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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 팔았다간 수만마리 폐사"…양계농가 폭염과 사투

입력 2018-07-18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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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 팔았다간 수만마리 폐사"…양계농가 폭염과 사투


충북 전역에 폭염 경보가 발효한 17일 오후 충북 음성군 맹동면 양계 농가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800㎡ 규모의 양계장 안으로 들어서자 육계 1만7천여마리가 더위를 이기지 못하는 듯 허덕이고 있었다. 아예 다리에 힘을 잃고 주저앉은 닭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이날 오후 1시 35분께 음성의 수은주는 31.7도까지 올랐다.

생후 22일이 된 닭들이 식수대에 모여 연신 물을 마셨다. 한개의 수도꼭지에 여러 마리 닭이 동시에 주둥이를 모으고 목을 축였다.

7개 대형 환풍기가 연신 돌아가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후 2시 기준 축사 안 온도계는 3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환풍 설비를 점검하는 농장장 반모(43)씨의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는 양계 축사 11개동을 관리한다.

반씨는 "여름철 폭염은 닭에게 조류인플루엔자만큼이나 위협적"이라며 "한시라도 눈을 떼었다가는 순식간에 수만 마리가 폐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농장에서는 2016년 7월 폭염으로 육계 2만 마리가 폐사했다.



반씨는 "출하를 코앞에 앞두고 애써 키운 닭들이 힘 없이 '픽픽' 쓰러져 죽으니 도리가 없었다"며 "그때는 정말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회상했다.

반씨는 축사 지붕을 모두 단열 처리했다. 두께 10㎝ 단열지붕은 여름철 복사열을 차단해 축사 내 온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단열지붕을 설치하지 않은 농장주들은 호수로 연신 축사 지붕에 찬물을 뿌려 온도를 낮춘다.

농장 직원 3명은 여름철 축사 안 온도를 1시간 단위로 확인하고 대형 환풍기 작동 상태를 점검한다.

축사 안 온도가 36도를 넘으면 분무기를 가동해야 한다.

탈수 증세를 예방하기 위해 전해질이 풍부한 물을 공급하는 것도 폐사를 막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업이다.



반씨가 관리하는 농장에서 여름철 하루 소비하는 물의 양은 4만700ℓ에 달한다.

반씨는 "닭은 온도에 매우 예민한 동물이어서 축사 온도를 1∼2도 잘못 관리하면 금새 죽어 나간다"며 "여름철에는 매일 새벽 1시까지 근무하며 축사 온도관리를 한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7일 기준 전국에서 닭 75만3천191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했다.

닭보다 더위에 강하지만 한우 농가도 폭염과 사투를 벌이기는 마찬가지다.

17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한우 농가에서는 분무기와 선풍기가 연신 가동되고 있었다.



분무기로 물을 약 5분간 뿌리면 축사 안 온도가 일시적으로 3도가량 내려간다.

20년간 한우를 키운 이종범(59)씨는 "더위가 심하면 가축도 사람처럼 입맛이 떨어져서 사료를 15∼20% 정도 덜 먹는다"며 "소들이 수분과 영양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온도 조절에 온 힘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logos@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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