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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표' 아니었던 초보 김남일의 약속, 야수성 되찾은 성남축구

이원만 기자

입력 2020-05-25 05:44

'공수표' 아니었던 초보 김남일의 약속, 야수성 되찾은 성남축구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결과로 말씀 드리겠다. 과감하고 공격적인 축구를 하겠다."



5개월 전, K리그1 성남FC의 감독으로 취임하며 김남일 감독이 했던 말이다. 누구나 으레 취임사로 할 법한 말들인데, 과연 이 말이 지켜질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많이 달렸다. 아무래도 감독 경력이 전혀 없다는 점 때문이다. 그 또한 자신에게 쏠려 있는 의문부호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신중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초보 감독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지울 순 없었다.

코로나19로 시즌 개막이 늦춰지면서 궁금증은 더욱 증폭됐다. 그리고 5월 초부터 드디어 K리그가 문을 열며 김 감독이 만들어 낸 새로운 성남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겨우 3라운드를 치렀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공격적인 축구'라는 김 감독의 약속은 결코 공수표가 아니었다. 초보 감독은 지난 5개월 동안, 성남에 '야수성'이라는 DNA를 꽤 성공적으로 심어놓았다. 상처를 입어 피를 흘리면서도 기어코 상대를 물어 뜯는 야수성이다.

성남은 '하나원큐 K리그1 2020' 시즌 초반을 매우 성공적으로 치르고 있다. 지난 23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원정경기에서 전반 17분만에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10분에 터진 권순형의 동점골로 결국 1대1 무승부를 이뤄냈다. 이날 무승부로 성남은 1승2무(승점 5)로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무패로 선전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역시 그 과정 또한 이전과는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남은 수세적인 경기로 3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한 게 아니다. 오히려 매 경기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뜨겁고 흥미로운 승부를 펼쳐내고 있다.

3라운드 강원전이 대표적이다. 이날도 성남은 3-5-2 스리백 시스템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전반에는 라인을 꽤 아래로 내리고 수비적인 축구를 했다. 선발 투톱인 양동현과 홍시후 그리고 미드필더 임선영 정도가 상대 진영에 주로 머물렀고 나머지 선수들은 성남 진영 쪽에서 주로 움직였다. 홈팀 강원의 파상공세를 막는 동시에 선취골을 내준 뒤 수비를 강화해 추가골을 막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후반이 되면서 김 감독은 라인을 매우 파격적으로 끌어올렸다. 수비 진영에 최지묵과 연제운 이창용 정도만 남고 대부분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이 보였다. 결국 이런 공격적인 축구로의 전환은 동점골의 바탕이 됐고, 계속해서 역전골을 노리는 강공 축구의 원동력이 됐다. 강원 골키퍼 이광연의 몇 차례 선방이 없었다면 성남이 역전하는 경기였다. 성남은 선제골에도 기가 죽지 않았다. 상처 입은 야수처럼 더 날뛰었다.

성남은 1, 2라운드 때도 꾸준히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꾸준히 우위에 있는 볼 점유율과 슈팅 숫자가 이를 대변한다. 비록 2라운드 홈경기로 치른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는 워낙 단단히 틀어막은 인천의 수비에 휘말려 득점에 실패했지만, 경기 내내 공격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확실히 김 감독이 5개월 전에 약속한 '공격적이고 재미있는 축구'가 올 시즌 성남 경기에서 보인다. 이런 변화로 인해 성남이 어디까지 선전을 이어갈 수 있을 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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