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의 빈틈없는 예측력은 4일 결실을 맺었다. 울산이 K-리그 자존심을 세웠다. 챔피언스리그 4강행 막차를 탔다.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의 8강 원정 2차전에서 무려 4대0 대승을 거뒀다. 지난달 19일 홈 1차전에서 1대0 신승을 거뒀던 울산은 1, 2차전 합계 5대0으로 가볍게 승리해 4강행 티켓을 따냈다. 울산은 24일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와 4강 원정 1차전을 치른다. 분요드코르는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호주)를 연장 접전 끝에 최종합계 5대4로 꺾고 4강에 합류했다. 울산은 31일 4강 2차전을 안방인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갖는다.
대한해협을 건너온 '감바 삼총사'(이근호, 김승용, 하피냐)가 김 감독의 공격 축구를 완성시켰다. 이근호는 1골-1도움으로 4강을 견인했다. 그러나 올시즌 공격력에는 다소 기복이 있었다. 많은 활동량으로 상대 수비수를 괴롭히는 것은 박수받을 만 하지만 득점포가 오랜 기간 침묵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된다. 무릎도 좋지 않은데다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줄곧 풀타임을 뛰면서 체력이 뚝 떨어진 것이 원인이었다. 여기에 A대표팀까지 발탁되면서 정신없는 2012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위기에서 빛나는 것이 '스타'라고 했던가. 이근호는 '명불허전'이었다. 먼저 귀중한 선제골을 도왔다. 왼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 뒷 쪽으로 쇄도하던 하피냐에게 감각적인 패스를 전달했다. 그의 '축구 센스'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후반 19분에는 네 번째 골을 작렬시켰다. 헤딩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모든 신체부위로 골을 터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마지막 감바의 보석은 하피냐다. 김 감독은 이근호 김승용과 과거에 감바에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하피냐의 빠른 적응을 내다봤다. 하피냐는 1m72의 단신이지만 힘이 장사다. 왠만한 몸싸움은 밀리지 않는다. 몸의 균형도 좋아 좀처럼 쓰러지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공격에 방점을 찍어줄 인재였다. 지난해 15경기에 출전해 11골-4도움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마라냥 효과'가 시들해지던 여름 임대돼 울산의 공격력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8강 1차전에서도 결승골을 터뜨렸고, 2차전에선 멀티골을 쏘아 올렸다. 울산 4강행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