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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북미회담 추진' 공감대 찾은 韓美…남북회담에 일단 공넘겨

입력 2019-04-12 07:38

'3차 북미회담 추진' 공감대 찾은 韓美…남북회담에 일단 공넘겨
(워싱턴=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오벌오피스에서 친교를 겸한 단독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19.4.12 scoop@yna.co.kr (끝)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일단 제3차 북미정상회담 추진을 비롯해 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에 대한 양국 정상의 의지를 확인했다는데 의미가 크다.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급격히 저하된 북미간 비핵화 대화의 동력을 되살려낼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북미 간에 급격하게 대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기 보다는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중간단계'를 거치는 쪽으로 양국 정상의 뜻이 모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여전히 '빅딜론'을 고집하는 미국과 '단계적 프로세스'를 선호하는 북한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는 상황에서 한국의 '촉진자' 역할이 그만큼 더 커지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3차 북미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언급했다.



문재인 "3차 북미회담 희망심는게 중요"…트럼프 "단계 밟아야" / 연합뉴스 (Yonhapnews)[https://youtu.be/T30W7ASDZjE]
문 대통령은 차기 북미정상회담이 비핵화 프로세스의 또 다른 이정표가 되도록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현지 브리핑에서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단독회담 모두발언에 이어진 기자단과의 문답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이 있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단계를 밟아야 한다"면서도 "(회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해, 회담의 필요성에 한미가 공감대를 이뤘음을 내비쳤다.

이는 '북미 간 비핵화 대화 재개 모멘텀' 마련이라는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에 적잖은 성과가 있었던 것이라는 평가를 낳게 한다.

청와대는 이번 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미가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청와대로서는 하노이에서의 담판 결렬 후 교착이 장기화할수록 비핵화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가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의 필요성은 물론 그와 관련한 구체적 방안까지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는 점은 비핵화 대화 재개 가능성을 가리고 있던 안개를 상당 부분 걷어낸 것으로 해석할 만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 역시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를 두고 "하노이 회담 후 제기된 여러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비핵화 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살리는 계기가 됐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 북미 간 후속 협의를 위한 미측의 의지를 확인했다"며 "대화와 외교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관건은 북미 대화 재개의 실마리가 잡히면서 양측이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견해차를 좁힐 수 있을지이다.
현재까지 미국은 '빅딜'로 불리는 일괄타결 방식을, 북한은 '단계적 해법'을 주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번 회담을 통해 이렇듯 첨예하게 대립하는 북미 사이에서 접점을 찾을 가능성을 타진하려 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포괄적 합의와 그것의 단계적 이행' 원칙 등에 입각해 '스몰 딜'을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로 만들어 '연속적 조기수확'을 거두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구상에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다양한 스몰딜이 이뤄질 수 있으나 현시점에서 우리는 빅딜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빅딜은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완화를 희망하는 제재 문제에 대해서는 '현행 유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굿 이너프 딜'의 하나로 거론되는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두고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올바른 시기에 엄청난 지지를 보낼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올바른 시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주목할 대목은 한미 정상이 향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 과정에서 '톱다운 방식'이 필수적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 점이다.
이는 북한 비핵화 해법을 푸는데 있어 정상간의 '통 큰 합의'가 전제돼야 하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어서,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싼 견해차가 좁혀질 여지가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3차 북미정상회담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 서두르지 않겠다"며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북미간의 이견이 큰 틀에서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회담 테이블에 앉을 경우 오히려 판이 깨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사실상 또 한 번의 중재역을 당부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말미에 남북정상회담 또는 남북 접촉을 통해 우리가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귀국 후 본격적으로 북한과 접촉해 조기에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연속적 조기수확' 안에 즉각 화답하지는 않았어도 북미 대화 재개에 적극적인 만큼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비핵화가 새롭게 진전 국면을 맞는 시나리오의 예상도 가능해진 것이다.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재개될 확률이 높아진 가운데 남북 정상에게 공이 넘어온 상황에서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중재역의 비중은 그만큼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문 대통령에게 긍정적인 대목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동맹이 굳건하다는 점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확인함으로써 중재역에도 더욱 힘이 실릴 여건이 마련됐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그 어느 때보다 한미 양국의 관계는 긴밀하다"면서 국내 일각에서 제기된 '한미 엇박자설'을 불식했다.

문 대통령도 "한미는 완전한 북한 비핵화의 최종적 상태에 완벽하게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며 "(비핵화) 문제가 끝날 때까지 빛 샐 틈 없이 공조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honeybee@yna.co.kr, hysup@yna.co.kr, kjpark@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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