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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 KDB산업은행, 낙하산 재취업 논란

박재호 기자

입력 2014-09-03 15:47

국세청 세무조사, 임직원 금품 수수, 동양그룹 사태 등 잇단 사건으로 골머리를 싸매는 KDB산업은행이 낙하산 재취업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2일 산업은행으로부터 재취업자 현황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 2011년부터 최근까지 산업은행 출신으로 재취업한 퇴직자 47명 중 31명(66%)이 주거래 기업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재취업한 산업은행 퇴직자들은 전원 해당 기업의 고위직이었다. 4명은 대표이사(CEO), 5명은 주요 직책인 재무담당 임원(CFO), 13명은 감사, 나머지도 사장, 부사장, 상무, 이사, 본부장 등에 자리잡았다. 민 의원 측은 "이들중 회사 측에서 요청해 재취업한 경우는 3건에 불과했다"면서 "나머지 28명은 반강제적인 낙하산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국책은행 관련기업 낙하산, 문제 더 심각

민 의원은 "산업은행 출신 인사의 낙하산 관행은 동양 사태를 비롯해 지속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며 "산업은행 전 총재 및 임원들 중 2003년부터 10년 동안 주거래 기업인 동양그룹의 계열사에 부회장, 고문, 감사, 사외이사 등 고위직으로 13명이 재취업 혹은 겸임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주거래은행의 감시와 경영투명성 확보에 목적을 두고 인사를 파견했다는 것이 산업은행의 설명이지만 부실 방지에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다.

민 의원은 또 "산업은행 출신을 임원으로 영입하는 것은 채권 은행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 우려된다"며 "낙하산 인사 관행을 막기 위해서는 재취업자에 대한 면밀한 취업심사와 함께 취업이력 공시제도를 도입해 잘못된 인사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4월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취임 이후에도 주거래기업과의 밀착 비리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 임직원 서너명은 최근 몇 년간 동양그룹 경영진으로부터 수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측은 동양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동양시멘트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임직원들에게 은밀하게 비자금을 건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특혜 대출 의혹도 불거졌다.

국세청 세무조사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난해 STX그룹에 대한 대출과 선박건조 현황을 살피지 않고 내준 거액의 선수금 여파로 1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국세청은 오는 11월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련기업 재취업 소수…억울"

산업은행은 STX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책은행 자격으로 리스크를 감수했는데 사후징계를 내리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이와는 별도로 절차의 투명성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관련기업 낙하산 의혹에 대해서도 산업은행 측은 다소 불만스럽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민 의원실이 발표한 보도자료의 같은 기간 동안 사실 수백명의 퇴직자가 있었다. 이중 재취업자가 47명이고, 그중 31명이 주거래 기업으로 취업한 것이다. 퇴직자가 47명은 아니다"며 재취업자 수치만 도드라져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주로 부동산 PF사업 관련 재취업이 많았다. PF사업에서는 특수목적법인을 세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새 법인의 독립경영을 위해 사람을 파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업무 노하우가 있는 이를 내외부적으로 추천한다. 산업은행 현직 인원은 비상근이어서 거래 계약서상 불가능한 측면이 있어 퇴직 인원이 재취업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전문인력의 능력은 간과하고 업무 연관성만 도드라져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주채권은행으로서 주거래 기업에 대한 관리차원이라는 주장도 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업무 연관성이 비리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의 민관유착으로 인해 발생되는 비효율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부적절한 밀착이 심화되면 전문성이 입증되지 않은 인사의 관련기업 재취업은 더 빈번해질 수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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