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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野談(11) 외과의사와 은행원의 동병상련

이동혁 기자

입력 2017-09-14 15:52

"수술실은 왜 그렇게 추워! 겁나는데 오한까지 들어서 부들부들 떨었어!"



부분마취 수술받은 환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수술실은 왜 추울까? 수술 필드(수술하기 위해 열어놓은 부분)의 '오염' 방지를 위해서다. 수술방 행동 수칙 1호는 '멸균 상태 유지', 즉 '환자 오염 방지'다. 수술 필드를 통해 환자의 몸 안에 세균이나 미생물, 여타 이물질이 들어가면 원래 하려던 수술이 잘 돼도 엉뚱한 감염이 생기기 때문이다.

수술방 앞에는 손소독대가 있다. 수술팀은 입장 전 멸균비누로 손과 팔뚝까지 싹싹 씻는다. 그런 뒤에 양손을 위로 향하고 허공에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는데, 손이 팔꿈치 아래로 내려가거나(팔뚝의 이물질이 손으로 흘러내리면 안 되므로) 수건이 신체 어딘가에 닿으면 처음부터 손을 다시 씻어야 한다. 손을 허공에 두고 수술방 출입문을 발로 차면 자동으로 열린다. 수술방 문은 손을 못 대게 하기 위해 발 또는 팔꿈치 터치 방식으로만 열린다.

수술방 온도는 섭씨 20도 이하로 유지하는데, 세균 번식 방지와 함께 의료진의 발한(發汗) 방지라는 목적이 있다. 의사가 흘린 땀이 환자의 수술 필드에 떨어지는 것도 심각한 '오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땀을 뻘뻘 흘리며 대수술 중인 외과 의사'라는 장면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핵 의심자가 수술받는 날은 비상이다. 결핵균은 공기 전염이기 때문이다. 수술이 끝나도 환자를 회복실로 못 보내고 수술방에서 마취가 다 풀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환자가 나가면 수술방 전체를 20~30분간 샅샅이 소독하고서야 다음 수술 환자를 들일 수 있다. 이러다 보면 후속 수술이 줄줄이 지연되는 혼란이 벌어진다.

수술 필드 오염의 '대미'는 지혈용 거즈를 몸 안에 두고 봉합하는 것이다. 수술이 시작되면 간호사들이 2인 1조로 필드에 집어 넣는 거즈의 숫자를 함께 세고, 봉합 직전 꺼낸 숫자가 집어넣은 숫자와 같은지 확인한다. 숫자가 다르면 없어진 거즈가 나타날 때까지 환부 봉합 불가다. 마감 후 돈이 10원이라도 비면 장부를 맞출 때까지 퇴근하지 못하는 은행원들과 동병상련이다.이동혁 기자 d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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