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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일부 오너들 사회적 물의, 싸구려 재벌 의식이 화 불러"

김세형 기자

입력 2017-06-28 08:20

사례1#



프랜차이즈업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A씨. 외식프랜차이즈업체를 운영하는 그는 최근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변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사업 초기 가맹점주와 동종 업계사람들의 관계를 누구보다 중요하게 여겼던 그가 언제부턴가 사람을 무시하는 시작했다는 게 골자다. 대놓고 표현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적인 술자리 등에서 종종 얼굴을 붉히고 동석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식이다. 이유는 단 하나다.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례2#

지난해 말 진행된 프랜차이즈업계의 모 행사장에 수많은 업계 최고경영자(CEO)가 모였다. 대부분 맨손으로 사업을 일궈 자수성가한 사업가들이 프랜차이즈산업 발전을 위한 역량을 모으기 위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CEO 일부는 적게는 2명 많게는 4명의 수행비서들을 대동했다. 안전이나 보안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도 일종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 '갑(甲)질'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가맹점과 직원에 대한 갑질은 기본, 최근 범위가 일반인들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 치킨값 인상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BBQ는 가맹점주에게 광고비 부담 전가 의혹을 받고 있고,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은 직위를 앞세우며 직원을 성추행한 것이 드러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26일 대국민사과를 한 미스터피자는 가맹해지 점주에 대한 보복영업과 친인척이 관여한 업체를 중간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가맹점에 비싸게 치즈를 공급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경우 지난해 50대 경비원을 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했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 발생하는 유독 갑질 논란이 많은 이유는 본사의 '제왕적 권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확히 말하면 프랜차이즈업체 CEO들의 '재벌 의식'이 갑질 논란의 원인으로 꼽힌다는 얘기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CEO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외식업 관련 일부 자수성가형 CEO의 경우 은퇴 이후 직장인이 창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본인을 진정한 사업가라고 강조하지만 장사꾼보다 못한 마인드를 갖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넥타이부대, 정확히 말해 은퇴를 앞둔 직장인들이 창업에 나선다는 점을 들며 자신의 발밑에 있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권위의식이 갑질 논란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운영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돈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하대하며 '가진 자'의 횡포를 부리고,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을 기업 운영에 반영해 가맹점 간 논란도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식업계 중심 피해 심각…서민 직접적 영향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간 분쟁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곳은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고, 분쟁조정신청도 30%가량 늘었다.

올해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업체는 한국피자헛·죠스푸드·본아이에프 등 외식업체 3곳과 토니모리 등 총 4곳이다. 치킨뱅이 가맹본부인 원우푸드와 통인익스프레스는 시정명령을 받았고 설빙·토니버거·옥빙설·회진푸드 등 9곳은 경고를 받았다.

가맹 본사와 가맹점 간 분쟁 건수도 많아졌다. 올해 1∼5월 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가맹사업 관련 분쟁조정신청은 28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했다. 올해 1∼5월 공정위가 처리한 가맹사업 관련 분쟁조정 건수는 309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58% 늘었다. 일반 민ㆍ형사 소송까지 포함하면 분쟁 건수는 더욱 증가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갑질 논란을 빚고 있는 프랜차이즈업계 대부분이 외식업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특별한 기술이 없이 사업을 할 수 있고, 대형화 시킬 수 있는 외식업 특성 때문이다.

프랜츠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의 분쟁 증가는 가맹점 수 자체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치킨과 피자전문점의 경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가맹사업정보 통계 기준으로 2012년 17만6788개였던 가맹점 수는 지난해 21만8997개로 4년 만에 24% 늘었다. 가맹점 수는 지난해에도 1만개 이상 증가했다. 서양식, 일식, 분식집을 비롯한 기타 외식프랜차이즈 업계의 가맹점수도 증가했다.

취직 대신 창업을 택하고, 구조조정 등의 퇴직자들은 생존수단으로 창업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만큼 외식 프랜차이즈시장은 서민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대부분 경제적 상황이 녹록지 않은 '사회적 약자'들로 가맹점주들은 생존을 위해 프랜차이즈 본사의 무리한 요구 등의 갑질 피해를 오롯이 견딜 수밖에 없다. 상생을 위한 기업 운영 윤리가 어느 사업군보다 절실히 필요한 곳이란 얘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프랜차이즈업계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나선 이유다.

▶윤리의식 등 '자정노력' 아쉬워

프랜차이즈업계의 윤리의식을 강화하는 등 '자정 노력'을 중추적으로 이끌어 가는 곳이 없다는 점도 프랜차이즈 갑질 논란을 키우는 원인 중 하나다.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협회로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있다. 1999년 중소기업청 허가를 받아 사단법인으로 설립,건전한 프랜차이즈 사업문화 정착과 가맹본부와 가맹점간 상생경영을 돕는다는 게 설립 목표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설립 이후 프랜차이즈산업 발전에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 토종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돕고, 창업박람회 개최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정부차원에서 할 수 없는 프랜차이즈업계 CEO 대상 윤리교육 등 가맹본사와 가맹점주간 '상생' 운영에 필요한 자정노력이다.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BBQ, 호식이두마리치킨, 미스터피자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의 현재 회원사로 있거나 과거 회원사로 활동했던 곳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지난해 한차례 CEO 대상 윤리교육을 진행한 이후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관련 교육 역량이 문제와 호응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프랜차이즈관련 업계 관계자 "프랜차이즈업계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프랜차이즈업체와 CEO들의 재벌의식이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윤리교육을 비롯해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 기관 역할을 하는 곳이 없고, 프랜차이즈업계를 대표하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다양한 업무를 중추적으로 맡아 수행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회원사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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