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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자존심 지킨 울산, ACL 4강행 두 가지 원동력은?

김진회 기자

입력 2012-10-0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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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자존심 지킨 울산, ACL 4강행 두 가지 원동력은?


김호곤 울산 감독(61)은 현재 K-리그 최고령 사령탑이다. 지도자 생활 29년차다. 풍부한 경험과 세련된 노련미로 중무장되어 있다. 김 감독은 2009년 울산의 지휘봉을 잡은 뒤 팀을 개혁시켰다. 가장 먼저 변화시킨 것은 팀 정체성이었다. K-리그 팬들에게 이미지가 굳어있던 울산의 수비지향적 축구를 공격 축구로 변모시켰다. 만족스럽지 못했다. 지난시즌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철퇴축구'라는 근사한 브랜드까지 탄생시켰지만 뭔가 빠진 느낌이었다. 득점 수가 저조했다. 때문에 올시즌 공격력 강화에 힘썼다.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에서 이근호와 김승용을 데려왔다. 일본 대표팀 출신 아키와 브라질 출신 공격수 마라냥도 전력에 포함시켰다.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기 위해선 풍부한 즉시 전력감들이 필요했다. 김 감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대비였다. 이미 3년 전 빈약한 자원으로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탈락의 쓴잔을 들이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김 감독의 초점은 공격력 강화였다. 또 다시 감바에서 브라질 출신 하피냐와 이승렬을 영입했다. 3개월여 뒤 벌어질 챔피언스리그 8강전을 내다보고 편 전략이었다. '국가대표 원-투 펀치' 김신욱과 이근호를 보유했고, '특급조커' 마라냥까지 부러울 것이 없었던 공격진에 또 다시 활력을 불어넣었다.



김 감독의 빈틈없는 예측력은 4일 결실을 맺었다. 울산이 K-리그 자존심을 세웠다. 챔피언스리그 4강행 막차를 탔다.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의 8강 원정 2차전에서 무려 4대0 대승을 거뒀다. 지난달 19일 홈 1차전에서 1대0 신승을 거뒀던 울산은 1, 2차전 합계 5대0으로 가볍게 승리해 4강행 티켓을 따냈다. 울산은 24일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와 4강 원정 1차전을 치른다. 분요드코르는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호주)를 연장 접전 끝에 최종합계 5대4로 꺾고 4강에 합류했다. 울산은 31일 4강 2차전을 안방인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갖는다.

대한해협을 건너온 '감바 삼총사'(이근호, 김승용, 하피냐)가 김 감독의 공격 축구를 완성시켰다. 이근호는 1골-1도움으로 4강을 견인했다. 그러나 올시즌 공격력에는 다소 기복이 있었다. 많은 활동량으로 상대 수비수를 괴롭히는 것은 박수받을 만 하지만 득점포가 오랜 기간 침묵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된다. 무릎도 좋지 않은데다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줄곧 풀타임을 뛰면서 체력이 뚝 떨어진 것이 원인이었다. 여기에 A대표팀까지 발탁되면서 정신없는 2012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위기에서 빛나는 것이 '스타'라고 했던가. 이근호는 '명불허전'이었다. 먼저 귀중한 선제골을 도왔다. 왼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 뒷 쪽으로 쇄도하던 하피냐에게 감각적인 패스를 전달했다. 그의 '축구 센스'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후반 19분에는 네 번째 골을 작렬시켰다. 헤딩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모든 신체부위로 골을 터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김승용은 사우디에 도착한 뒤 킥 감각이 되살아났다. 선수들과 여러 세트피스 상황을 준비했다. 그 결과 2도움을 올렸다. 정확한 '택배 크로스'는 명품이었다. 특히 추가골 장면에서 상대 수비수와의 끈질긴 몸싸움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쇄도하던 동료에게 패스하는 끈기를 발휘했다. 김승용이 일본에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체득한 '악바리 기질'이 살아났다.

마지막 감바의 보석은 하피냐다. 김 감독은 이근호 김승용과 과거에 감바에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하피냐의 빠른 적응을 내다봤다. 하피냐는 1m72의 단신이지만 힘이 장사다. 왠만한 몸싸움은 밀리지 않는다. 몸의 균형도 좋아 좀처럼 쓰러지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공격에 방점을 찍어줄 인재였다. 지난해 15경기에 출전해 11골-4도움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마라냥 효과'가 시들해지던 여름 임대돼 울산의 공격력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8강 1차전에서도 결승골을 터뜨렸고, 2차전에선 멀티골을 쏘아 올렸다. 울산 4강행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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