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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호 조련' 김학범 리더십, 첫날부터 '야수성' 일깨웠다

박상경 기자

입력 2018-03-20 11:11

수정 2018-03-2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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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호 조련' 김학범 리더십, 첫날부터 '야수성' 일깨웠다


김학범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은 '호랑이 지도자'로 소문나 있다.



부리부리한 인상과 걸쭉한 목소리 톤은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고도 남는다. 겨우내 펼쳐지는 살인적인 체력훈련과 승리를 향한 갈망은 선수들을 극한으로 몰아붙였다. 그렇게 숱한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냈고 성과를 내면서 '공부하는 지도자', '학범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 감독이 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때만 해도 의견은 반으로 갈렸다. '팀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지도력이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졸전을 거듭하며 위기에 빠진 U-23 대표팀을 구해낼 것이라는 긍정론이 우세했다. 한켠에선 아들보다 어린 선수들에게 과연 '김학범식 지도법'이 통할 것이냐는 시각도 있었다.

19일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펼쳐진 소집 첫 훈련. 우려는 기우였다. 1시간20여분 가량의 훈련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모자를 눌러쓴 훈련복 차림으로 훈련장에 나선 김 감독은 선수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면서 '감초' 역할을 자처했다. 이민성 수석코치가 훈련을 주도하는 가운데 선수들 틈바구니에 섞여 장난을 치고 농담을 던지는 등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이날 훈련을 지켜본 관계자들은 "김 감독이 생각보다 부드러워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팀 관계자 역시 "감독님이 부임 전부터 '협조할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부담갖지 말고 연락하라'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시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매의 눈'까지 감춘 것은 아니었다. 선수들이 실수를 반복하자 직접 시범을 보이면서 '원포인트 레슨'을 펼쳤고 패스 훈련에선 직접 참가해 템포 조절에 나서기도 했다. 훈련 전 미팅에서도 대표팀 안팎에서의 규율을 강조하면서 명확한 지향점을 밝혔다.

'부드럽지만 강렬한' 그만의 리더십은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모습이다. 주장 김정호(인천)는 "감독님 이미지가 '호랑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미팅을 통해 겪어보니 생각보다 따뜻하신 것 같다. 훈련에서 엄하신 것은 역할상 당연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드필더 황인범(아산) 역시 "감독님이 첫 미팅에서 '운동장에서는 하고 싶은대로 해라. 하지만 생활, 규율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지컬 트레이너가 미팅 시간에 약간 늦은 부분이 있는데 코칭스태프도 예외가 없다고 강조했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1주일 간에서 훈련할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김 감독은 "첫 날 훈련 성과에 만족한다. 선수들의 눈빛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5개월 동안 수 차례에 불과한 준비기간, 촉박한 시간과의 싸움에 나선 김 감독은 첫 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맹호들의 야수성을 일깨우는데 성공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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