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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공한증은 유효했다, 중국전 완승의 비결은 '11'

김성원 기자

입력 2015-08-03 00:07

수정 2015-08-03 00:15

공한증은 유효했다, 중국전 완승의 비결은 '11'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첫 경기를 치르고 (목표가) 뚜렷하게 나올 것 같다. 최상의 전력을 준비한 홈팀 중국과 첫 경기를 치른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웠다. 아니 발톱을 숨겼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2015년 동아시안컵의 뚜껑이 열렸다. 슈틸리케호가 훨훨 날았다. 대한민국은 최근 중국과의 두 차례 대결에서 1무1패였다. 공한증도 사라지는 듯 했다. 그 열기가 다시 적지에서 되살아났다.

공한증은 유효했다. 슈틸리케호가 2일 중국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개최국 중국과의 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2대0으로 완승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투 트랙 전략'으로 중국과 맞섰다. 공격라인에는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들이 전면에 섰다. 수비 전략은 또 달랐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상대를 알고 자신을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수비라인은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채웠다. 지략은 절묘했다. 전반 초반 일찌감치 주도권을 잡은 한국은 90분내내 경기를 지배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축구 굴기(일으켜 세움)' 정책을 앞세워 '쩐의 전쟁'을 펼치고 있다. 거대한 자본이 지구촌 축구를 흔들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한국 축구를 넘기는 역부족이었다.

▶이재성의 놀이터, 나이 잊은 권창훈

그라운드는 이재성(23·전북)의 놀이터였다. 그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솥밥을 먹은 김승대(24·포항) 이종호(23·전남)와 함께 2선에 포진했다. 원톱은 슈틸리케호의 황태자 이정협(24·상주)의 몫이었다. 김승대와 이종호는 A매치 데뷔전이었다. 이재성은 태극마크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았다. 그는 6월 미얀마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1차전에서도 선제 결승골을 터트리며 팀의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전술의 근간인 유럽파가 없다. 이재성이 제대로 물을 만났다. 빠른 스피드와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워 경기 초반부터 중국 수비라인을 농락했다.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공격라인을 지휘했다. 그의 발끝에 걸리면 볼이 살아났다. 1~2명을 쉽게 따돌리는 드리블 능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반박자 빠른 패스 타이밍과 압박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전반 44분 그의 발끝에서 선제골이 나왔다.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수를 제친 후 김승대에게 빠르게 패스했고, 김승대가 골문을 열어젖혔다. 후반 12분 이종호의 추가골도 이재성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강력한 압박으로 상대의 역습을 끊은 후 연결한 패스를 김승대가 아크 오른쪽에서 받아 상대 골키퍼를 바라본 뒤 오른쪽으로 살짝 내줬고, 쇄도하던 이종호가 문전 왼쪽에서 골키퍼를 재치있게 제친 뒤 오른발로 마무리 했다.

중국전을 통해 A매치에 첫 선을 보인 '막내' 권창훈(21·수원)도 눈에 띄었다. 데뷔전을 무색케 할 정도로 플레이에는 농이 넘쳤다. 차원이 다른 완급조절로 중원을 지배했다. 원톱 이정협은 조연 역할을 충실하게 해줬다. 2선 공격수들을 위해 공간을 열어줬고, 욕심을 버리고 동료들을 위한 지능적인 플레이도 돋보였다. 슈틸리케 감독이 왜 이정협을 고집하는지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일전이었다.

▶안정된 수비라인, 큰 흠이 없었다

중앙 수비에는 중국 슈퍼리그 소속인 주장 김영권(25·광저우 헝다)과 김주영(27·상하이 상강)이 호흡을 맞췄다. 바로 위에는 장현수(24·광저우 부리)가 포진했다. 누구보다 중국 선수들을 잘 안다. 중국의 원톱으로 선발 출격한 가오린(29·광저우 헝다)은 김영권의 팀동료다. 측면의 유하이(28)와 우레이(24·이상 상하이 상강)는 김주영과 한솥밥을 먹고 있다. 장현수도 이들과 수차례 적으로 만났다.

경험이 주효했다. 셋이 수비라인을 이끌었다. 장현수는 중원에서 영리한 태클과 압박으로 상대 역습을 차단했다. 김영권과 김주영도 안정된 수비력으로 상대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좌우 윙백에 포진한 홍 철(25·수원)과 임창우(23·울산)도 흠이 없었다. 임창우도 중국전이 A매치 데뷔전이었다. 둘은 오버래핑이면 오버래핑, 수비면 수비, 윤활유처럼 움직이며 팀 플레이에 힘을 보탰다. 이날 슈틸리케호는 11명이 톱니바퀴처럼 긴밀하게 작동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제 목표를 정해도 될 듯 하다. 정상이다. 한국은 2008년 이후 7년 만의 동아시안컵 우승에 한 발짝 다가섰다. 다음은 한-일전이다. 슈틸리케호가 내일이 더 기대된다.

한편, 한국-중국전에 앞서 북한도 일본에 2대1로 역전승했다. 동아시안컵 1차전은 여자에 이어 남자도 한반도의 날이었다. 전날 여자도 한국과 북한이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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