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4학년생인 A씨는 지난 12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수강신청을 하려고 대학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갑자기 화면이 멈추는 현상을 겪었다. 급하게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보니 대다수가 A씨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1시간 뒤 학교에서 '오전 11시에 수강신청 페이지를 다시 열겠다'는 내용의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받았지만 오전 11시에도 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이후 두 차례 더 일정이 변경된 탓에 수강신청은 18일로 미뤄졌다.
A씨는 "나는 운 좋게 원하는 수업을 신청하는 데 성공했지만 다른 친구들은 전공 수업을 거의 놓쳤다"며 "수강신청을 하려고 인턴으로 근무하는 회사에 반차를 낸 친구도 있었는데…"라고 안타까워했다.
매년 2월이 되면 대학생들은 '수강신청 전쟁'을 치른다. 시간표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한 학기 생활 패턴이 달라지고 자칫 성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원하는 수업을 수강하기 위한 '자리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문제는 대다수 대학이 수강신청 시 선착순 방식을 채택하는 상황에서 시스템 관리가 부실하거나 서버 용량이 넉넉하지 않아서 접속에 지장이 생기기 일쑤라는 점. 수강신청이 '복불복' 게임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대학생들은 매년 되풀이되는 수강신청 소동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대학측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 학교 측 "일시적인 현상" VS 학생들 "매 학기 겪는 일"
가톨릭대는 접속 마비가 일시적인 문제였고 신속하게 조처를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부터 학내 정보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새 장비가 이상 현상을 보였다는 것. 학교 정보통신지원팀 관계자는 "원인을 파악해 시스템을 재정비했다"며 "일정이 변경된 18일에는 정상적으로 수강신청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A씨의 말은 달랐다. 그는 "18일에도 몇 분 동안 신청 페이지에 접속을 못 하다가 겨우 들어간 친구가 많았다"면서 '학기마다 반복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번처럼 일정을 변경한 적은 없지만 서버가 마비되는 현상은 매 학기 있었다는 것. 그는 "서버 컴퓨터 사양을 늘리고 모바일 수강신청 서비스도 제공하라고 몇 년째 학생들이 요청하는데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재적 학생 수가 3만명이 넘는 경희대도 수강신청 기간이 되면 하얀 화면이 뜨면서 신청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거나 갑자기 로그아웃되는 현상이 거의 매 학기처럼 되풀이된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은다. 학교 관계자는 "접속이 몰릴 때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희대 관계자는 "수강신청이 진행되는 동안 실시간으로 서버를 지켜봤지만 특별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신청이 선착순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몰려드는 요청 작업이 약간씩 밀리면서 일부 지연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