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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꽁꽁 얼어붙은 '뉴진스' 위로 '아일릿'이 걸어다닙니다…민희진 한파주의보?

정빛 기자

입력 2024-04-2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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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은 '뉴진스' 위로 '아일릿'이 걸어다닙니다…민희진 한파주의보…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소속 가수 뉴진스(위), 하이브 산하 레이브 빌리프랩의 소속 가수 아일릿. 사진=스포츠조선DB, 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하이브와 어도어 민희진 대표 간 내홍이 '극심한 한파'로 몰아치는 모양새다. 당장 컴백을 앞둔 뉴진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꽁꽁 얼어붙었고, 민 대표의 저격을 받은 아일릿은 상승세를 자랑하고 있다. 최근 유행 중인 밈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 다닙니다'가 생각나는 이유다.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 대표에 '경영권 탈취' 명분으로 감사에 착수한 가운데, 민 대표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아일릿의 뉴진스 도용'이라고 맞서고 있다. 하이브의 또 다른 산하 레이블인 빌리프랩이 지난달 선보인 신인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의 음악적 특징이나 시각적 콘셉트 등을 따라 했다고 하이브에 문제 제기하자, 하이브가 자신을 해임하려 한다는 것이 민 대표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민 대표는 '아일릿은 뉴진스의 아류', '민희진 풍', '민희진 류' 등 강한 어휘로 표현해 도마 위에 올랐다. 민 대표는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아일릿 데뷔 앨범의 프로듀싱을 했다.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는 빌리프랩 혼자 한 일이 아니며 하이브가 관여한 일"이라며 "어도어와 뉴진스가 이룬 문화적 성과는 아이러니하게도 하이브에 의해 가장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비판했다.

민 대표의 입장을 두고, 두 그룹이 일부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뉴진스 또한 완전한 새로운 형태가 아니며, 아일릿도 트렌드를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더군다나 뉴진스도 '방탄소년단 여동생'으로 알려졌고, 멤버들이 하이브 내 또 다른 레이블 쏘스뮤직 연습생들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민 대표의 주장은 큰 공감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민 대표가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민 대표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신인 보이그룹 투어스, 자신의 전직장 SM엔터테인먼트의 라이즈도 뉴진스를 베꼈고,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나를 베껴 방탄소년단을 만들었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는 정황이 드러나, '자의식 과잉'이 아니냐는 여론의 지적을 받는 중이다.

이로 인해 당장 컴백을 앞둔 뉴진스는 곤경에 처했지만, 이제 막 데뷔한 아일릿은 뜻밖의 관심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뉴진스 멤버들은 곤란스럽다는 입장을 에둘러 표한 듯하다. 멤버 민지는 지난 23일 한 명품 브랜드 포토 행사에 참석했지만, 포토월에서 "밝게 웃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도 끝까지 웃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마무리했다.

뉴진스에 안타까운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무엇보다 당장 컴백이라는 점이 관심사다. 뉴진스는 오는 27일 신곡 '버블 검' 뮤직비디오를 선공개하고, 내달 24일 새 싱글 '하우 스위트'를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 5월에는 일본 정식 데뷔 싱글을 발매하고, 6월에는 일본 도쿄 돔에서 대규모 팬 미팅을 여는 등 상반기 바쁜 일정이 예고됐다. 하이브와 어도어 간 내홍 속, 현재까지 뉴진스의 컴백 일정에 큰 변동은 없다.

다만 하이브 감사 결과에 따라, 뉴진스 멤버들의 향후 거취와 행보가 달라질 수 있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소 민 대표는 멤버들은 물론, 멤버들 부모들과도 강한 유대감을 가져왔다. 그렇기에 멤버들이 '뉴진스 엄마'로 불리는 민 대표를 지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민 대표가 어도어 대표를 유지하게 된다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번 하이브의 감사로, 민 대표가 어도어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됐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멤버들은 '민희진'이 아닌 '어도어'와 전속계약을 체결했기에, 계속해서 민 대표 손을 잡고자 한다면, 어도어가 멤버들의 계약을 해지해 주지 않는 이상, 법원에 어도어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앞선 피프티 피프티 사례처럼, 법원에서 기각 결정을 내린다면, 뉴진스 멤버들과 민 대표의 동행은 어렵게 된다.

팬들과 하이브는 멤버들이 민 대표와 별개로 어도어에 잔류하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팬들은 24일 서울 용산 하이브 사옥 앞에서 '민희진은 타 아티스트 비방을 즉시 멈춰라', '버니즈(뉴진스 팬클럽)는 하이브 소속 뉴진스를 지지한다', '민희진은 더 이상 뉴진스와 가족을 이용하지 말라'는 문구가 담긴 트럭으로 시위를 벌였다.

하이브 박지원 CEO도 23일 사내 공지를 통해 뉴진스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CEO는 어도어 구성원에게 "불안한 마음 갖지 마시고 현재와 같이 맡은바 뉴진스의 컴백과 성장을 위해 업무에 최선을 다해 주시길 당부드린다"라며 "아티스트와 구성원을 지키는데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있으며, 아티스트가 이번 일로 흔들리지 않도록 관계된 분들은 모두 각별히 애써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아일릿은 이번 사태로 '뉴진스 아류'라는 오명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초반에 사기도 했지만, 오히려 '위기를 기회' 삼은 모양이다. 연일 뉴스가 하이브 내홍으로 도배되면서, 아일릿을 잘 몰랐던 대중에게도 '동정심'과 '응원'을 사면서, 인지도를 상당히 올린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데뷔곡 '마그네틱'은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글로벌 차트에서 '롱런 인기' 시동을 걸었다. 먼저 이번 하이브 내홍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국내 분위기부터 살펴보자면, '마그네틱'은 23일 발표된 멜론, 벅스, 지니뮤직, 네이버 바이브, 플로 일간차트(4월 22일 자) 모두 1위에 오르며 이른바 '퍼펙트 올킬'을 달성했다.

팝 본고장에서도 마찬가지다. 23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빌보드 최신 차트(4월 27일 자)에 따르면, '마그네틱'은 '글로벌(미국 제외)'과 '글로벌200'에서 각각 3위, 6위를 차지했다. 이는 테일러 스위프트 등 대형 팝스타들의 컴백 러시에도 두 주요 차트에 4주 연속 진입한 것으로, '마그네틱'의 뒷심을 알 수 있게 한다. 데뷔앨범 '슈퍼 리얼 미'도 '월드 앨범' 5위, '히트시커스 앨범' 10위에 랭크돼 3주 연속 차트인에 성공했다.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도 신기록을 세웠다. 오리콘 최신 주간차트(4월 24일 자)에 따르면, '마그네틱'은 일주일 동안 조회(재생) 수 1167만 회로 '주간 스트리밍 랭킹' 2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아일릿은 이 차트에서 3주 연속 1000만 조회수를 돌파한 첫 해외 여성 아티스트가 됐다.

그럼에도 아일릿과 아일릿이 소속된 빌리프랩은 민 대표의 저격으로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박 CEO도 빌리프랩 구성원들에게 "아일릿의 데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사실이 아닌 내용에 마음 상하지 마시고 아일릿의 성공을 위해 매진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위로했다.

이처럼 하이브와 어도어 간 골이 깊어지면서, 뉴진스와 아일릿이 계속해서 입에 오르내리락 하고 있다. 대다수 네티즌은 어른들 싸움에 미성년자 멤버들이 휘말리게 됐다며, 이번 내홍에 두 그룹의 책임은 없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박 CEO 또한 "뉴진스와 아일릿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어떤 것들을 실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속해서 고민하고 개선하겠다"고 했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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