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성은 경기 전 한 가지 목표를 밝혔다. "내 은퇴 경기가 중요한게 아니라, 팀이 무실점을 하는게 중요하다." 목표를 이뤘다. 최은성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상주와의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에 선발 출전해 전반 45분동안 상주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전북 동료들은 상주전을 6대0 대승으로 마무리하며 최은성에게 최고의 은퇴 경기를 선사했다. 경기를 마친 이동국은 "모든 선수들이 은성이형의 은퇴 경기에서 실점을 하지 않기 위해 공격 진영부터 수비에 적극 가담했다"고 했다.
그러나 최은성만큼, 전북 동료들만큼 '무실점'을 바라던 이들이 또 있었다. 은퇴경기 기념 '한정판' 머플러를 만든 사람들이었다. 전북 구단과 머플러 제작업체는 머플러에 532경기 출전수와 총 실점수(674골), 경기당 평균 실점(1.2골)을 새겼다. 18년동안 그가 남긴 족적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은퇴경기수는 미리 감안을 했지만 실점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자칫 최은성이 은퇴 경기에서 실점이라도 하게 될 경우 한정판으로 제작한 머플러를 다시 만들어야 했다. 전북 구단과 머플러 제작업체는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 잔뜩 긴장했다. 두 손을 모으고 '무실점'을 기도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상주의 권순형과 한상운이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최은성이 몸을 날려 볼을 잡아냈다. 실점 위기를 넘기자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45분간 최은성은 무실점으로 상주의 공격을 막아냈고, 한정판 머플러는 휴지통으로 직행할 위기를 모면했다.
하프타임에 열린 은퇴식에서는 최은성의 뜨거운 눈물이 화제였다. 무덤덤하게 은퇴 소감을 밝히던 그도 가족 얘기가 나오자 끝내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18년 동안 가족과 함께 나들이 한 번 가지 못했다. 곁에서 지켜준 아내와 아이들에게 정말 고맙다. 사랑한다"며 눈물을 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