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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시카고 흑인살해영상에 "깊은 우려…흑인사회 자제감사"

입력 2015-11-2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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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시카고 흑인살해영상에 "깊은 우려…흑인사회 자제감사"
시카고 흑인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해있다.(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카고 경찰국 소속 백인 경관이 흑인 10대 절도 용의자에게 무려 16차례나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사건 현장 동영상이 공개된 후 깊은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시카고 흑인 사회의 폭동 자제 노력에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17세 라쿠안 맥도널드에게 가해진 총격 동영상을 보고 나도 대부분의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면서 " 이번 추수감사절에 비극적인 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동시에 우리 사회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대다수 군인과 경찰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개인적으로는 나의 홈타운 시카고 시민들이 평화적인 시위를 이어가는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카고 시와 경찰은 15년 차 백인 경관 제이슨 반 다이크(37)가 지난해 10월 맥도널드에게 16발의 총을 쏴 무참히 살해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전날 전격 공개했다.


시와 경찰 당국은 흑인 사회의 분노가 폭동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비했으나, 시민들은 경찰과의 극단적 대치 없이 비교적 평화적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밤 시경 앞에 모인 약 100 명의 시위대 가운데 5명이 입건됐지만 모두 풀려났다.
25일에는 '전미 유색인종 지위향상협회'(NAACP)를 비롯한 대규모 시위대가 출퇴근 시간 도심 도로를 점령하고 "이매뉴얼 시장 탄핵, 게리 맥카티 경찰청장 파면"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으나 과격 양상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시카고 시가 미주리 주 퍼거슨이나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의 흑인 사망 사건 때와 달리 평화 시위 분위기를 유지해갈 수 있는 데는 당국자들의 신속한 과오 인정과 발빠른 대책 마련, 사회 지도층의 적극적 개입 등이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람 이매뉴얼 시장은 동영상 공개를 앞두고 흑인사회 종교 지도자들과 사회운동가들을 만나 경찰 과실을 인정하면서 "시위를 벌이더라도 평화롭게 진행해달라"고 당부했다.

흑인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와 시카고를 지역구로 하는 바비 버시, 대니 데이비스 등 두 연방하원의원 들은 젊은 사회운동가들을 만나 대응책을 협의하기도 했다.

또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애쓴 흔적도 보인다. 경찰은 시위대와 감정 대립을 보이기도 했지만, 바리케이트를 뛰어넘는 이들을 연행하는데 그쳤다.

무엇보다 시카고를 포함하는 광역자치구 일리노이 주 쿡카운티 검찰이 동영상 공개 하루 전날, 서둘러 반 다이크 경관을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한 것이 시민의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됐다.
일각에서 "기소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시카고 경찰관이 근무 중 용의자 총격 사살을 이유로 살인 혐의를 적용받아 기소된 것은 초유의 일이기 때문이다.

맥도널드는 시카고 남서부 트럭 터미널에서 칼을 이용해 차량 절도를 시도하다 머리와 목, 양쪽 가슴, 등, 팔·다리 등 16군데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반 다이크 경관은 맥도널드가 10cm 길이의 접이식 칼을 쥐고 있었고, 내려놓으라는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며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영상 확인 결과 반 다이크는 순찰차에서 내린 지 6초 만에 걸어가는 맥도널드에게 집중 총격을 가했으며 14초 만에 장전돼있던 16발의 총탄을 모두 쏘고, 동료 경찰관이 멈추라고 조언하는 상황에서 추가 장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는 5명의 경찰이 출동했으나 실탄을 발사한 이는 반 다이크 뿐이었다.

이 상황은 경찰 순찰차 블랙박스 영상에 고스란히 잡혔지만, 시카고 시가 유가족이 소송을 제기하기도 전에 보상금 500만 달러(약 57억 원)를 지급하면서 잠잠해졌다.
시 당국은 반 다이크의 신원조차 공개하지 않았고, 사무직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도록 허용했다.

그러다 이 지역 독립 언론인 브랜든 스미스가 "당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대중이 알 권리가 있다"며 사건 당시 동영상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 제기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법원은 시카고 시가 정보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일리노이 주법을 위반했다며 25일 이전 동영상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한편, 시카고 흑인 사회는 '블랙 프라이데이'인 오는 27일 시카고 최대 번화가이자 고급 쇼핑가인 미시간 애비뉴에서 대규모 평화 시위를 추진하고 있다.

'흑인 빈민가의 백인 대변인' 역할을 해온 사회운동가 마이크 플레저 신부는 "한쪽에서 수없이 많은 젊은이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세상이 아무일 없는 듯 돌아가게 놔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chicagorho@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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