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 제주와의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 경기 전 엔트리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5경기 연속골의 양동현을 비롯해 심동운 김광석 손준호 강상우 등 주전급을 대거 제외하고 'U-20 월드컵 멤버' 이승모 우찬양을 비롯해 이광혁 김동기 조민우 등 어린 선수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주전급은 황지수 이승희, 무랄랴 정도만이 이름을 올렸다. '강호' 제주를 상대로 한 과감한 로테이션.
물론 결과는 아쉬웠다. 0대3 완패였다. 제주의 베스트 멤버를 상대로 고전했다. 하지만 최순호 포항 감독은 웃었다. 멀리 내다보고 한, 준비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어디에선가 한번은 쉬어야 했다. 판단하기에 제주 원정이 가장 좋은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일주일 동안 고민해 내린 결론이 아니었다. 휴식기 때 부터 코치들과 상의했다. 선수들에게도 일찌감치 이야기를 전해 몸을 미리 만들라고 했다. 대신 일급비밀이라고는 했다"고 했다.
완패였지만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젊은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여줬다. 실제 전반 이광혁이 페널티킥이 들어갔더라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경기 내용이었다. 최 감독은 "기대반 우려반이었는데 생각보다 잘해줬다. 경기감각에 대한 문제였지, 실력에 대한 문제는 아니었다. 선수들이 꾸준히 연습경기만 했다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몇몇 선수들은 베스트 멤버에 넣어도 무리없이 녹아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앞으로 어린 선수들, 백업 선수들 관리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경기였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