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가 이번 아시안컵을 앞두고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컨디션이이었다. 철학과 전술은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부임 후 변화 보다는 틀을 완성하는데 집중했다. 1일(이하 한국시각) 사우디전(0대0 무)에서 변형 스리백을 실험하기도 했지만, 4-2-3-1을 축으로 팀을 완성하는데 포커스를 맞췄다. 베스트11에도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그 결과 선수들도 빠르게 벤투식 축구에 녹아들었다. 칠레, 우루과이 등 강팀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완성도를 갖췄다.
59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벤투호의 남은 과제는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었다. 정확하게는 부상 방지다. 이번 대회는 1월 펼쳐진다. K리그와 일본 J리그, 중국 슈퍼리그 등 동아시아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시즌을 마쳤다. 반면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시즌이 한창이다. 각기 다른 이들의 컨디션을 균일하게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벤투호는 피지컬 전문가를 추가했다. 기존의 페드로 페레이라 피지컬 코치에 주제 에르쿨라누 스포츠 사이언스 분석원이 함께 하고 있다. 훈련과 연습을 통해 얻은 선수들의 운동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에르쿨라누 분석원의 임무다.
벤투 감독의 노력은 시작도 하기 전에 틀어졌다. 개막 전부터 부상자가 나왔다. 울산전지훈련에서 다쳤던 나상호(광주)가 결국 대회 직전 낙마했다. 대신 이승우(헬라스 베로나)가 기회를 잡았다. 필리핀전을 앞두고는 정승현(가시마 앤틀러스)가 왼 허벅지에 통증을 느끼며 정상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필리핀과의 1차전에서 결국 탈이 났다. 두 명의 선수가 다쳤다. '중원의 핵' 기성용(뉴캐슬)은 오른 햄스트링을, '2선의 만능키' 이재성(홀슈타인 킬)은 오른 엄지 발가락을 다쳤다. 기성용은 일주일간 휴식과 치료가 필요하고, 이재성도 보호 차원에서 키르기스스탄전에 뛰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