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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형' 다시 떴다, 인천 간절함에 자신감 얹다

김진회 기자

입력 2017-06-2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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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형' 다시 떴다, 인천 간절함에 자신감 얹다
이기형 인천 감독.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이기형 감독(43)은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강등 직전에 내몰린 인천을 구해냈다. 자신의 이름을 빗대 '이기는 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강등권 싸움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2017년, 목표는 하나였다. 시즌 초반 최대한 많은 승점을 따내 지난해처럼 피말리는 상황을 맞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3월 K리그 클래식 개막전을 포함해 8경기 동안 얻은 승점은 3점에 불과했다.

지난 5월 3일 시즌 첫 승을 얻긴 했지만 그 이후 또 다시 6경기 연속 무승에 허덕였다. 지난해 15경기(승점 12)와 비교해도 승점 3점이 모자르는 수준이었다. 득점 찬스를 만드는 작업은 답답했고 버티다 한계가 온 수비는 실점을 하는 형국이었다. 결국 주도권을 내준 채 역습으로 골을 노리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당시 이 감독은 "'이기는 형'이 아닌 '지는 형'이라고 안 불리려면 하루라도 빨리 이기고 올라가야 한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사실 6월 A매치 휴식기를 앞두고 이 감독의 경질설도 흘러나왔다. 구단은 분위기 반전을 위한 고육지책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구단은 감독대행을 떼고 첫 시즌을 치르는 이 감독을 믿기로 했다.

그 믿음의 결실이 지난 24일 울산과의 클래식 1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맺어졌다. 이날도 이 감독은 전형적인 수비형 스리백 전술을 폈다. 최근 8경기에서 무패(6승2무) 행진을 달리던 울산의 호랑이 발톱에 당하지 않기 위해선 먼저 움츠리면서 상대 공격을 막아낸 뒤 빠른 역습으로 골을 넣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날 전반에는 전혀 선수들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 게다가 전반 37분에는 울산의 한승규에게 선제골을 얻어맞았다.

하지만 후반 인천은 180도 달라졌다. 웨슬리와 김진야가 투입되자 대등한 경기가 펼쳐졌다. 김진야는 울산의 왼쪽 측면을 뚫었고 웨슬리는 울산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그리고 두 골이 터져나왔다.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후반 17분 문전에 있던 웨슬리는 이윤표의 롱패스를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감각적인 오른발 시저스킥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첫 가슴 트래핑도 쉽지 않았고 슈팅은 더 어려웠다. 이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후반 34분에는 수비수 최종환의 오른발이 번뜩였다. 아크 서클 왼쪽에서 문선민이 얻은 파울을 멋진 오른발 프리킥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공은 정확하게 왼쪽 사각지점으로 빨려들어갔다. 웨슬리의 시저스킥 공포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울산 골키퍼 조수혁은 최종환의 환상적인 프리킥까지 멍하니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인천 선수들은 울산 선수들보다 한 발 더 뛰면서 리드를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추가시간 4분을 더 보낸 인천은 감격적인 시즌 2승을 챙겼다. 박성철 코치와 진한 포옹을 한 이 감독의 눈에는 눈물이 ?션慧? 의욕적으로 출발한 시즌이었지만 풀릴 듯 풀리지 않는 변수 속에 보냈던 힘든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이 감독의 입장에선 역시 승리에 대한 고마움을 선수들에게 돌릴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이 정말 힘든 시기를 보냈다. 선수들이 역전승을 해냈다. 고맙다."

탈꼴찌는 승리로 수반된 또 다른 기쁨이었다. 그러나 간절함은 더욱 짙어졌다. 이 감독은 "아직 11위다. 강등권을 완전히 탈출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강팀과 계속 경기를 해야 한다. 승리에 자만하거나 나태해지지 않겠다. 남은 경기도 간절하게 임하겠다"고 전했다.

이제 인천은 그토록 바라던 열쇠를 끼운 느낌이다. 이 감독이 매 순간 강조하던 간절함에다 K리그 최고 상승세의 울산을 잡은 자신감이 더해졌다. '이기는 형'이 다시 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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