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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감독 '전격 사임', 구단 만류에도 물러나

임정택 기자

입력 2017-11-18 15:03

수정 2017-11-1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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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감독 '전격 사임', 구단 만류에도 물러나


"이게 순리인 것 같습니다."



김학범 광주 감독은 18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2017년 K리그 클래식 최종 38라운드 종료 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지난 8월 전임 남기일 감독에 이어 광주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팀 잔류를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광주는 지난 4일 대구전에서 0대2로 패하며 강등 확정 고배를 마셨다.

김 감독은 포항전을 앞두고 기영옥 단장에게 사임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 단장은 만류했다. 팀이 강등됐지만 힘든 상황에도 용기를 내 광주 지휘봉을 잡아준 김 감독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김 감독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광주의 클래식 재승격을 위해서라도 김 감독의 지도력은 꼭 필요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정중히 고사했다. 어쨌든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는 책임감이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이게 순리인 것 같습니다." 김 감독이 남긴 말이었다. 김 감독은 "어떻게든 팀을 강등에서 구해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광주를 지켜봐주신,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를 조아려 사죄드린다"며 "이제 광주는 새로운 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 내 사임은 그 새판짜기의 일환이다. 광주가 다시 일어설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광주 강등에도 지역 사회의 목소리는 온정이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단의 노고를 치하하는 분위기가 컸다. 때문에 김 감독 체제로 더 유지되길 바라는 지지층이 더 많았다. 강등을 둘러싼 '책임공방'도 없었다. 김 감독을 중심으로 단단히 뭉친 광주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봤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스리백이 자리잡은 후 광주는 지난 9월 24일 강원전(1대1 무)을 시작으로 제주, 울산 등 강팀들과 연달아 1대1로 비기며 반전의 신호탄을 쐈다. 이어 지난달 15일 전남을 4대2로 완파한데 이어 상주를 1대0으로 제압하고 잔류 희망을 키워갔다. 하지만 이어진 인천과의 대결에서 0대0으로 비기고, 대구에 0대2로 패하며 눈물을 흘렸다.

결과는 아쉬움이었지만, 최선을 다 했기에 '내일'이 더 기대되는 김 감독의 광주였다. 광주 구단도 김 감독과 함께 가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던 만큼 김 감독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실패는 결국 실패일 뿐이라는 것. 광주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선 실패한 자신보단 더 뛰어난 지도자가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김 감독은 구단의 만류에도 불구, 광주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김 감독이 광주에 머문 시간, 단 3개월. 짧은 시간이지만 짙은 향기를 남기고 김 감독은 물러났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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