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친정 찾은 조나탄이 보여준 '최고의 예우'

임정택 기자

입력 2017-06-28 21:15

수정 2017-06-28 21:51

친정 찾은 조나탄이 보여준 '최고의 예우'


프로의 인연은 묘하다. 그리고 가끔은 가혹하다.



2014년, 브라질 출신 공격수 조나탄은 생전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공항에 내린 조나탄은 버스를 타고 먼 길을 거쳐 대구로 갔다.

기대 반 걱정 반. 조나탄은 실력으로 가치를 입증했다. 2014년 리그 14골-2도움을 기록했다.

이듬해엔 챌린지(2부 리그) 무대를 평정했다. 리그 39경기에 출전해 26골-6도움을 올렸다. 득점왕과 MVP(최우수선수)를 동시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애틋한 도시 대구, 고마운 팀 대구. 친정을 뒤로한 채 조나탄은 2016년 K리그 클래식 수원의 유니폼을 입었다.

시간이 흘렀다. 2017년 6월 28일. 조나탄의 마음은 설??? 2년여만에 친정을 찾았다. 이날 대구스타디움에서 수원과 대구가 17라운드 대결을 펼쳤다.

조나탄은 경기 시작 전 훈련을 앞두고 일찍이 대구스타디움의 푸른 잔디를 밟으며 경기를 준비했다. 긴장보단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일부 팬들이 이름을 외치자 슬쩍 바라보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가혹하지만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왔다. 킥오프 휘슬이 울렸다. 조나탄의 표정도 변했다. 비장함을 가득 품었다. 적으로 만난 친정팀, 수원의 청백적 유니폼을 입고 마주한 대구.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것 만이 조나탄이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예우였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폼이 좋았던 조나탄이다. 대구전을 앞두고 치른 3경기에서 연속골을 터뜨렸다. 이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찍이 골 맛을 봤다. 전반 9분, 문전으로 빠르게 쇄도하던 조나탄은 오른쪽 측면에서 넘어온 염기훈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틀어 넣었다.

대구 골문 바로 뒤에 대구 서포터스가 있었다. 조나탄은 엷은 미소를 띨 뿐 세리머니를 펼치지 않았다. 자신에게 달려오는 동료들을 향해 '자제하자'는 의미를 담은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대구 서포터스 눈엔 그런 조나탄이 예쁘고 대견했다. 그래서 쓰라린 실점에도 박수를 보냈다. 하프라인으로 걸어가던 조나탄이 등을 돌려 친정 팬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허리 숙여 인사했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수원 원정 서포터스의 표정도 미소였다.

조나탄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유주안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벗어났다. 부상은 아니다. 전략적 교체다. 조나탄 체력, 유주안의 경험을 위한 포석이었다.

한편 경기는 수원의 3대0 승리로 막을 내렸다. 후반 35분 염기훈이 1골을 추가했고, 경기 종료 직전 유주안까지 골 행렬에 가세했다.

대구=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