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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분34초의 폭풍스프린트' 이악문 극장골, 손흥민이라서 가능했던 일

전영지 기자

입력 2020-02-17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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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분34초의 폭풍스프린트' 이악문 극장골, 손흥민이라서 가능했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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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밤(한국시각) 영국 버밍엄 빌라파크에서 펼쳐진 토트넘의 애스턴빌라 원정, 일진일퇴의 공방이 결국 2-2 무승부로 마무리되는가 싶던 원정 후반 추가시간, '손세이셔널' 손흥민의 폭풍질주가 시작됐다.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승리의 그날처럼 원샷원킬의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이날 경기의 '주연'이자 '엑스맨'이 된 엥겔스가 걷어내지 못하고 놓친 볼, 손흥민은 상대의 치명적인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체력이 바닥에 다다랐을 후반 추가시간 믿기 힘든 괴력이 솟아났다. 볼을 꿰찬 채 이를 악물고 문전으로 쇄도했다. 상대 골키퍼의 위치를 확인한 후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로 쭉 밀어내며 구석을 노려찬 볼이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셀 수 없이 많은 슈퍼세이브로 토트넘 공격수들의 머리를 감싸쥐게 했던 골키퍼 레이나가 마지막 순간 주저앉고 말았다. 손흥민의 극장골, 멀티골에 힘입어 토트넘이 3대2로 승리했다.

겨울휴식기 직후 첫 경기인 애스턴빌라 원정은 만만치 않았다. 토트넘은 올시즌 원정에서 단 2승에 그쳤고, 노리치시티(2대2무), 사우스햄턴(0대1패) 왓포드(0대0무)등 중하위권 팀과의 최근 원정 3경기에서 1승도 건지지 못했다. 톱4를 향한 본격 전쟁을 선언한 상황, 승점 3점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고 절실했다.

손흥민의 절실함은 이날 전반 추가시간 역전골 장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알더베이럴트가 전반 4분 뼈아픈 자책골을 넣고, 전반 27분 짜릿한 발리 동점골로 해결하며 1-1로 팽팽하던 전반 막판, 박스에서 엥겔스의 태클을 유도한 베르흐베인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 손흥민의 슈팅이 레이나 골키퍼에게 방향을 읽혔다. 그러나 손흥민은 슈팅 직후 빛의 속도로 쇄도해 세컨드볼을 밀어넣으며 기어이 골을 성공시켰다. 2-1, BBC는 '레이나의 슈퍼세이브였지만, 손흥민의 세컨드볼 마무리가 좋았다'고 평가했다.

후반에도 손흥민의 분투는 이어졌다. 후반 8분만에 세트피스에서 엥겔스에게 헤딩 동점골을 내줬다. 손흥민의 결승골을 향한 집념은 멈추지 않았다. 후반 16분 손흥민이 찬스를 잡았다. 수비수를 제친 뒤 그대로 슈팅했지만 레이나에게 막혔다. 후반 25분 오리에의 크로스에 이은 베르흐베인의 슈팅, 이어진 손흥민의 슈팅이 또다시 레이나에게 막혔다. 후반 39분 손흥민이 작심하고 찬 왼발 슈팅마저 수비에 막혔다.

포기를 모르는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까지 사력을 다했다. 손흥민이 엥겔스의 볼을 탈취해 골망을 흔든 시각은 정확히 93분34초, 모든 체력을 쏟아부은 추가시간, 믿을 수 없는 폭풍 스프린트였다. 결국 자신의 발끝으로 극장골 승리의 역사를 썼다. 뚫릴 것같지 않던 철벽 세이브를 선보이던 레이나를 기어이 뚫어냈다. 휘슬 직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한 미소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스피드, 체력에 지지 않는 승부욕, 위닝 멘탈리티를 가진 손흥민이라서 가능했던 일이다. 축구통계전문업체 옵타(opta)는 '손흥민의 93분34초 골은 2009년 8월 애런 레넌이 94분 24초에 버밍엄을 상대로 터트린 극장골 이후 토트넘 역사상 가장 늦은 시각에 터진 골'이라고 밝혔다.

손흥민은 경기후 인터뷰에서 "찬스가 오고 있었고 마지막까지 찬스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 운 좋게 제게 그 골이 왔다. 운 좋게 마무리가 잘 된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전반 페널티킥 상황에 대해서도 "리바운드해서 골을 넣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준비하고 있었다"고 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손흥민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이 골은 손흥민의 커리어 첫 5경기 연속골이자 리그 8-9호골, 시즌 15-16호골, 아시아 선수 최초의 프리미어리그 통산 50-51호골이었다. 토트넘 역사상 해리 케인(136골), 테디 셰링엄(97골), 저메인 데포, 로비 킨(이상 91골), 크리스티안 에릭센(51골)에 이어 6번째로 50골 고지를 넘어섰다. 골잡이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동안 팀을 위한 투혼으로 세운 기록이라 더욱 의미 있다. '킹 오브 더 매치(KING OF THE MATCH)'는 당연했다.

손흥민의 맹활약에 힘입어 토트넘은 승점40, 리그 5위에 올라섰다. 18일 맨유전을 앞둔 4위 첼시(승점 41)를 승점 1점차로 바짝 따라붙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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