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 같으면 긴 연휴를 맞아 100억원 이상 투입된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극장가에 대거 등판해 박빙의 경쟁을 펼치며 명절 특수를 만끽하고 있을 시즌이지만 올해엔 상황이 사뭇 다르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결국 추석까지 이어지면서 극장가 기근도 계속되고 있는 것. 대규모 블록버스터는 올해 추석 극장가에서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꺼지지 않는 한국 영화의 불은 중·소 규모의 각양각색 장르 영화가 빈자리를 채우며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 추석 극장가 포문을 열 미들급 영화는 29일 개봉한 범죄 수사 영화 '국제수사'(김봉한 감독, 영화사 장춘 제작)다. 난생처음 떠난 해외여행에서 글로벌 범죄에 휘말린 촌구석 형사의 현지 수사극을 그린 작품으로 곽도원, 김대명, 김희원, 김상호 등이 출연하고 '보통사람' '히어로'의 김봉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국제수사'는 지난 4월부터 개봉을 준비했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악화되면서 여름으로, 또 여름 개봉을 코앞에 두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가을 개봉 연기하는 등 계속된 연기 끝에 겨우 추석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된 비운의 작품. 어렵게 개봉하는 '국제수사'가 동네급 형사의 국제급 수사라는 코미디와 범죄물의 결합으로 추석 극장가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코미디와 범죄, 코미디와 스릴러의 결합에 이어 따듯한 가족 영화도 추석 극장에 간판을 내걸었다. 휴먼 영화 '담보'(강대규 감독, JK필름 제작) 역시 추석 연휴를 앞둔 29일 개봉했다. 인정사정없는 사채업자와 그의 후배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아이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담보'는 일단 '믿고 보는 배우' 성동일, 하지원, 김희원과 '대세 아역' 박소이 등 출연진이 제법 쟁쟁하다. '하모니'의 강대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휴먼 장르의 히트 메이커 JK필름이 제작에 나서 흥행 기대를 모으는 중. 다른 장르에 비해 관객층의 폭이 넓은 '담보'. '명절에는 따뜻한 휴먼 코미디 영화'라는 불문율 공식을 '담보'가 이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