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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박봄만 화제→잊혀진 영화와 배우들"…대종상, 존재감의 주객전도(종합)

이승미 기자

입력 2020-06-0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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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봄만 화제→잊혀진 영화와 배우들"…대종상, 존재감의 주객전도(종합)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기억에 남고 화제가 된 건 축하무대에 선 박봄 뿐이다. 대종상 영화제가 주객전도 된 존재감으로 막을 내렸다.



3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시어터홀에서 진행된 제56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축하무대를 꾸민 박봄이 시상식 다음날 까지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오렌지 컬러의 체크무늬 재킷과 짧은 원피스를 입고 포토월에 선 박봄은 평소 보다 살이 오른 모습과 달라진 외모로 시상식 전부터 시상식에 참석한 어느 배우들보다 눈길을 끌었고 오랜만에 무대인 축하공연에서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시선을 잡았다.영화상 등 시상식에서 축하무대가 화제를 모으는 건 주최 측의 입장에서도 반길 일이다. 축하무대로 시상식에 대한 몰입을 높여주며 시상식이 끝난 이후에도 시상식과 수상자들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후보들의 이름을 재치 있게 언급하며 화제를 모았던 청룡영화상의 마마무 축하무대와 감동과 의미를 더해 배우들까지도 눈물짓게 했던 백상예술대상의 단역 배우들의 특별무대가 그랬다.

하지만 이번 대종상의 입장은 다르다. 시상식 다음 날에도 박봄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에 이름을 올리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주목을 받고 있는 게 오직 박봄 하나 일뿐, 대종상에 대한 수상결과와 여운은 이미 잊혀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계속된 파행, 이해하기 힘든 행사 진행, 이로 인한 영화인 보이콧으로 진행 자체에 어려움을 겪던 대종상은 몇 년 전부터 대중에게 이미지 쇄신과 공정한 수상 및 진행을 약속하고 개혁에 힘썼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행사의 졸속 진행으로 후보에 오른 배우들의 불참률이 높은 대종상은 올해도 마찬가지였다.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전 세계를 휩쓴 대표적 한국 영화 '기생충'은 11개 부문 최다노미네이트 되고 5개 부문 최다 수상의 영광을 안았지만 '기생충'의 얼굴, 그 자체인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남우주연상에 오른 송강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박명훈 등 후보 배우들이 불참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이정은과 제작사 바른손이엔에이의 곽신애 대표, 각본을 쓴 한진원 작가만이 참석했다.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주연상 후보들도 빈자리뿐이었다. '백두산'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병헌을 제외하고는 후보 배우들이 모두 불참했다. 심지어 여우주연상 후보는 수상자인 정유미('82년생 김지영')를 포함한 전원 불참했다. '극한직업'으로 남우조연상 수상한 진선규 역시 불참했다.

후보들의 참석률이 저조하다 보니 배우들이 참석한 원형 테이블이 화면에 잡힐 때 마다 썰렁한 분위기를 지울 수 없었다. 더욱이 이번 영화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무관중으로 진행돼 축제여야 할 시상식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영화와 배우, 시상식에 대한 모든 존재감은 사라지고 오로지 박봄 이슈만 남은 대종상 영화제. 국내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대종상 영화제의 희미해진 존재감과 반쪽짜리 개최가 아쉬움을 남긴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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