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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호 결산] 결과는 실패였지만, 끝까지 선수들 감싸 안은 박항서

김용 기자

입력 2020-01-17 06:07

 결과는 실패였지만, 끝까지 선수들 감싸 안은 박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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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태국)=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당사자는 마음이 안아프겠나."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베트남은 17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AFC U-23 챔피언십 D조 조별리그 최종전인 북한전에서 충격적인 1대2 역전패를 당했다. 북한전을 이기면 8강 진출도 바라볼 수 있는 베트남이었지만, 오히려 2패만 안고 있던 북한에 일격을 당하며 조 최하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목표로 했던 베트남의 역사상 첫 올림픽 진출은 무산됐지만, 그동안 베트남 선수들과 끈끈한 신뢰 관계를 유지해왔던 박 감독의 모습은 어디 가지 않았다. 그동안 한국 축구 응원하기도 바빴던 한국팬들이 베트남 축구에 큰 관심을 가졌던 건, 박 감독과 베트남 선수들이 똘똘 뭉쳐 한 발씩 더 나아가는 모습에 감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북한전 전반 16분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나갔다. 하지만 곧이어 나온 실점이 치명타였다. 북한 강국철의 먼 거리 프리킥을 골키퍼 디엔중이 실수하며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동점골로 연결되고 만 것이다. 처리하기에 결코 어려운 공이 아니었고, 베트남 주전 골키퍼로 충분한 실력을 갖춘 선수였기에 그 실수가 더 아쉬웠다. 선제골 후 상대를 더 몰아붙여 다득점 게임은 만들 수 있는 흐름이었는데, 디엔중의 치명적 실수로 동점이 되며 베트남 선수들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꿔버린 실수였다.

물론 경기에서 이겼어도 아랍에미리트-요르단전 결과 때문에 8강전에 올라가지 못했겠지만, 어찌됐든 그 실수 하나로 역전패를 당했고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다.

박 감독은 경기 후 베트남 기자가 골키퍼 실수에 대해 묻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박 감독은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는 "나도 마음이 아픈데, 실수를 한 당사자는 마음이 안아프겠나. 경기는 끝났다. (디엔중이) 그런 부분에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제자를 감싸안았다. 박 감독은 전반전이 끝난 후에도 바로 라커룸에 들어가지 않고, 선수들이 모두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며 한 명씩 어깨를 토닥여줬다. 디엔중 역시 마찬가지였다.

또 다른 베트남 기자가 특정 선수의 이름을 거론하며 왜 조별리그 세 경기에 한 번도 뛰지 못했는지 물었다. 충분한 실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되는데, 못뛴 이유가 무엇이냐고 궁금해했다. 박 감독은 이에 대해서도 "특정 선수 기용 문제를 가지고 내가 거론하는 건 옳지 않다"고 잘라말했다. 이어 "그 선수 뿐 아니라 기회를 얻지 못한 다른 선수들도 많다"고 답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같다"고 사죄했다. 하지만 경기 후 경기장을 찾은 많은 베트남팬들은 선수단을 향해 박수를 보낸 후 박 감독의 이름을 외쳤다.

방콕(태국)=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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