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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역사적 사건" 청룡 심사위원 윤성은 평론가가 전한 '기생충' 美현지 반응과 평가

이승미 기자

입력 2020-02-1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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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건" 청룡 심사위원 윤성은 평론가가 전한 '기생충' 美현지 반…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기생충'의 성취는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역사적 사건이다."



한국을 넘어 세계 영화 역사를 뒤흔든 봉준호 감독과 그의 일곱 번째 장편 영화 '기생충'. 한국영화의 금단의 벽처럼 느껴졌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무려 4관왕을 차지하며 한국영화 101년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바로 그 순간, 미국 현지 반응은 어땠을까.

미국에서 '기생충'의 뜨거운 열기를 생생히 느낀 한국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청룡영화상의 심사위원인 윤성은 평론가는 스포츠조선에 "아카데미 시상식 전부터 미국 현지에서 '기생충'에 대한 반응은 체감을 그대로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공공장소에서 '기생충'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아주 쉽게 만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현지 관객들과 평론가 모두 '기생충'을 블랙코미디에서 스릴러까지 능수능란한 장르의 변주에 대해 놀라워 했다. 또한 미국 사회와 정확히 대응되는 영화 속 지상과 반지하, 지하의 계급구조가 미국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그러면서 윤 평론가는 "씁쓸한 현실을 통렬하게 다루면서도 시종일관 오락성을 잃지 않는 독특하고 신선한 작품이라는 특성이 미국과 한국 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전 세계 모든 관객들의 욕구와 맞아떨어졌다. '기생충' 만큼이나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웃기고, 긴장시키고 충격에 빠뜨리고, 감동까지 시키는, 거의 모든 영화적 경험을 하게 하는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기생충'의 세계적인 인기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기생충'의 미국내 인기가 더욱 놀라운 점은 이 인기가 작품에 한정되지 않는다데에 있다. 봉준호의 팬덤을 일컫는 #Bonghive(봉하이브)가 미국 SNS 인기 해시태그로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미국 잡지 배니티 페어는 "봉 감독 본인이 록스타급 반열에 있다"고 했을 정도다. 이는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레이스 내내 인터뷰 때마다 보여준 특유의 재치 있고 센스 넘치는 언변과 에티튜드 덕분이다. 윤 평론가는 "봉준호 감독은 어딜 가나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마치 할리우드 배우를 향한 환호만큼이나 열광적인 반응이었다. 무엇보다 봉 감독이 영화인들 사이에서의 인기가 높다는 게 눈길을 끌었다. 할리우드의 많은 관계자와 배우들이 봉준호 감독에게 존경과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며 "영화의 완성도와 인기가 자연스럽게 봉준호 감독의 명성과 인기까지 높여줬다"고 전했다.이러한 반응 때문에 현지 영화 관계자들은 '기생충'의 오스카 작품상 수상과 봉준호 감독의 감독상 수상이 '매우 예상 밖의 일'로 여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윤 평론가는 "당일에도 각본상과 국제영화상을 수상한 이후 감독상 수상도 당연히 이어져야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와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이 되긴 했지만 작품상 역시 충분히 받을 만 했고 이견이 없다는 반응 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상 수상 이후 봉 감독과 '기생충' 팀을 향한 축하가 쏟아졌고 축하만큼이나 할리우드 영화인들과 아카데미는 스스로 언어(자막)과 민족의 벽을 넘었다는 감동에 사로잡힌 분위기였다. 아카데미는 현명하게 '기생충'을 선택함으로써 이미지를 한 순간에 쇄신하고 영화상의 위신 또한 더욱 높였다"며 "이는 '기생충'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이야 말로 오스카의 92년 역사를 바꿔놓은 위대한 순간이다. 그 열기는 어느 용광로 보다 뜨거웠다"고 평가했다.마지막으로 윤 평론가는 "'기생충'의 이 같은 성취는 세계 영화사의 흐름을 바꿔놓을 만한 사건이다. 봉준호 감독의 수상은 세계 모든 비영어권 국가 영화인, 영화 팬들에게 희망을 줬다는 점에서도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양대학교 대학원 영화학 박사이자 영화평론가인 윤성은은 2011년 제31회 영평상 시상식 신인평론가상, 2015년 공연과 리뷰 PAF예술상 영화부문 비평상을 수상했다. '세 도시 이야기' '로맨스와 코미디가 만났을 때', '영상의 이해' 등을 집필했다. 2019년부터 청룡영화상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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