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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에서 건져올린 빅이어'..레알을 위한 꽃길 따윈 없었다 [레알 V14]

윤진만 기자

입력 2022-05-29 07:31

수정 2022-05-2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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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에서 건져올린 빅이어'..레알을 위한 꽃길 따윈 없었다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역대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우승팀 중에 이번 2021~2022시즌 레알 마드리드와 같이 험난한 루트로 우승선을 통과한 팀이 있었나 싶다. 매순간이 고비였고, 위기였다. 16강 상대부터가 유럽 제패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리오넬 메시와 세르히오 라모스까지 영입한 파리생제르맹(PSG)이었다. 1차전 원정에서 킬리안 음바페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대1로 패한 레알은 2차전 홈경기에서 전반 음바페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2골을 뒤집어야 하는 위기의 순간에 카림 벤제마가 등장해 17분만에 3골을 뽑는, 기적의 해트트릭을 쏘며 극적으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8강에선 '디펜딩 챔프' 첼시를 만났다. PSG전과 달리 1차전 원정에서 3대1 승리를 따내며 기선을 확실히 제압했다. 하지만 첼시 역시 만만치 않았다. 돌아온 2차전에서 메이슨 마운트(전반 15분), 안토니오 뤼디거(후반 6분), 티모 베르너(후반 30분)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순식간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그때 '토너먼트의 영웅' 호드리구가 등장했다. 교체투입 2분만인 후반 35분 극적인 동점골로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갔다. 그리고 연장에선 '올해의 발롱도르 유력후보' 벤제마가 결승골을 터뜨리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맨시티와의 준결승전 원정 1차전은 3대4 패배로 시작했다. 올시즌 원정다득점 우선 원칙이 사라졌기 때문에 원정 패배가 주는 데미지는 생각보다 컸다. 준결승전도 연장전에서야 승부가 갈렸다. 후반 28분 리야드 마레즈에게 선제골을 내준 레알은 이날도 후반 교체투입된 호드리구가 정규시간 이후 2골을 몰아치며 경기를 연장전으로 이끌었다. 레알은 연장전 전반 벤제마가 페널티 기회를 살려냈다. 29일 리버풀과의 결승전에서 9개의 선방을 기록한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는 이날도 8개의 선방을 기록하며 팀의 결승 진출을 도왔다.

공교롭게 레알은 유럽의 대표 부자 구단들을 차례로 꺾었다. PSG는 카타르투자청, 첼시는 (당시)'러시아 부호' 로만 아브라모비치, 맨시티는 아랍에미리트 갑부 셰이크 만수르를 구단주로 두고 있는 팀이다. 이들 세 팀이 유명 감독과 선수 영입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을 때, 레알은 '익숙한'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을 재선임하고 카림 벤제마, 루카 모드리치 등 기존 베테랑을 중심으로 한 단단한 조직력과 특유의 '챔스 DNA'로 가시밭길을 통과했다.

결승전 상대인 리버풀은 압박의 레벨이 다르고, 모하메드 살라라는 검증된 골잡이도 보유했다. 현존 최고의 명장 중 한 명인 위르겐 클롭이 이끄는 팀이기도 했다. 여러모로 PSG, 첼시, 맨시티와는 또 다른 양상이 될 터였다. 하지만 UCL 무대 위의 레알은 달랐다. 슈팅 23개를 쏜 리버풀의 맹공에 흔들리지 않았다. 후반 14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에르네스토 발베르데의 크로스를 천금같은 결승골로 지켜내며 1대0 승리했다. 앨런 시어러는 경기 후 'BBC'를 통해 "나는 리버풀이 걱정됐다. 레알은 PSG, 첼시, 맨시티전은 그들이 얼마나 강인한 정신력을 지닌 팀인지를 보여준 바 있다. 맨시티전에선 운이 따랐지만, 그들의 태도, 감독, 경험, 최고의 퀄리티를 보유하지 않았다면 운도 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도 그런 모습이 나왔다. 특히 쿠르투아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고 말했다.

이로써 레알은 2017~2018시즌 이후 4년만에 구단 통산 14번째 빅이어(UCL 트로피)를 차지했다. 2021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레알 홈)로 돌아온 안첼로티 감독은 지도자로는 역대 최다인 UCL 4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이 이탈리아 지도자는 '친정' AC밀란 시절이던 2002~2003시즌과 2006~2007시즌 UCL에서 우승하고 '레알 1기' 시절인 2013~2014시즌 팀에 '라데시마'(10번째 우승)를 이끌었다. 안첼로티 감독은 2021~2022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우승하며 역대 최초로 5대리그(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를 모두 제패하는 역사를 썼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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