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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밀항'…어선에 엔진 3기 달고 시속 90㎞로

입력 2015-11-3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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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밀항'…어선에 엔진 3기 달고 시속 90㎞로
밀항 조직이 이용한 배 내부 모습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30일 일본과 국내를 오가며 밀항자를 실어나른 밀항조직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조중혁 국제범죄수사대장이 밀항조직이 사용한 배의 내부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소형 어선을 개조해 일본 원정 절도범을 실어나른 밀항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경비함정을 따돌리려 엔진 3기를 장착해 시속 90㎞까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개조한 어선을 밀항에 이용했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30일 일본과 국내를 오가며 밀항자를 실어나른 혐의(밀항단속법 위반 등)로 김모(55), 최모(57), 이모(54)씨를 구속했다.

또 브로커 이모(54)씨와 밀항 미수자 김모(42·여)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밀항을 한 오모(54)씨 등 8명을 수배했다.

김씨 등은 지난 3월 30일 오후 경남 통영 한 포구에서 1인당 1천500만∼2천만원을 받고 오씨 등 8명을 일본 사가현(佐賀縣)으로 밀입국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밀항자들은 10여 년 전 일본에서 불법 체류하며 절도 행각을 벌이다가 국내로 추방된 이후 일본으로 재차 밀입국했다. 이들 중 7명은 일본 경찰에게 붙잡혀 재판을 받고 있고, 1명은 국내로 도피했다.

또 김씨 등은 다음 달 일본에 불법 체류 중이던 여모(52)씨를 쓰시마에서 싣고 경남 통영으로 밀입국시킨 혐의도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경비정 추적을 피하려고 5t짜리 어선에 엔진 2개를 더 장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엔진 1개짜리 어선은 20노트(시속 37㎞)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개조한 엔진 3개짜리 어선은 최고 50노트(시속 92㎞)까지 낼 수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일 경비함정의 속도가 30노트 안팎이어서 단속에 걸리더라도 쉽게 도망갈 수 있어 위험을 무릅쓰고 어선을 고친 것이다.

이들이 시속 90㎞를 넘는 이 어선을 이용해 통영에서 밀항자를 싣고 쓰시마 인근 국경지역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이후 일본으로 밀입국시키는 데 2시간30분에서 3시간 정도 걸렸다.
통영보다 훨씬 가까운 부산에서 고속 여객선으로 일본 후쿠오카까지 3시간가량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목숨 건 질주를 한 셈이다.

조중혁 국제범죄수사대장은 "이들이 전복의 위험성을 무시하고 개조한 어선은 단속 함정이 레이더로 확인하더라도 속도 차이 때문에 추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문 채취 등으로 여권을 위조하는 수법의 밀입국이 줄고 선박을 이용한 밀입국 사범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해양경비안전본부 등과 함께 밀항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pcs@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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