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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점하면 안됐던 이유' 최은성 은퇴, 비하인드 스토리

하성룡 기자

입력 2014-07-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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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점하면 안됐던 이유' 최은성 은퇴, 비하인드 스토리
전북 현대와 상주 상무의 K리그 클래식 2014 16라운드 경기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오늘 경기를 끝으로 현역생활을 마무리하는 전북 최은성이 상주 이근호와 악수를 하고 있다. 'K리그의 레전드' 최은성은 오늘 경기까지 K리그 통산 532경기를 출전했다. K리그 역사상 최고령 출전 3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최은성의 나이는 만 43세. 18년의 프로생활 중 그는 단 두 팀에서만 활약했다. 1997년부터 2011년까지 대전, 2012년부터 현재까지 전북에서 프로 생활을 보냈다. 대전에서 총 464경기에 출전해 K리그 통산 한 구단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한 선수이기도 하다. 전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7.20/

18년 동안의 현역 프로생활을 마감한 K-리그의 '레전드' 최은성(43·전북)의 은퇴 경기에는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도 즐비했다.



최은성은 경기 전 한 가지 목표를 밝혔다. "내 은퇴 경기가 중요한게 아니라, 팀이 무실점을 하는게 중요하다." 목표를 이뤘다. 최은성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상주와의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에 선발 출전해 전반 45분동안 상주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전북 동료들은 상주전을 6대0 대승으로 마무리하며 최은성에게 최고의 은퇴 경기를 선사했다. 경기를 마친 이동국은 "모든 선수들이 은성이형의 은퇴 경기에서 실점을 하지 않기 위해 공격 진영부터 수비에 적극 가담했다"고 했다.

그러나 최은성만큼, 전북 동료들만큼 '무실점'을 바라던 이들이 또 있었다. 은퇴경기 기념 '한정판' 머플러를 만든 사람들이었다. 전북 구단과 머플러 제작업체는 머플러에 532경기 출전수와 총 실점수(674골), 경기당 평균 실점(1.2골)을 새겼다. 18년동안 그가 남긴 족적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은퇴경기수는 미리 감안을 했지만 실점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자칫 최은성이 은퇴 경기에서 실점이라도 하게 될 경우 한정판으로 제작한 머플러를 다시 만들어야 했다. 전북 구단과 머플러 제작업체는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 잔뜩 긴장했다. 두 손을 모으고 '무실점'을 기도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상주의 권순형과 한상운이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최은성이 몸을 날려 볼을 잡아냈다. 실점 위기를 넘기자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45분간 최은성은 무실점으로 상주의 공격을 막아냈고, 한정판 머플러는 휴지통으로 직행할 위기를 모면했다.

골 세리머니와 관련된 일화도 있었다. '헹가래 세리머니'는 기획-연기까지 모두 '라이언킹' 이동국의 작품이었다. 경기전 이동국이 라커룸에 있던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보통 '깜짝 세리머니'는 주인공을 배제한채 각본이 쓰여진다. 이날은 달랐다. 최은성도 '세리머니 기획'에 적극 참여했다. 이동국이 "골을 넣으면 은성이형 헹가래를 해주자"고 선수들에게 제안하며 '노장' 최은성에게는 특별한 부탁을 했다. "우리가 골 넣으면 하프라인으로 오세요." 0-0으로 맞선 전반 17분 이동국의 선제골이 터졌다. 최은성은 후배들의 명령(?)대로 골대부터 하프라인까지 득달같이 뛰어 갔다. 세 번의 헹가래, 동료들과의 포옹 등 아름다운 세리머니가 펼쳐졌다. 경기를 마친 뒤 이동국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은성이 웃음을 머금으며 세리머니 상황을 설명했다. "동국이가 생각해낸 세리머니다. 그런데 내가 하프라인까지 간 이유가 있었다. 10명의 선수가 골대까지 오기 힘들다더라. '한 명만 하프라인까지 오면 된다'며 나보고 오라고 했다." 후배들의 지시를 잘 따른 '코치' 최은성은 "동국이와 동료들이 특별한 세리머니를 해줘서 고마웠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하프타임에 열린 은퇴식에서는 최은성의 뜨거운 눈물이 화제였다. 무덤덤하게 은퇴 소감을 밝히던 그도 가족 얘기가 나오자 끝내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18년 동안 가족과 함께 나들이 한 번 가지 못했다. 곁에서 지켜준 아내와 아이들에게 정말 고맙다. 사랑한다"며 눈물을 훔쳤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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