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소속팀 레버쿠젠에서 아직 기회를 잡지 못한 상황, 국내에서 모처럼 펼쳐진 2차례 평가전은 류승우에게 절실한 무대였다. 연령별 대표팀에서부터 함께 발 맞춰온 절친들과 함께하는 올림픽대표팀에 대한 애착 또한 누구보다 강하다. 볼에 대한 열정과 굶주림이 감지됐다. 최전방, 측면, 중원을 가리지 않고 쉴새없이 오르내리며 찰거머리 같은 압박을 펼쳤다. 좁은 공간에서 특유의 유려한 드리블과 발 기술을 통한 탈압박도 인상적이었다. 공간이 생길 때마다 전방으로 날선 킬패스를 찔러넣었다.
지난 9일 1차 평가전, 류승우의 축구 센스는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황희찬, 지언학 등 '유럽파' 신예 공격라인과 환상적인 호흡을 과시하며 2대0 완승에 기여했다. 그러나 이날 전반 종료 직전 불미스러운 장면이 나왔다. 호주 선수와의 충돌이 때아닌 논란이 됐다. 동료와 협업 수비를 펼치다, 코너 페인의 종아리를 눌러 밟았다. 페인이 격분하며 몸으로 밀어붙이자, 류승우도 질세라 맞섰다. 일촉즉발 상황에서 류승우는 이내 스스로 잘못을 깨달았다. 휘슬이 울리고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류승우는 호주선수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화난 호주선수는 사과를 거부했다. 류승우는 전반전이 끝난 후 다시 한번 사과했다. 경기 종료 후 또다시 호주선수를 찾아가 사과했다. 3번에 걸쳐 진정성 있는 사과를 건넸다. 그러나 이날 경기 후 중계화면을 통해 류승우의 뒷머리를 치는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모습이 비치면서 류승우를 향한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일부 네티즌들이 '류승우의 행동을 질책하기 위해 감독이 뒤통수를 때렸다'고 연결해 해석했다. '태용타'라는 타이틀의 동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12일, 호주와의 2차 평가전을 앞두고 류승우는 '페어플레이'와 함께 골을 다짐했다. "2차전에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페어플레이하겠다"고 다짐했다. 약속을 지켰다. 후반 교체 직후 감각적인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2대1 승리를 이끌었고, 맨 오브 더매치(MOM, Man of the Match)에 선정되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