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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K리거X황희찬 골폭풍X손흥민 복귀=신태용은 웃는다

박찬준 기자

입력 2017-07-1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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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K리거X황희찬 골폭풍X손흥민 복귀=신태용은 웃는다


신태용 신임 A대표팀 감독은 바쁘다.



4일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후임으로 낙점된 신 감독은 눈코뜰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6일 취임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공식일정을 시작한 신 감독은 곧바로 8일부터 K리그 관전에 나섰다.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전북-울산),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수원-제주), 15일 포항스틸야드(포항-수원), 16일 상주시민운동장(상주-전북)까지 빡빡한 스케줄을 이어가고 있다. 12일 코치 선임을 완료한 신 감독은 더 많은 관전을 예고하고 나섰다.

신 감독이 강행군을 이어가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다. 한국축구는 위기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에 속한 한국(승점 13)은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에 불과 승점 1점 앞선 불안한 2위를 달리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한 이유다. 러시아월드컵은 각조 1, 2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3위는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다음달 31일 이란, 9월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9, 10차전에서 삐끗할 경우 러시아행을 장담할 수 없다.

상황은 썩 좋지 않다. 대표팀의 주축인 유럽파가 정상 컨디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상에 시달리는 선수들도 있고, 프리시즌 준비로 경기 감각이 떨어지는 선수들도 있다. 결국 신 감독은 한창 시즌 중인 K리거 위주로 대표팀을 꾸릴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유럽파를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탁월한 기량과 큰 무대 경험을 보유한 유럽파는 분명 A대표팀의 든든한 자산이다. 신 감독 역시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다 내 머릿속에 있다. 그동안 함께해 본 선수들이다. 유럽파들의 장점과 단점을 전부 알고 있다"며 "전화로도 선수들과 직접 통화하며 수시로 꼼꼼히 체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유럽파가 화답하기 시작했다. K리그에 쏠려 있는 관심을 돌려놓을만한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가장 뜨거운 선수는 단연 황희찬(잘츠부르크)이다. 황희찬은 16일(이하 한국시각) 오스트리아 코랄름슈타디온에서 열린 도이칠란트벨르거SC와 OFB컵 1라운드 원정경기에 선발로 출전했다. 프레드릭 구브란트센과 투톱을 이룬 황희찬은 1-0으로 앞서던 전반 37분 페널티킥을 유도했고, 직접 키커로 나서 골망을 갈랐다. 12일 하이버니언스FC(몰타)와 2017~2018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2차 예선에서 골을 터뜨린 데 이어 2경기 연속으로 골 맛을 봤다. 황희찬은 전반을 마치고 메르힘 베리샤와 교체돼 체력을 비축했다. 잘츠부르크는 7대0 완승을 거뒀다.

최근 황희찬의 발끝은 물이 올랐다. 잘츠부르크 유니폼을 입고 치른 공식경기에서 5경기 연속골이다. 중간에 A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치른 6월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8차전에서도 득점에 성공했다. 황희찬의 A매치 데뷔골이었다. 지난 시즌 리그 12호골을 포함해 시즌 16골을 터뜨린 황희찬은 유럽에서 주목받는 젊은 공격수로 떠올랐다. 여름이적시장에서 함부르크 등 독일 분데스리가 클럽의 관심을 받고 있다. 새로운 시즌에 접어든 황희찬은 초반부터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도 부상에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손흥민은 15일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의 팀 훈련장, 엔필드 트레이닝 센터에서 동료들과 함께 첫 훈련을 시작했다. 토트넘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선수들이 23일 열리는 파리생제르맹과 친선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시작했다'며 '손흥민도 훈련에 참가해 재활 훈련을 소화했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이날 훈련에서 오른쪽 팔에 보호대를 차고 훈련했다.

손흥민은 지난달 14일 카타르전에서 공중볼을 다투고 착지하던 중 오른팔이 부러졌다. 지난달 16일 수술대에 올랐고, 그동안 보호기구를 차고 재활과 회복에 힘썼다. 손흥민은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하체 밸런스를 잡아주는 점핑 훈련 등을 소화했다. 그는 대형 거울을 앞에 두고 자세를 확인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부상 부위에 무리가 가지 않는 하체 위주의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이 빠른 회복세로 첫 훈련을 시작함에 따라 이란-우즈벡전 출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손흥민은 13일 출국길에서도 "나라를 대표하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뛸 수 있도록 몸을 만들겠다"며 대표팀 출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손흥민은 의심할 여지 없는 대표팀의 에이스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코리안 유럽파 득점사를 새로 썼다. 리그 14호골을 포함해, 시즌 21호 골로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이 보유했던 유럽 무대 한국인 한 시즌 최다골 기록(19골)을 넘어섰다.

이 밖에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오랜 부상을 딛고 복귀전을 치렀으며,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도 프리시즌 투어 명단에 포함됐다.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도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파들이 제 궤도에 오르며 신 감독의 입가에도 비로소 미소가 번지고 있다. K리그는 "누구든 대표팀에 뽑을 수 있다"는 신 감독의 무한경쟁 선언 후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일 골폭풍이 이어지며 재밌는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염기훈(수원) 이근호(강원) 등 베테랑 선수들을 중심으로 K리거들은 연일 신바람을 내고 있다. '나도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다'는 희망이 가득하다. 여기에 유럽파까지 가세하며 신 감독이 원하는 '강한, 경쟁력 넘치는' A대표팀이 완성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위기 속에 출발했던 신태용호에 조금씩 희망의 기운이 차오르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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