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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아이파크, 의외의 외국 감독 페레즈를 선임한 배경은?

최만식 기자

입력 2020-11-26 06:01

부산아이파크, 의외의 외국 감독 페레즈를 선임한 배경은?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대대적 체질 개선으로 다시 시작.'



부산 아이파크가 젊은 외국인 감독을 전격 영입하자 구단 안팎에서 나온 평가다.

부산 구단은 25일 새로운 사령탑으로 포르투갈 출신의 히카르도 페레즈(44)를 23대 감독으로 선임해 새롭게 출발한다고 밝혔다.

부산의 이같은 발표에 주변서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페레즈 감독의 명성이나 경력이 낯설기도 하거니와 1부리그 재승격을 위해 당장 효과를 볼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사실 페레즈 감독은 프로 경력이 화려하지 않다. 2004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크루제이루(브라질), 올림피아코스FC(그리스), 카사 피아(포르투갈 2부) 등에서 골키퍼 코치, 수석코치, 감독을 경험했다. 올림피아코스에서는 주로 19세이하 어린 선수를 가르쳤고, 지난 6월 직전 직장인 카사 피아서는 성적 부진으로 물러났다.

다만 지난 유로2012에서 포르투갈이 4강에 진출할 때 골키퍼 코치로 파울루 벤투 감독을 보좌했던 게 가장 내세울 만한 이력이다.

부산이 페레즈 감독을 선임한 배경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이 아니었다. 미래와 잠재력을 봤다. 부산 구단 관계자는 "길게 보고 팀을 탄탄하게 다져서 1부리그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은 올해 1부리그 입성에만 몰두했다가 복귀 한 시즌 만에 다시 2부로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른바 기초공사가 부실해서 무너졌다는 내부 진단이 나왔다.

당장 내년에 1부 재승격에 급급했다면 K리그 사정을 잘 아는 국내파 기술자 감독을 선임했을 터. 하지만 구단은 젊은 선수 육성을 통해 유럽 선진 축구 시스템으로 팀을 재정비하는 게 우선이라는 쪽으로 방향 선회를 결정했단다.

구단이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팀을 혁신하고 기존 운영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외국인 감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젊고 강한 팀으로 변하기 위해 유럽 선진 축구 시스템을 경험한 인재를 발탁하기로 했다"고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같은 배경에 자신의 지도자 경력 대부분을 ??은 선수들을 키우는데 쏟아부었고, 유럽 축구 체질을 주로 경험한 페레즈가 적임자였다. 페레즈 감독이 한국 축구에 적응하는데 최소 1년 이상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구단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성급하게 1부리그에 올라갔다가 또 수모를 당하느니 충분한 체질 개선을 통해 1부리그 붙박이가 되겠다는 포석이다.

A대표팀을 이끄는 벤투 감독의 추천도 또 다른 배경이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에서 오랜 기간 함께 일했던 페레즈 감독을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레즈 감독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선수 육성과 유럽 축구 시스템에 관심이 많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에게 '입맛'에 맞는 조언을 한 셈이다.

벤투 감독의 존재는 페레즈 감독의 한국 적응에 큰 보탬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벤투 감독은 그동안 K리그를 관찰했기 때문에 페레즈 감독의 적응 기간 단축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여기에 과거 광주FC를 1부리그로 끌어올린 노하우를 보유한 기영옥 신임 대표이사가 있어 페레즈 감독은 팀 재건에만 몰두할 수 있다.

페레즈 감독은 코치진 2명과 함께 이번 주말 입국한 뒤 2주일 자가격리 기간을 끝내고 선수단을 소집할 예정이다. 그는 "빠른 시간 안에 팀을 재정비해 명문 구단 부산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는 소감을 구단을 통해 전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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