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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가 정상을 정복했다, 새로운 우승 화법 제시한 KCC의 슈퍼팀

류동혁 기자

입력 2024-05-06 13:17

수정 2024-05-0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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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가 정상을 정복했다, 새로운 우승 화법 제시한 KCC의 슈퍼팀
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부산 KCC의 챔피언 등극은 반전의 연속이다.



겉으로 보기엔 당연했지만, 당연하지 않은 KCC의 우승이었다. 아이러니컬함의 연속이다.

시즌 직전 KCC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기존 라건아 허 웅 이승현이 있었고, KCC의 '통 큰 투자'로 최준용을 데려왔다. 송교창도 가세했다.

오세근을 영입한 서울 SK와 함께 '슈퍼팀'이라는 별칭이 단숨에 붙었다. '재능의 합'은 돋보였지만, 불안함도 있었다. 조직력 부족과 개성 넘치는 선수들이 잘 어울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슈도 있었다.

정규리그 경기가 열리자, '고난의 연속'이었다. 미세한 약점들이 대두됐다. '반전 드라마'의 시작이었다.

일단, 우승의 필수인 수비 조직력을 다질 시간이 부족했다. 라건아는 노쇠화가 진행되고 있었고, 이승현과 최준용은 부상 후유증과 부상 변수에 시달렸다. 수비와 활동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강팀에 강하고, 약팀에 약한' 기복이 노출됐다. 외국인 선수도 불안했다. KBL에서 외국인 선수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하다. 디드릭 로슨(DB), 자밀 워니(SK) 아셈 마레이(LG) 등 절대 에이스가 있는 우승 경쟁팀과 비교하면 더욱 그랬다. 시즌 초반 라건아는 활동력이 떨어졌고, 멀티 플레이어로 데려온 알리제 존슨은 수비와 흐름을 읽는 흐름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결국 KCC는 정규리그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다. 정규리그 5위를 차지했다. 정규리그 도중 '슈퍼팀 논쟁'이 있었다. 전창진 KCC 감독은 "현 시점 우린 슈퍼팀이 아니다. 동네 슈퍼마켓팀"이라고 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날선 비판이었다. 사건도 있었다. 최준용, 송교창이 잇따라 정규리그 중, 후반 부상을 당했고, 성적 부진에 따른 팬들의 트럭 시위도 있었다. 전 감독은 "올 시즌이 끝난 뒤 감독직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우승을 위한 '배수의 진'이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알리제 존슨의 '출전 거부' 최준용의 '클럽행 구설수'도 있었다. 물론 가벼운 해프닝이었지만, 정규리그 부진했던 KCC 입장에서는 팀 분위기가 떨어질 수 있는 위기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극적 도약을 위한 '복선들'이었다.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전 감독은 이례적 자기 비판을 했다. 팀의 정규리그 부진한 성적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단, 정규리그 막판 팀 훈련을 통해 우승을 '확신'했다. 완전히 달라졌다. 허 웅 최준용 라건아 송교창 이승현 등은 '독기' 가득한 모습이었고,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집중력을 보였다.

경기력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2년 간 별다른 존재감을 갖지 못했던 에피스톨라가 '에이스 스토퍼'로 떠올렸다. 6강 SK전 김선형, 4강 DB전 이선 알바노, 챔피언 결정 KT전 허 훈을 잘 막았다. '2년 동안 숨겨놨던 비밀무기'라는 농담섞인 평가가 나올 정도로 뛰어난 활약이었다. 외곽 수비의 약점이 있었던 KCC는 에피스톨라의 예상치 못한 활약으로 이 약점마저 완벽하게 메웠다.

플레이오프에서는 흔히 '재능의 합'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를 한다. KCC는 차고 넘치는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이 아니었다. 잘 버무렸다.

허 웅의 득점력, 라건아의 보드 장악력, 송교창의 다재다능함, 최준용의 강력한 수비력이 결합됐다. 주전 의존도를 최소화했다. 재능이 넘치는 선수단이었지만, 전창진 감독은 이 '재능의 합'을 능숙하게 요리했다.

결국 주전 의존도가 가장 많아야 할 KCC가 '슈퍼 로테이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플레이오프부터 대부분 선수들의 출전시간이 30분이 넘지 않았다. 라건아 허 웅 송교창 최준용 등 '빅4' 뿐만 아니라 이승현, 알리제 존슨, 에피스톨라, 이호현, 정창영 등이 번갈아 활약했다. 이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면서, 자신들의 재능을 극대화했다.

약했던 수비력은 오히려 플레이오프 최고의 무기가 됐다. 거기에 따른 강력한 트랜지션과 속공이 KCC 플레이오프 최고의 무기가 됐다. 올 시즌 대부분 감독들은 "단기전 KCC의 재능이 폭발하면 가장 무서운 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겉으로 보기엔 이 평가가 타당하다. 단, 그 이면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팀 농구'로 뭉친 강력한 수비와 다양한 공격 패턴이 중심에 있었다.

KCC의 우승은 또 다른 '트렌드'를 만들었다. 그동안 KBL의 많은 구단들은 '적은 투자와 높은 효율성'을 추구했다. 강력한 조직력과 3&D 조합의 효율적 활용, 그리고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강력한 외국인 선수를 앞세워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KCC는 프로농구 10개 구단 중 가장 적극적 투자를 하는 모그룹이다. 결국 좋은 재능을 잘 벼린 뒤 타 팀이 넘보지 못할 단기전 전력을 구축했다.

반면, 올 시즌 플레이오프 이후 LG, SK 등은 우승을 위해 '재능'을 보충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KCC가 만든 진정한 '슈퍼팀'은 신선했다. 정규리그 5위 팀의 프로농구 최초 우승. 부산에서 챔프전 2경기 연속 1만 관중 돌파에 성공했다. 성적과 마케팅 모두 잡아낸 완벽한 '해피 엔딩'이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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