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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기적, 포항 또 '반전드라마' 쓸까

박상경 기자

입력 2014-10-31 11:56

11월의 기적, 포항 또 '반전드라마' 쓸까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1년 전, 포항에겐 가망이 없어 보였다.



2013년 K-리그 클래식, '철퇴'를 앞세운 '동해안 라이벌' 울산의 진격은 가공할 만했다. 7월 중순 포항을 선두 자리에서 끌어내린 뒤 고공비행 했다. 포항은 스플릿 라운드가 시작된 9월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6경기서 단 1승(4무2패)으로 흔들렸다. 외국인 선수 없는 포항의 도전을 '실패'로 규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포항은 10월 19일 전북과의 FA컵 결승에서 승부차기 혈전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반전의 신호탄을 쐈다. 10월 30일 인천전에서 리그 무승을 끊더니 내리 5연승을 달렸고, 결국 울산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김원일의 버저비터골을 앞세워 거짓말 같은 승리를 따냈다. 한국 프로축구 사상 첫 더블(리그-FA컵)의 역사가 쓰였다.

1년이 흘렀다. 가을 바람에 포항이 또 흔들렸다. 9월 20일 수원전 패배를 시작으로 18일 제주전까지 6경기 연속 무승(2무4패)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26일 상주에게 3대0으로 완승하면서 지긋지긋한 무승에서 탈출했다. 지난 4월 12일 제주전 이후 6개월 만의 3골차 승리, 5월 10일 전남전 이후 반년 만의 3득점 복귀다. '11월의 기적'의 서막이 올랐다.

딱 1년 전 분위기와 비슷하다. 상주전 승리를 통해 부진을 훌훌 털어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은 A대표팀 합류로 숨가쁘게 달려온 김승대가 드디어 골맛을 봤다. 단짝 이명주의 이적 뒤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으나, 상주전 득점을 통해 부진을 씻어냈다. 흔들리던 수비라인도 안정을 찾았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붙박이 중앙 수비수 김광석 대신 김형일-김원일 조합을 내세워 무실점 효과를 봤다. 부상으로 이탈했던 황지수, 김태수, 김대호까지 복귀하면서 어느덧 힘을 회복했다.

포항은 1일 오후 2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제주와 클래식 34라운드, 스플릿 그룹A 첫 경기를 갖는다. 승점 55로 3위인 포항이 선두 전북(승점 68)을 따라잡을 가능성은 낮다. 포항은 리그 2연패 대신 2위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본선 직행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그룹A 5경기 결과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때문에 제주전 결과가 중요하다. 마침 제주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 지난 18일 제주전 0대3 완패를 안방에서 설욕하겠다며 칼을 갈고 있다.

황 감독은 "후반기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포항이 후반기 들어 경기력이 좋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우승권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면서도 "상위 스플릿은 좋은 팀들과 경기를 하는 승부다. 매 경기 결승이라는 심정으로 한 경기도 포기하면 안된다. 마지막 승부인 만큼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수원을 2위로 끌어내고 자력으로 ACL에 나서길 원한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면서도 "전북이 우승에 근접한 것은 사실이지만 축구는 모른다"며 11월의 기적을 떠올리는 모습이다.

축구공은 둥글다. 포항은 불과 1년 전 기적의 역사를 썼다. 상주전 승리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포항은 또 한 번의 '반전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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