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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美서 톱★ 등극"…곽신애 대표가 밝힌 국가대표 '기생충'의 존재감

조지영 기자

입력 2020-02-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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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서 톱★ 등극"…곽신애 대표가 밝힌 국가대표 '기생충'의 존재감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오스카 레이스'를 위해 처음 미국에 갔을 때만 해도 문화적 주눅이 들었었는데 시간이 거듭되면서 그들이 우리 영화를 인정하고 좋아한다는 걸 진심으로 알게 됐죠."



한국 영화 최초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각본상,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감독상·국제영화상·각본상 수상 등 전 세계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174개의 트로피를 가져간 가족희비극 '기생충'(봉준호 감독, 바른손이앤에이 제작).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을 진두지휘한 곽신애(52) 바른손이앤에이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기생충'의 '오스카 레이스'에 대한 준비 과정과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기생충'을 제작한 곽신애 대표는 아시아 여성 제작자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꿰찬 제작자로 화제를 모았다. 곽신애 대표는 곽경택 감독의 친동생, 정지우 감독의 아내로 이미 업계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영화인. '충무로 스타패밀리'로 유명한 곽신애 대표는 1990년대 영화 전문 월간지 'KINO(키노)'의 기자로 활동, 이후 영화 홍보대행사 '바른생활' 대표, 영화제작사 청년필름 기획마케팅 실장, 영화제작사 엘 제이필름·신씨네 기획마케팅 이사를 거쳐 2010년부터 바른손 영화사업부 본부장으로 활동했고 이후 2013년 바른손필름을 이끄는 대표로 선임돼 '기생충'의 신화를 만들었다.

봉준호 가독과 아카데미의 역사를 만든 일등 공신이 된 곽신애 대표는 낯설었던 '오스카 레이스'에 대해 "'오스카 레이스'를 위해 처음 미국에 갔을 때 문화적 주눅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거듭되면서 그들이 우리 영화를 인정하고 좋아한다는 걸 진심으로 알게 됐다. 일종의 우정이 쌓였다고 할 수 있다. 굳이 친하지 않더라도 같은 걸 좋아하면서 공감대를 쌓지 않나? 그런 기분이었다. 영화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이곳에도 많이 있구나 싶었다. 동질감을 느꼈고 대단한 것도 있었다"며 "우리의 도전은 아카데미 모든 역사를 뒤집는 것인데 처음에는 '어떻게 하루아침 바뀌겠나?' 싶었다. 그런데 막상 겪은 미국 사람들의 반응은 우리 영화가 1등이었다. '기생충'만 언급되면 눈을 번쩍 뜨더라. 물론 아카데미가 보수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각 개인의 투표로 수상작이 탄생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우리가 만난 사람들보다 더 보수적인 분들도 많고 영어 영화가 아닌 비영어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는 걸 알았다. 그럼에도 내 안에는 우리가 아카데미에서 큰 상을 받는다면 이건 역사가 쓰이는 것이고 그것이 비단 우리만 좋은 것이 아니라 아시아라던가 넓게는 비영어 영화들, 제3국의 영화들에게 굉장히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았다. 의미 있는 자극이 될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아카데미 최초 작품상을 받았고 다시 한번 미국의 영화인들이 용기 있다고 생각했다. 변화에 대해 두려울 수 있는데 그걸 선택했다는 것에 리스펙트하고 싶다. 경외심이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열린 아카데미 이후 축하 인사로 하루를 보냈던 곽신애 대표는 "아카데미 끝나고 일주일이 지났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직 정리가 잘 안 된다. 한 마디로 너무 이상한 일을 겪지 않았나? 우리 영화가 거기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만으로 신기한데 무려 4관왕이다. 시상식을 참관하면서 내가 올라가는 경우는 작품상이어야만 올라가는데 처음에는 '내가 올라갈 일이 있을까?' 했다. 그런데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는 순간 '우리가 작품상이다!'라고 생각했다. 아카데미를 준비하면서 느껴온 여러 가지와 봉준호 감독의 감독상이 일종의 신호처럼 느껴졌다. 나와 나란히 앉은 조여정과 한진원 작가에게 '우리 작품상인 것 같다'고 하니까 다들 '말도 안 돼'라며 놀랐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곽신애 대표는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당시 화제를 모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소감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앞서 이미경 부회장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때 '기생충' 팀과 함께 무대에 올라 곽신애 대표에 이어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이후 국내에서 이미경 부회장 소감에 대해 자격 논란이 일어나면서 잡음이 생겼다.

이에 곽신애 대표는 "수상 소감을 누가 할 것인지, 어떤 순서로 할 것인지는 상의한 일이다. 상의 하면서도 서로들 '우리 김칫국 마시는 거 아니냐?'며 웃기도 했다. 상의 끝에 만약 작품상으로 호명되면 내가 1순위, 봉준호 감독이 2순위, 이미경 부회장이 3순위 수상 소감을 하기로 우리끼리 정했다. 이러한 수상 소감 리스트는 나와 봉준호 감독 또 함께 자리한 '기생충' 팀의 동의 없이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며 "아카데미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나와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이 레이스를 같이 가는 사람들이지 않았나? 내가 현장의 스태프를 대표한다고 하면 이미경 부회장은 적어도 CJ를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또 이미경 부회장과는 예전에 'KINO' 잡지 기자로 있을 때부터 인연이 있었다. 그 당시 이미경 부회장이 멀티플렉스 CGV를 만들 때여서 그 기사를 썼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영화를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경 부회장은 같은 시기에 영화를 발전시키겠다고 꿈을 키운 사람이 아니냐? 혹여 이런 인연과 관련이 없다면 수상 소감이 탐탁지 않을 수 있지만 실제 내 스태프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국내에서 우리의 예상과 달리 너무 시끄러워져서 당황하긴 했다"고 머쓱 해했다.

또한 현재 전 세계 관심을 받고 있는 인도 영화 제작자의 표절 시비에 대해 조심스레 생각을 전했다. 인도 영화 '민사라 칸나'(99, KS 라비쿠마르 감독)의 프로듀서인 PL 테나판은 "'기생충'의 기본 플롯은 우리 영화의 중요 플롯을 따라간 것이다. 그들이 우리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훔쳐 갔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더 나아가 19일 인도 매체를 통해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 제작자 곽신애 대표에게 한국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법적 고지를 보냈음을 알렸다. 그는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 측은 오는 26일 이전까지 법적 고지에 응답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말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곽신애 대표는 "표절에 대해 그 어떤 것도 우리에게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부분이 없다. 전화 한 통 없다. 만약 받게 되면 내용을 보고 우리의 입장을 전하면 될 것 같다"며 "메일을 보냈다는 보도를 봤는데 실제로 나는 메일을 받은 게 없다. 혹시나 해서 직원들에게 메일 받은 게 있냐고 물었는데 나를 제외하고도 표절에 관련된 메일을 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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