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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위 이재홍 위원장, "생태계를 위한 큰 그림 그려 나가겠다"

남정석 기자

입력 2020-05-24 17:07

수정 2020-05-25 17:42

게임위 이재홍 위원장, "생태계를 위한 큰 그림 그려 나가겠다"
이재홍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사진제공=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산업 생태계의 큰 그림을 그려 나가야 한다."



글로벌 게임산업은 코로나19 시대에 분명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비대면 일상화와 재택 근무, 온라인 학업 등 생활방식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고 있는 가운데 가정 내 실내 활동이 늘어나면서 온라인으로 이어진 게임은 다른 사람과의 연대를 지속적으로 확인시켜주는 대표적인 놀이문화이자 콘텐츠가 되고 있다. 다운로드와 매출액 증가라는 산업적 가치는 물론이고, 사회적 문화적 가치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도 게임에 대한 이런 가치 부여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WHO(세계보건기구)가 게임 과몰입을 장애로 분류하며 중독 물질과 같은 범주로 취급하는 의료계의 시각과 더불어 여전히 게임 이용이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학부모들의 부정적 시각은 쉽게 사라지기 힘들다. 현재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지 않는다면 얼마든 게임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시도는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 서울 사무소에서 만난 이재홍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미스터트롯'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의 노년층들에게 트로트가 전쟁 이후의 삭막한 사회에서 큰 위로가 됐다는 것을 새삼 다시 알게 됐고, IMF 위기 시절 박찬호 박세리의 선전을 봤던 현재의 중년층에겐 스포츠가 그 역할을 했다"며 "문화는 개개인에게 기쁨도 되고 위안도 되며 자부심도 주는 존재다. 코로나19 시대에는 거의 전 연령층에 게임이 큰 위로와 연대감을 줬다. 늘 우리 곁에 있는 게임이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삶 속에 파고든 생활이라는 것을 다시 보여준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이런 긍정적 인식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선 정부나 산업계에서도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게임위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서강대와 숭실대에서 후학을 지도했던 이 위원장은 한국게임학회를 4년간 이끌며 산업계와 학계의 연결고리를 연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어 지난 2018년 8월 게임위 위원장을 맡아 본격적으로 정책을 시행하면서, 산업계의 현실을 직접 목도하고 있다. 3년의 임기 가운데 절반을 보낸 후 지난 4월 이 위원장은 게임위에서 정책연구소를 본격 출범시켰다.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과 아케이드게임의 등급분류를 담당하고, 게임 이용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사후관리라는 게임위 본연의 업무에다 정책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정작 업계에 나와보니 급변하는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고 현재의 기업 운영에 급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임위는 공공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게임'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곳이다. 게임 생태계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데 반드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출범시키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그동안 게임위는 '규제' 기관으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진흥'에 대해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예산을 집행받아 업무 위탁을 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주로 담당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콘진원은 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 영역을 한꺼번에 담당하고 있어 업무 과중화에 의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콘진원으로 합병하기 이전에 존재했던 한국게임산업진흥원에 대한 부활의 필요성이 정부에서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여러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당장 진흥원 출범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게임위가 그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방향성 제시라고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게임위는 이미 등급분류나 사후관리에 대한 전문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게임 정책 수립을 위한 해당 전문 인력이 가장 많이 포진한 게임위가 이를 서포트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콘진원의 진흥 업무와는 또 다른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문화부가 현재 추진중인 '게임산업진흥법' 전면 개정안에 게임물관리위원회를 게임위원회로 변경하고, 이달 초 발표한 게임산업 종합 진흥계획에도 이런 내용을 담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이원장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5G,인공지능, VR-AR, 블록체인 등 다양한 기술의 융복합이라는 새로운 문법이 쓰여지고 있다. 또 게임사뿐 아니라 플랫폼과 장르의 양극화도 특히 국내에선 더욱 심해지고 있지만, 게임이 한국을 대표하는 미래산업이라는 믿음은 변함이 없다. 이처럼 기회와 위기의 순간이기에 더욱 대비를 잘 해야 하고 기초를 닦아놔야 한다. 정책과 교육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위에 와서 보니 국내에서 여러 규제와 한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해외 진출만을 타진하는 콘솔과 아케이드게임 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며 "해외 사례처럼 각종 규제를 풀고 대승적 업무 협조를 통해 조성된 종합 게임장은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어 게임을 문화로 인식시키기 가장 효과적이다. 또 삼성, LG처럼 세계적 IT기업이 TV와 결합된 하이엔드 콘솔기기를 만들면 MS나 소니와 얼마든 경쟁할 수 있다. 이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창작 능력이 동시에 훌륭하기에 국내에서 진흥만 제대로 해준다면 얼마든 한국 게임산업은 다시 부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게임 기획과 시나리오 전문가로서 이 위원장은 "MMORPG에 매몰된 IP(지식재산권)와 장르의 다양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글로벌 게임사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독창적인 자신만의 색깔과 스토리, 세계관을 담은 자신만의 IP를 만들어야 한다. 분명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위원장은 "청소년 보호와 사행화 방지는 여전히 핵심 업무다. 또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 좀 더 업계와 소통하고 친근감이 느껴지는 기관이 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업무와 내부 문제로 지친 직원들이 좀 더 보람을 느끼며 화목하게 일하게 하며 안정화를 이루는 것도 남은 임기에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며 웃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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