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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LG상사 세무조사에 서울청 조사4국 투입한 까닭은?

김세형 기자

입력 2017-12-14 08:42

LG그룹의 경영승계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LG상사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어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년 만에 실시돼 외형적으로는 정기 세무조사로 보이지만 국세청에서 기획조사를 전담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투입돼 특별세무조사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 위치한 LG상사 본사에 수십여명의 요원을 투입, 회계 등 경영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LG상사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은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4년만이다. LG상사 측은 세무조사와 관련해 통상적인 정기 세무조사차원이라고 밝혔다. 2009년 세무조사를 받은 것 등을 고려하면 4년에 한 번씩 받는 정기세무조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선 LG상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특별세무조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사 주체가 서울청 조사4국이라는 게 이유다. 조사4국은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대기업 탈세나 탈루 혐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주로 기획조사하는 부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보통 정기세무조사일 경우 서울청 조사2국이 나오는데 조사4국이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특별세무조사일 가능성을 높인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세무조사가 LG그룹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상사는 LG그룹의 경영승계의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유력시되며 일감몰아주기 의혹 등 각종 논란을 받아왔던 곳이다. 지난 11월 ㈜LG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LG전자 상무 등 개인 대주주들이 보유한 LG상사 지분 24.7%(3000억원 가량)를 사들이며 지주회사 체제 내로 편입, 향후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는 자유로워졌지만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에서까지 해방된 것은 아니다.

국세청은 그동안 지주회사 체제에 편입되지 않았던 LG상사와 LG그룹 계열사간의 거래 관계 등을 중점적으로 살필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LG상사의 물류자회사인 판토스와의 거래 부분도 들여다 볼 것으로 알려졌다. LG상사와 판토스의 다양한 거래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세금 납부가 이뤄졌는지 여부 등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LG상사의 경우 직접적인 일감몰아주기에선 한발 물러서 있지만 자회사인 판토스와 연결고리로 인해 사익편취, 경영승계 지렛대 활용 의혹 등이 제기된 바 있다.

LG상사가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는 판토스는 구광모 상무 7.5% 등 LG 오너일가 지분이 19.9%에 이른다. 구 상무의 경우 2015년과 2016년 각각 7억5000만원씩 총 15억원 가량의 배당금을 받았다. 사익편취 의혹을 받을 정도의 금액은 아니지만 판토스는 LG 계열사 물량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37% 급증한 2조9977억원을 기록했다.

판토스의 성장은 구 상무가 향후 LG그룹 경영권 확보에 자금적인 면에서 상당히 운용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구 상무가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판토스 기업공개(IPO)를 통해 증여세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판토스가 상장하면 구 상무 보유 주식 일부를 정리해 ㈜LG 지분을 사거나 증여세 납부에 사용할 수 있다. LG상사가 그동안 LG그룹 경영승계의 캐스팅보트로 주목받아왔던 이유다.

국세청이 최근 역외탈세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서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LG상사는 업무적 특성상 해외거래가 많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국세청이 LG상사의 역외탈세 및 비자금 조성 관련 조사에 착수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부 무역상사에서 역외탈세 등에 주로 활용되는 계열사의 제품 배송 관련 금액의 단가를 이면계약 하는 형태 등이 활용됐는지 등의 점검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계열사 제품의 배송료가 당초 100원이라면 1000원으로 확대 계산해 금액을 늘리고 나머지 차액 등은 해외법인 등을 통해 뒤로 돌려받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국세청이 지난 3월 LG전자의 세무조사를 진행했던 만큼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세청은 올해초부터 조세회피처나 해외현지법인 등을 이용한 역외탈세 행위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최근 역외탈세 기업인들의 명단을 확보해 별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LG상사 관계자는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4년만에 진행되는 일로 통상적인 세무조사로 알고 있다"며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별히 언급할 만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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