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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오래가는 놈이 센놈"..유오성, 운명적인 '검은 태양'으로 연 인생 3쿼터(종합)

문지연 기자

입력 2021-10-2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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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가는 놈이 센놈"..유오성, 운명적인 '검은 태양'으로 연 인생 …
사진=MBC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유오성이 인생의 3쿼터를 '검은 태양'으로 시작했다.



MBC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박석호 극본, 김성용 연출)은 1년 전 실종됐던 국정원 최고의 현장요원 한지혁(남궁민)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내부 배신자를 찾아내기 위해 조직으로 복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유오성은 극중 어둠의 권력을 틀어쥔 '범죄자 위의 범죄자' 백모사를 맡아 한지혁, 유제이(김지은)와 맞섰다.

'검은 태양'은 웨이브 오리지널로 제작돼 MBC에서 최고 시청률 9.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고, OTT 유입률을 높이는 등 선전했다.

유오성은 26일 오후 MBC 사옥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인생 3쿼터의 첫 작품, '검은 태양'을 함께 보냈다. "파워풀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제작진의 요청에 작품에 임했다는 유오성은 '검은 태양'을 운명적으로 다가온 작품이라 소개했다. 그는 "배우는 작가님과 연출자가 이용하는 공공재다. 배우가 출연할 때는 그 사회적 발언에 동의해서 출연하는 건데, 거기에 대한 일말의 선택이 없었다. 제 나름대로는 제가 나이를 먹어가며 사회생활을 해온 걸 보니 이제 3쿼터에 진입을 했더라. 나에게 운명적으로 3쿼터의 첫 번째 드라마로 괜찮겠다 싶었고, 전혀 알지도 못한 사람이 나와 작업을 하고 싶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었다. 내 역할의 이미지는 고려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유오성이 "영화로 찍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했을 정도로 촘촘한 스토리를 자랑했던 '검은 태양'은 실제로 시청자들에게도 영화 같다는 호평을 받으며 종영했다. 남궁민과 유오성이 대립하는 장면만으로도 화면의 에너지가 만들어졌고, 김지은과의 부녀 호흡에서도 의외의 감동을 선사했다. 유오성은 "저는 '이거 아둔한 사람은 못 보겠는데?' 싶었다. 씨줄날줄이 얽힌 게 많아서 보다가 못 알아들을 거 같은, 그런 치열하고 치밀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금 더 생기가 돌았다"고 드라마를 평했다.

그동안 영화 '친구', '주유소 습격사건' 등으로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왔던 유오성은 '검은 태양'에서도 백모사를 연기하며 코리안 조커, 다크나이트라는 호평을 받기도. 이렇듯 악역 이미지가 굳어지는 점에서의 부담감이 있을 수 있지만, 유오성은 오히려 "'주유소 습격사건' 할 때는 '단순무식하다'고 하고, '친구'는 '살벌하다'고 하고, '챔피언'은 '순박하다'고 하지 않나"며 "빌런을 계속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냐고 하시는데,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싶다. 사람이라는 것이 쪼개보면 두 쪽이다. 남자가 있으면 여자가 있듯이 제가 빌런을 한다고 하면, 반대로 보면 그만큼의 순수하고 여린 면도 갖고 있는 거다. 연기를 할 때 힘을 주고 그런 게 아니라 반대로 가는 것"이라는 다른 시각을 내놨다.

극중 대립했던 남궁민과의 에너지 발산은 당연했고, 신인 배우인 김지은과의 연기도 만족스러웠다. 유오성은 "김지은이라는 친구가 연기를 잘한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대사를 나누는 횟수가 좀 있어야 케미나 그런 게 사는데, 실제로 그 친구와 대사를 하는 신은 딱 한 신이다. 7회 엔딩에서폭탄이 터질 때도 제이와 백모사가 대화를 나누는 게 없다. 마지막에 저에게 와서 '아빠'라고 하는데, 그것도 많지 않다. 그런데 이 친구가 연기를 잘하는 친구라고 생각했던 것이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는데 현장에서 '아빠'하면서 달려오고 눈물을 흘리고 오열하는데 이 친구가 아버지에 대해 쏟아내는 걸 보며 '이 친구 연기 잘하는구나'했었다. 감정신을 찍고 드론으로 훑는 장면에서도 저는 누워있고 지은이는 오열을 하는데 '너 참 연기 잘한다. 좋은 배우 되겠다'했었다"고 말했다.

