활용품과 코카콜라 음료를 주문해놓고 반품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 사유로 여러 차례 주문을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또 쿠팡이 납품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를 했을 뿐 아니라 타 유통사에 납품하는 가격 정보를 공개하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LG생활건강 측은 "쿠팡이 상품 반품 금지,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금지, 배타적 거래 강요 금지 등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을 일삼았다"며 "쿠팡은 이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주문을 취소하고 거래를 종결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에는 위메프가 쿠팡을 공정위에 제소했다. LG생활건강과 마찬가지로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사유다. 위메프 측은 "쿠팡이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우리 회사의 가격 인하를 방해했다. 또한 납품업체에 상품 할인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하는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이달 초에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쿠팡이 외식배달서비스 '쿠팡이츠' 출시를 앞두고, '배민라이더스'의 매출 상위 50곳 음식점을 상대로 불공정행위를 했다며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잇따른 공정위 피소에 쿠팡 측은 "쿠팡이 납품업체에 할인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갑질 논란'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를 지켜보는 업계 반응은 다양하다.

일각에선 올 게 왔다는 분위기. "오랫동안 적자에 시달려온 쿠팡이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해진 탓 아니겠냐"며 "지나치게 공격적인 운영으로 인해 결국 여기저기서 잡음이 터져나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쿠팡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위기감을 느낀 기존 업체들이 견제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쿠팡이 급격히 사세를 확장하면서 지난해 4조원가량의 매출을 냈다. 경쟁업체나 유관 업체에서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가운데 현재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위메프·배달의민족·LG생활건강의 신고 건에 대해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사는 최소 석달에서 최장 1년 가까이 걸린다"며 "조사 결과 배달의민족과 LG생활건강 측이 주장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쿠팡은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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