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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에 80만원"…인스타에 퍼지는 `회원 모집형 부업`

입력 2019-02-2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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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에 80만원"…인스타에 퍼지는 `회원 모집형 부업`
20일 사이에 15건 정도 관련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어떤 게시물은 조회수가 1만건에 이른다. [네이버 카페 '맘스홀릭베이비' 캡처]

"인스타그램 할 때마다 부업 수익을 인증하는 사람을 하루 두, 세 번은 꼭 보는 것 같아요.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부업을 하면서 현금 뽑은 사진을 올리길래 언팔로우(친구 맺음 끊기) 했고요" (네이버 맘 카페 '맘스홀릭베이비' 작성자 '햄볶**')
SNS에서 육아 정보를 얻곤 하는 박모(40ㆍ성남시 분당구)씨는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재택 부업'을 홍보하는 게시물을 부쩍 자주 접한다. 게시물에는 '부업에 참여해보지 않겠느냐'는 권유 글과 함께 현금다발이나 명품 가방 등 부업으로 얻은 이익을 '인증'하는 내용이 함께 올라온다.



ID '뭔*'를 사용하는 네이버 맘 카페 맘스홀릭베이비의 다른 이용자도 "인스타에 소소하게 일상을 올리는데 육아와 관련한 태그를 올렸다 하면 부업 권유 계정들이 팔로우를 해오거나 디엠(DMㆍ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온다"면서 "죄다 현금 돈다발 사진에, 한 달 1천만원 버는 누구누구라고 홍보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 "인스타에서 요즘 난리"…회원 모집형 부업이란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며 생활 정보를 주고받는 공간이었던 SNS에 '쏠쏠한 부수입', '한 달에 500만원' 등의 문구를 내걸며 재택 부업을 홍보하는 계정이 부쩍 늘었다. 가장 유명한 업체인 A사의 업체명을 해시태그로 달고 있는 게시물은 인스타그램에서만 무려 127만 건을 넘어선다.

이러한 계정은 젊은 주부를 주로 공략한다. 육아 때문에 집에 있어야 해서 SNS를 이용한 경제활동을 원하기 때문이다. 20∼30대 여성이 모이는 맘 카페에는 '이런 업체들의 정체가 뭐에요?', '실제로 수익이 나는 건가요?'라는 질문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홍보하는 재택 부업 중 피해 호소가 잦은 유형은 다른 사람을 데려와 업체에 가입시키면 모집 수당을 받는 '회원 데려오기'식 부업이다. 활동을 시작할 때 내는 초기 가입비를 곧 회수할 수 있으리라 보고 뛰어들었다가 이른바 '본전'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례가 있다.

가입비를 받는 표면적 이유는 업체가 보유한 상품 중에 관심 있는 품목을 골라서 업체가 만들어주는 개인 쇼핑몰을 통해 팔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실제로는 쇼핑몰을 운영해 이익을 얻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을 회원으로 데려오면 받을 수 있는 '모집 수당'을 받는 데 관심을 두는 이들이 많다 보니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이 생기는 게 현실이다.
업체들은 수익 구조표에 쇼핑몰의 마진율을 40∼80%라고 적어놓고 "부업의 본질은 쇼핑몰 운영에 있고, 회원 모집 활동은 부차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 회원 가입을 권유하는 멘토(모집 구조의 상위에 있는 사람)들은 "실제 판매 수익률은 10∼30%에 불과해 쇼핑몰 운영은 많이 남는 구조가 아니"라며 하나 같이 "회원 모집에 참여하라"고 추천했다.

인스타그램에서 'mj*****'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멘토는 "쇼핑몰 운영을 해서는 아무래도 소소하게 용돈 벌이 정도이고 (판매자) 모집을 할 경우 가입한 등급에 따라 한건당 최대 80만원의 수익이 발생한다"며 쇼핑몰 운영보다 판매자 모집을 더 권유한다고 말했다.

이 멘토는 "초기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한건만 모집해도 본전은 찾는다. 수익이 발생하면 당일 지급까지 받을 수 있으니 작은 투자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라며 "대부분 ('골드' 등 하위 등급보다) 한 건만 해도 80만원을 벌 수 있는 '브이아이피(VIP)'를 많이 한다"고 설득했다. 비용은 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다고 했다.


◇ "불법은 아니지만…" 피해 민원에 당국 고민
얼핏 보면 불법 다단계 영업이 연상된다. 그러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행하는 가입자 모집 부업은 사실 현행법의 규제를 벗어난 합법 상행위에 속한다는 게 관계기관의 해석이다.

