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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패' 부른 최순호 감독의 극단 로테이션, 왜?

박찬준 기자

입력 2017-06-25 14:50

수정 2017-06-25 16:24

'완패' 부른 최순호 감독의 극단 로테이션, 왜?


"일주일 한 고민이 아니에요. 휴식기때 이미 논의를 마친 로테이션이었어요."



2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 제주와의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 경기 전 엔트리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5경기 연속골의 양동현을 비롯해 심동운 김광석 손준호 강상우 등 주전급을 대거 제외하고 'U-20 월드컵 멤버' 이승모 우찬양을 비롯해 이광혁 김동기 조민우 등 어린 선수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주전급은 황지수 이승희, 무랄랴 정도만이 이름을 올렸다. '강호' 제주를 상대로 한 과감한 로테이션.

물론 결과는 아쉬웠다. 0대3 완패였다. 제주의 베스트 멤버를 상대로 고전했다. 하지만 최순호 포항 감독은 웃었다. 멀리 내다보고 한, 준비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어디에선가 한번은 쉬어야 했다. 판단하기에 제주 원정이 가장 좋은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일주일 동안 고민해 내린 결론이 아니었다. 휴식기 때 부터 코치들과 상의했다. 선수들에게도 일찌감치 이야기를 전해 몸을 미리 만들라고 했다. 대신 일급비밀이라고는 했다"고 했다.

최 감독이 로테이션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체력이다. 스쿼드가 얇은 포항은 주전들이 거의 전경기를 풀타임으로 뛰고 있다. 6월말부터 7월까지 8경기를 소화하는, 지옥의 스케줄을 넘기 위해서는 로테이션이 필요했다. 최 감독은 "여름을 잘 넘겨야 지금의 순위를 유지할 수 있다. 제주 원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체력적인 부분을 고려했다"고 했다. 특히 제주전을 골라 선택한 이유는 28일 홈에서 열리는 전북전 승리를 위해서다. 최 감독은 "그렇다면 어디에 컨디션을 맞추느냐가 중요한데, 아무래도 홈경기에 맞추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내가 올 시즌 목표로 잡은 것이 전구단 상대 승리인데 전북은 이번이 이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다"고 했다.

완패였지만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젊은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여줬다. 실제 전반 이광혁이 페널티킥이 들어갔더라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경기 내용이었다. 최 감독은 "기대반 우려반이었는데 생각보다 잘해줬다. 경기감각에 대한 문제였지, 실력에 대한 문제는 아니었다. 선수들이 꾸준히 연습경기만 했다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몇몇 선수들은 베스트 멤버에 넣어도 무리없이 녹아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앞으로 어린 선수들, 백업 선수들 관리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경기였다"고 자평했다.

최 감독은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제주전 로테이션을 통해 그가 얼마나 더 이번 시즌에 기대를 걸고 있는지 잘 보여줬다. 최 감독은 "목표를 높이 잡았다. 성적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시즌 전부터 이야기 했지만 클럽 운영에 대한 모델을 만들고 싶다.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다. 한번에 완벽하게 못가도 50~60%만 나아가도 그게 시즌 말미에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오늘 패배가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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