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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이 김신욱 활용법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박찬준 기자

입력 2016-09-28 21:24

전북이 김신욱 활용법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28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현대와 FC 서울이 AFC챔피언스리그 (ACL) 4강 1차전 경기를 펼쳤다. 전반 25분 전북 로페즈(왼쪽)가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레오나르도, 김신욱과 함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로페즈. 전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9.28

김신욱(전북)은 활용하기 까다로운 선수다.



높이라는 확실한 장점이 있지만, 이는 때에 따라서 독이 되기도 한다. 그의 머리를 향한 단조로운 공격만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처음에 전북에 왔을때도 그랬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올 시즌 김신욱을 데려온 후 롱볼 금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전북 선수들 역시 김신욱의 높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전북은 최강의 2선 공격진을 갖고 있지만 김신욱이 투입되면 투박한 축구를 반복해야 했다.

그 사이 김신욱은 부상의 늪에 빠졌다. 이동국은 언제나처럼 펄펄 날았고,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에두까지 재영입됐다. 김신욱의 전북 데뷔시즌은 최악의 결과로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그 무렵 반전이 시작됐다. 호흡을 맞추는 시간이 길어지자 김신욱도 전북 플레이에 녹아들었고, 전북 선수들도 김신욱 활용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동료들과 호흡이란 날개를 단 김신욱은 서서히 기지개를 켰다. 중요한 8, 9월 득점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던 김신욱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201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였다. 전북이 터뜨린 3골 모두 김신욱에서 출발했다. 전반 19분 김보경의 스루패스를 받아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을 시작으로 25분에는 절묘한 헤딩패스를 연결하며 로페즈의 추가골을 도왔다. 39분 쐐기골도 로페즈가 레오나르도에게 크로스하기 전 김신욱의 머리로부터 볼이 연결됐다. 김신욱은 후반에도 서울 수비를 괴롭혔다. 그의 높이는 역시 위력적이었고, 김신욱의 정확한 패스는 공격 속도를 높였다. 김신욱이 부담된 서울의 스리백은 좀처럼 전진하지 못했다.

사실 김신욱은 2선에서의 연계에 대단히 능한 선수다. 높이를 위한 용도로만 쓰는 것은 그의 능력을 반만 활용하는 것이다. 김신욱이 최고의 활약을 보였던 김호곤 감독이 울산을 이끌던 시절, 하피냐, 이근호 등의 뒤에서 섀도 스트라이커처럼 뛰었다. 전북도 김신욱을 그렇게 쓰기 시작했다. 전방에 전봇대처럼 우두커니 서있는 일은 없었다. 최전방과 2선을 오가며 공격의 '과정'에 관여했다. 최고의 활약을 보이던 김신욱은 후반 38분 머리가 아닌 발로 쐐기골을 터뜨렸다. 마무리도 좋았지만 상대의 뒷공간을 노리는 움직임이 절묘했다. 김신욱은 팬들의 환호 속에 후반 40분 교체아웃됐다.

김신욱은 카타르, 이란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 4차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에 포함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신욱을 여러차례 발탁했지만 그가 가진 능력치의 100%를 뽑아내지 못했다.

A대표팀은 지난 중국, 시리아와의 최종예선 1, 2차전에서 원톱 부재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아시아 최고 수준의 피지컬과 결정력을 가진 김신욱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김신욱이 이날 보여준 활약과 전북의 활용법은 슈틸리케호에 좋은 힌트가 될 수 있다.

전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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