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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침몰] 침몰하는데 선원들 모여서 뭘 했나

입력 2014-04-20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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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몰하는데 선원들 모여서 뭘 했나
마지막 교신 녹취록 주요 부분 (서울=연합뉴스)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 직전 진도 교통관제센터(VTS)와 마지막 교신을 한 내용이 공개됐다. 사진은 범정부사고수습대책본부가 20일 오후 공개한 진도VTS와 세월호의 사고 당일 오전 9시 6분 부터 37분까지의 교신 녹취록의 주요 부분.

세월호 선원들은 배가 침몰되고 있는데도 승객들을 구조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이 조타실이 있는 선교(브릿지)에 모두 모여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배가 침몰 등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선장을 비롯해 항해사, 조타수, 기관사 등 선원들은 각자의 역할에 따라 승객 구조를 위해 해야할 역할이 나눠져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같은 기본 수칙조차 무시한 채 가장 탈출이 쉬운 브릿지에 모여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교신을 마친 뒤 탈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일 범정부사고수습대책본부가 공개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세월호와의 교신 내용을 담은 녹취록에 따르면 세월호는 9시 17분 "지금 50도 이상 좌현으로 기울어져 사람이 좌우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이며 선원도 구명복을 입고 대기라하고 했다"며 "선원들도 브릿지에 모여 거동이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라고 보고했다.

배가 50도 정도 기울었을 때는 일부 승객은 스스로의 힘으로 탈출하기 시작했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은 '객실에 머물라'는 방송을 믿고 객실에 있다가 갇히고 만 시점과 겹친다.

교신 내용으로 미뤄본 당시 정황에 교신이 돌연 끊긴점 등은 이들 선원이 마지막 교신이 끊긴 9시 37분 이후 모두 탈출했을 가능성을 추론해볼 수 있다.

선박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수백명의 승객들을 뒤로 한 채 먼저 탈출했다는 것은 큰 공분을 사고 있다.

생존자 명단에서도 선장 이준석(69)씨를 비롯해 선박직 15명은 전원 생존한 것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선장 이씨 외에 선박직 생존자는 1·2·3등 항해사 4명, 조타수 3명, 기관장·기관사 3명, 조기장·조기수 4명이다.

세월호가 진도 VTS와 교신했을 때에는 이미 배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침몰이 상당히 진전된 상황이었다.

따라서 선원들이 사고 낌새가 보였을 때 조금만 더 일찍 신고를 하고 구조노력을 기울였다면 참사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녹취록에서 처음 교신 시각인 오전 9시 7분 세월호는 "침몰 중에 있다. 해경 좀 빨리 부탁드린다"고 VTS에 응답했다.

9시 10분부터 '너무 기울어져 있어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지금 배가 많이 기울어 탈출이 불가능하다', '지금 50도 이상 좌현으로 기울어져 사람이 좌우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 등 매우 급박한 상황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기관을 어떻게 작동한다거나 기울어가는 배를 정상화하려는 교신 내용은 전혀 없었다.

따라서 이 시간에는 이미 배의 방향을 조종하는 조향장치는 물론 모든 기관이 말을 듣지 않아 기울어지기 시작한 배를 통제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일부 승객들이 위험을 느끼고 구명복을 입고 빠져나오기 시작해 주변에 있던 해경과 어선에 의해 구조됐다.

그러나 '객실에 그대로 있어야 안전하다'는 방송만 믿고 있었던 학생 등 대부분의 실종자는 기울대로 기울어버린 객실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갇히고 말았다.

kjsu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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