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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북맨'이동국 "그 어려운 일을 제가 해냈네요"

전영지 기자

입력 2017-11-22 17:46

수정 2017-11-2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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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북맨'이동국 "그 어려운 일을 제가 해냈네요"


"그 어려운 일을 제가 해냈네요."



지난 19일 2017시즌 수원과의 최종전(2대3패) 1-1로 팽팽하던 전반 41분, 이동국은 기어이 골망을 흔들었다. 시즌 10호골, 9년 연속 두자릿수 득점 신기록을 세운 순간이었다.

올 시즌 이동국의 기록은 매순간 찬란했다. '설마'는 늘 '역시'가 됐다. 거짓말 같은 꿈은 언제나 경이로운 현실이 됐다.

70골-70도움 기록이 걸린 9월 17일 포항 원정, 그에게 필요했던 시간은 불과 41초였다. 휘슬 직후 골맛을 보더니 전반 29분 한교원, 후반 16분 이재성의 쐐기골을 도우며 보란 듯이 70-70클럽에 가입했다.

통산 200호골은 더욱 극적이었다. 200호골 대기록에 1골차로 다가선 10월 29일 제주와의 홈경기, 이동국의 200호골과 전북의 우승이 함께하면 좋겠다는 소망은 현실이 됐다. 전북이 통산 5회 우승을 조기확정짓던 날, 후반 33분 이동국이 '200호골' 우승 축포를 쏘아올렸다. '1강'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포커페이스' 최강희 감독이 그라운드로 내달릴 만큼 짜릿한 순간이었다. '드라마'같은 사건에 전주성이 뜨겁게 열광했다. 남은 단 하나의 미션마저 이뤄냈다. 시즌 마지막 경기, '라이언킹'의 발끝은 어김없이 번쩍 빛났다. 극적인 기록의 순간들을 언급하며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송중기의 대사 '그 어려운 일을 제가 해냅니다'를 떠올렸다. 이동국은 "그러게요. 그 어려운 일을 제가 해냈네요"라고 맞장구를 치며 활짝 웃었다.

그는 진정한 프로이자, 냉정한 승부사였다. 기록이 걸린 경기, '원샷원킬'의 기회를 단 한번도 놓치지 않았다. 9년 연속 두자릿수 골 대기록은 '백미'였다. 이날 경기를 놓쳤다면 결코 이어갈 수 없는 기록을 끝내 달성했다. 두 팔을 활짝 벌리고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전주성을 질주했다. "솔직히 9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60~70분 안에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찬스에 결정을 짓게 돼서 기쁘다. 승리를 지켰다면 더 즐거운 기록이었을 텐데"라고 했다. "9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이라는 기록을 내년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기록"이라고 했다. 전인미답의 10시즌 연속 두자릿수 골 기록에 대한 의지를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22일 오후 전북 현대 구단은 이동국과의 재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올해 12월 말로 계약이 끝나는 이동국과 1년 재계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2009년 전북 유니폼을 입은 후 K리그 5회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 등 총 6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1강'의 아이콘이다. '전북맨' 이동국이 전북과 10년 동행하게 됐다. 그는 지난 9시즌간 전북에서 K리그 282경기 138골 42도움을 기록했다. 이동국은 재계약 소감을 통해 "나이가 아닌 선수로서의 기량과 가치를 인정해준 구단에 감사하다. 내년에도 전북이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갖고 그라운드에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는 각오를 바쳤다.

백승권 전북 단장 역시 흐뭇함을 표했다. "이동국은 자기관리가 철저한 선수다. 재계약 사인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동국이 흔쾌히 사인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동국은 경기력뿐만 아니라 위대한 가치를 지닌 선수다. 이동국을 보기 위해 전주성을 찾는 홈 팬들이 무수히 많다. 올시즌 이동국이 만들어낸 극적인 장면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백 단장은 '전북맨' 이동국을 향한 굳건한 믿음을 표했다. "내년에는 더 잘해줄 것이라 믿는다. 80-80 기록, 10년 연속 두자릿수 골 기록도 틀림없이 세워줄 것이라 확신한다."

매순간이 찬란했던 올시즌, 누구보다 빛났던 '서른여덟 골잡이' 이동국의 마무리는 아름다웠다. 20일, K리그 대상 시상식 스포트라이트 대신 그가 찾은 곳은 '고향' 포항이었다. 1998년 포항은 '축구청춘' 이동국의 시작점이었다. '대체불가'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이자 스타플레이어로서 포항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그 초심을 잃지 않았다. 포항 지진 피해 복구에 써달라며 우승 상금 중 5000만원을 기꺼이 내놓았다.

축구의 이유, K리그 레전드의 품격을 보여줬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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