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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영웅' 황새 황선홍, '구기참사' 현장에서 꿋꿋이 金까지 '직진' 중[항저우스토리]

윤진만 기자

입력 2023-10-06 00:07

수정 2023-10-0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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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영웅' 황새 황선홍, '구기참사' 현장에서 꿋꿋이 金까지 '직…
4일 중국 항저우 황룽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우즈베키스탄의 준결승전 경기가 열렸다.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대표팀 황선홍 감독. 항저우(중국)=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10.04/

[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하루가 멀다고 구기 종목의 '참사'가 빚어지는 항저우 현장에서 '황새' 황선홍 축구대표팀 감독은 흔들림없는 안정감으로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황 감독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부터 4강까지 6경기에서 23득점, 2실점, 전승을 거두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팀을 결승에 올려놓았다. 변수가 산재한 토너먼트에서조차 단 한 번의 고비도 맞이하지 않고 이룬 성과다. 황 감독은 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황룽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4강전에서 2대1로 승리한 뒤 '쫄렸다(조마조마했다)'는 한 취재진의 말에 "나는 쫄리지 않았다"며 웃었다. 황새의 여유로운 미소는 대표팀의 결승 진출 과정을 축약한 것 같았다.

황 감독은 불과 한 달전만 하더라도 비판을 받던 지도자다. 지난해 U-23 아시안컵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황선홍호가 홈(창원)에서 열린 카타르와 파리올림픽 예선에서 충격패하자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일부 전문가는 위르겐 클린스만 A대표팀 감독과 엮어 황선홍호에 '전술 컨셉이 뭔지 모르겠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아시안게임에 K리그2 출신 공격수 안재준(부천) 박재용(발표 당시 안양, 현 전북)을 발탁한 것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황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름값이 아닌 팀에 필요한 선수로 퍼즐을 하나하나 채웠다. 아시안컵의 실패는 성공의 밑거름이었다. 지난달 초에는 올림픽대표와 아시안게임대표를 분리하여 혼선을 빚었지만, 16일 항저우에 입국한 뒤로는 오롯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만 집중했다. 2~3일 간격으로 열리는 비상식적인 일정을 극복하기 위해 적절히 로테이션을 돌렸다. 떨어지면 탈락하는 토너먼트에서 이강인을 선발에서 빼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8강 중국전에 선발 제외한 2선 이강인 엄원상 정우영과 풀백 설영우는 4강 우즈베키스탄전에 선발로 복귀했다. '난적' 우즈베키스탄전에 대비하면서 주축 자원들의 체력도 아꼈다. 황 감독은 눈앞의 승리에 급급해 '올인 전략'을 택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금메달을 바라봤다. 아시안게임 축구는 어차피 은메달도 실패이기 때문이다.

황 감독부터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본인부터 부단히 노력했다. 대승을 거두면 곧바로 "승리는 잊어야 한다"고 했고, 승리샷(경기 후 승리 단체사진)을 찍을 때도 옅은 미소를 띨 뿐이었다. 주변에서 '좀 웃으라'고 조언해도 늘 경기 내내 굳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바라봤다. 객관적 전력이 떨어지는 팀과 줄줄이 맞대결한 것은 사실이지만 좋은 경기력이 나오고 준결승전에서 엄원상이 다치기 전까지 부상 변수도 없었던 건 어디까지나 황 감독과 코치진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 출신인 황 감독은 최전방에 포진한 장신 공격수 박재용, 부상을 안고 대회에 참가한 윙어 송민규 등을 따로 불러 '특별 과외'를 했다. 측면에서 크로스를 보낼 때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등 노하우를 전수했다.

황 감독은 무엇보다 특정 스타가 아닌 22명 전원을 다함께 끌고 가기 위해 애썼다. 중요한 경기에선 주전급 선수들이 출전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조별리그에서 기대 이상 활약을 해준 고영준 안재준 등은 주전급 못지않게 많은 출전시간을 부여했다. 그 덕에 특히 2선 공격수들의 컨디션이 고르게 좋아진 상태로 8강에서 중국, 4강에서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한국 구기 종목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줄지어 '참사'를 당하고 있다. 남녀 농구, 남녀 배구, 여자 핸드볼 등은 하나같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야구도 초반에 삐걱거렸다. 이런 분위기에 황선홍호만이 일단은 결승까지 장애물을 피해 잘 도착했다. 문제는 결승전 한 경기 결과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축구의 22~24세 주요 선수들의 병역혜택이 달린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따도 실패다. 그래서 황 감독은 마지막 한 발도 신중하게 뗄 참이다. 항저우(중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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