김지은뿐만 아니라 신인 배우, 보조 출연자들에 대한 애정도 높았다. 1992년 연기를 시작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작은 역할을 담당하는 배우들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럽게 쌓인 것. 유오성은 방송에 출연했던 것은 MBC가 처음이었다. '내일을 향해 쏴라'로 방송을 처음 했는데 현장에 가다 보면 역할이 작은 친구들은 현장에서 배려를 못 받는다. 같은 동료 배우 입장에서 보면 그런 과정이 있었으니 그냥 '밥먹으러 가자'고 말하고, 12회를 찍을 때 같이 출연한 친구들에게도 '죽으려면 잘 먹고 죽어야지'하면서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했었다. 밥을 먹이면서 '제삿밥이야 인마'라고 했었다. 격려라기 보다는 '다들 복이 한정돼있고, 네 복은 있으니 덜 돋보인다고 해서 상처받지 말라'고 해줬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오성은 1992년 데뷔한 이후 '친구' 등 굵직한 대작들을 남기며 30년차 배우가 됐다. 그는 "92년에 사회에 나와 내년이면 서른인데, 두 가지 화두를 갖고 있다. 하나는 범사에 감사하자, 그리고 '본립도생(本立道生)'이다 자신이 제대로 서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말"이라며 "캐스팅이 될 때에도 훌륭한 제작자라서가 아니라 자기의 어떤 존재로서의 근거를 찾을 수 있으니, 내 입장에서 보면 누군가 함께하고 싶다고 하는 부분이 감사하고 해야 하는 거다. 배우로서 공부 열심히 해서 잘 전달해야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 작품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소명의식을 가졌던 것도 유오성이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이유. 유오성은 "그런 말이 있다. 센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센놈이라고. 그 사람이 숙성되고 오래 간다고 하면, 제 일에 대한 소명의식이 갖춰질 거라고 생각한다. 감정을 전달하는 직업에 있는 사람 입장에서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정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숙성돼보면 죽을 때까지 인간은 공부를 하는 존재니, 제가 알아서 잘 해야한다는 생각이 있다. 그리고 한번은 영화 제작자가 '형 연기로 따지면 손가락에 꼽는 거 아냐'고 했는데, 저는 '내가 한번도 잘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냥 그 나이대에 맞게 최선을 다했을 뿐인 거다"라고 했다.

이어 "저는 이 바닥에 부채의식이 없다. 누구의 소개로 했던 것이 없어서 속된 말로 뻣뻣하다. '오디션 봐서 내가 했다'는 거다. 그 다음엔 단역부터 했었다. 연극을 하기 위해 영화 단역을 했던 건데 현장에서 단역을 하면 '이새끼 어디갔어'하면서 홀대받는다. 그때 제가 테러리스트로 단역을 하는데, 누가 다른 영화에 소개를 해준다더라. '나 이거 찍고 있다'고 하니 '시간 되니까 저거 찍어도 돼'라고 했다. 그래서 '나 이거 주인공야'라고 했었다. 그사람은 '네가 왜 주인공이냐'고 했지만, 똑같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거니 주인공 아니겠나"라는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유오성은 인생의 3쿼터를 지나고 있는 상황. 2쿼터를 배우라는 직업과 함께 시작해 벌써 3쿼터를 맞았다. '챔피언' 이후 영화 수익 등과 관련한 제작사와 송사를 거쳤고, 곽경택 감독과도 갈등을 겪으며 파란만장한 배우 생활을 거쳤다. 유오성은 "앞으로는 내가 좋았던 부분은 지켜내고, 부족했던 부분은 반복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인생이 짧은데 똑같은 실수와 반성을 할 상황은 없을 거다"고 다짐했다.

"연기 외적으로도 영화 흥행이 됐을 때 벌어졌던 송사문제도 있었다. 그때는 너무 괴로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오죽 돈 벌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싶은 거다. 여러 일이 있다 보니 '센놈이 오래 가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어릴 때 주인공을 할 때는 잘하기 위해 내거만 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은 나이가 차서 그 시기가 지났으니 매일 작품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 시간엔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과 이별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고 있는데, 한 커트든 열 커트든 작업하는 사람들과 추억을 만들어야지."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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