가장 유명한 업체인 A사를 관할하는 경기도청 공정소비자과의 설명에 따르면 다단계업을 다루는 방문판매법상 불법 다단계로 판명돼 규제를 받으려면 최소 3단계 판매 조직이 필요하다. 즉, A-B-C 세 사람이 얽혀 C의 가입비가 B에게도 가고 더 상위자인 A에게도 가는 구조여야 다단계가 된다.
그러나 최근 인스타그램 등에서 뻗어가는 이들 업체의 구조는 2단계에서 끝난다. C가 가입해도 C를 가입시킨 B에게만 돈이 지급될 뿐, B의 상위자인 A에게는 수익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피라미드 구조인 불법 다단계가 아니라 2단계 조직이 무수히 존재하는 횡적 구조인 셈. 많은 사람을 접하기 쉬운 SNS상에서 최근 이 같은 행위가 빈번한 것도 이러한 횡적 구조와 무관치 않다.

경기도청 공정소비자과 관계자는 "규제의 사각지대를 틈타 성립한 신종 상행위여서 규제가 안된다"며 "검찰에서도 A사를 조사했지만 무혐의 처분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법망은 피했지만 피해를 봤다는 주장은 있다. 경기도청에 따르면 해당 업체 소재지인 의정부시청에 "초기 비용을 투자했으나 회수하지 못해 피해를 봤다"는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

맘 카페에도 "열흘 만에 생돈 100(만원을) 날렸다"(맘스홀릭베이비 작성자 내가***), "(가입자 데려오는 법을 알려준다던) 멘토가 연락이 두절돼서 할부로 가입비 결제한 것을 취소해달라는 할부항변권을 신청해놨다"(작성자 홀릭****)는 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부업이랍시고 돈 버는 업체들을 규제해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경기도청 관계자는 "현행법상 이들의 영업 행위가 불법 다단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다단계 판매 요건을 강화하는 쪽으로 관련 법규나 제도 개선을 해야 할지 공정거래위원회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단계 판매를 담당하는 공정위 특수거래과 관계자는 최근 유행하는 회원 가입형 부업에 대해 "좀 더 면밀히 조사해 봐야 하겠지만 피해가 있다면 대책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과장홍보' 의혹…업체 "합법적 사업인데 억울"
회원 모집형 부업으로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 더 많아진 배경에는 멘토들이 인스타그램 등에서 신규 가입자를 모집하면서 현금다발이나 명품, 심지어 고급 승용차까지 부업 활동으로 번 이익으로 얻은 것이라고 '인증사진'을 올리며 홍보하는 탓이 크다.

이러한 홍보 이미지와 문구에 혹해 자신도 단기간에 돈을 벌 수 있다고 믿고 뛰어들었다가 단 1명도 회원으로 유치하지 못하거나 쇼핑몰 운영도 지지부진하면 '본전을 날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먼저 가입한 멘토들이 수익으로 자랑하는 홍보용 이미지(속칭 '자료')가 거짓이 아니냐는 의혹도 존재한다.

기자가 가입을 상담한 '혜*'라는 ID를 쓰는 멘토는 "수익이 날 때까지는 멘토의 수익 자료를 써야 한다. (처음에 올리는) 돈 사진은 거의 멘토가 주는 사진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거짓 자료를 써서 홍보하도록 독려하는 멘토가 있다는 의혹에 부합하는 말이었다.


해당 업체들은 펄쩍 뛰며 부인한다. 허위 정보로 회원을 끌어들이는 행위는 벌어지지 않고 있으며 설혹 있더라도 업체가 강력하게 규제한다고 말한다.

A업체는 피해 주장에 대해 "다른 사람이 준 현금 사진 등 거짓 홍보자료로 회원 가입을 권유하는 회원에 대해서 지속해서 모니터링해 자격을 박탈하는 등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며 "홈페이지에 회원뿐 아니라 누구나 볼 수 있는 공지문을 올려서 거짓 홍보에 유의하라고 주기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쇼핑몰 사업을 한다고 누구나 돈을 버는 것은 아닌데 회원이 가입했을 때 기대했던 수익을 못 얻었다고 일방적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면서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쇼핑몰 사업을 하려는 이들을 돕는 것인데 일부 회원들의 일탈 행위로 욕을 먹는 게 업체로선 억울한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윤철한 팀장은 "불법이 아닌 범위에서도 여전히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면서 "업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불법 다단계를 처벌하는 방문판매법이 아니더라도 약관규제법이나 표시광고법, 전자상거래법 등으로 규율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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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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