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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억짜리 황소 황희찬에게 라이프치히가 '딱'인 이유

윤진만 기자

입력 2020-07-10 06:05

190억짜리 황소 황희찬에게 라이프치히가 '딱'인 이유
라이프치히 구단 공식 SNS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한국 축구의 '황소'가 진정한 황소팀을 만났다.



국가대표팀 공격수 황희찬(23)이 지난 8일(한국시각) 독일 분데스리가 RB라이프치히에 입단했다. 이적료 900만~1400만유로(약 120억~189억원·추정치)에 5년 장기계약을 했다. 등번호는 11번. 지난 시즌까지 에이스로 활약한 티모 베르너의 번호를 물려받았다. 이적료, 계약기간, 등번호를 통해 라이프치히 구단이 황희찬에게 어떤 기대를 거는지 엿볼 수 있다. 게다가 한글이 들어간 오피셜 영상을 직접 제작하는 성의를 보였다.

라이프치히는 음료회사 레드불을 모기업으로 둔 구단이다. 레드불의 상징은 붉은 황소다. 황소같은 돌파 능력을 앞세운 황희찬과 이미지가 딱 들어맞는다. 이적시기, 타이밍도 좋다. 황희찬은 올해 한국나이 스물넷, 유럽 진출 6년차다. 지난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을 하는 등 '포텐'을 폭발시킨 상황에서 더 높은 무대로 나아갈 필요가 있었다. 황희찬은 내년 여름 잘츠부르크와 계약만료를 앞두고 연장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결정으로 이적 의지를 구단측에 전달했다.

울버햄턴, 에버턴, 레스터시티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진출설이 먼저 떠올랐다. 당장 잉글랜드에 진출할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지만, 유럽 축구를 잘 아는 관계자들은 EPL 진출설이 타올랐을 때도 이적료, 워크퍼밋, 경쟁 등 모든 면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 과정에서 잘츠부르크와 같은 레드불 계열사인 라이프치히가 손을 내밀었다. 유럽 4대리그로 꼽히는 분데스리가와 '별들의 무대' 챔피언스리그 출전, 32세 천재 감독 율리안 나겔스만의 존재, 나겔스만 감독이 추구하는 매력적인 공격축구 등 황희찬의 구미를 당길 너무도 많은 메리트를 지닌 팀이다.

지금의 라이프치히 구단 시스템을 구축한 랄프 랑닉 레드불 스카우트 총괄 책임자는 2015년 1월 황희찬이 18세 나이로 잘츠부르크에 입단할 당시 잘츠부르크 스포르팅 디렉터였다. 당시 "한국 최고의 재능"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랑닉이 황희찬의 성장세를 지켜본 뒤 영입 결정을 내렸다고 봐야 한다. 진가를 알아주는 '고위층 관계자'는 '든든한 뒷배'가 돼줄 수 있다. 황희찬은 이 모든 요인을 고려한 끝에 지난달 일찌감치 마음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리아 리그를 마치고 지난 6일 입국한 황희찬은 휴식을 취한 뒤 오는 18일 라이프치히에 합류할 예정이다. 현재까진 모든 게 잘 맞아떨어졌지만, 18일 이후부턴 새로운 '전쟁'이 그를 기다린다. 황희찬은 이적료, 등번호에서 알 수 있듯이 라이프치히가 주전급으로 데려온 선수다. 이 말을 바꾸면 '매경기 주전 자격을 증명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지난 시즌까지 에이스로 활약한 베르너의 대체자 꼬리표는 시즌 내내 황희찬을 따라다닐 것이다. 이 부담감을 극복해야 한 차원 성장할 수 있다.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는 황희찬 소개글에서 '피르미누와 닮은 구석이 많다. 황(희찬)은 투톱 또는 스리톱의 일원으로 공격 선봉에 서는 걸 즐긴다. 공을 잡으면 한 두 번의 트릭으로 수비를 벗겨낸다. 양발을 잘 쓰고, 상대 수비수들을 손쉽게 뿌리친다. 또한 공간을 파고드는 속도도 폭발적이다. 과거 피르미누가 그랬던 것처럼 황도 분데스리가 수비진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분데스리가를 누빈 손흥민(28·토트넘)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손흥민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함부르크,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기량을 꽃피운 뒤 토트넘에 입단했다. 황희찬이 어릴 적부터 꿈꾸던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하기 위해선 손흥민급 활약이 필요하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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