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SC초점]"스타 연예인 보다 펭수!"…2030은 왜 펭수에게 열광하는가

이승미 기자

입력 2019-12-10 10:38

수정 2019-12-10 14:56

more
"스타 연예인 보다 펭수!"…2030은 왜 펭수에게 열광하는가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남극 '펭'에 빼어날 '수(秀)', 남극에서 온 뛰어난 펭귄 펭수. 바야흐로 펭수의 전성시대다.



남극에서 온 열 살의 펭귄이자 EBS 연습생을 자처하는 2m10의 거대한 펭귄 펭수에 대한민국이 열광하고 있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에서 성인 23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 올해의 인물' 설문조사에서 방탄소년단, 송가인 등 쟁쟁한 스타들을 제치고 방송·연예 부문에서 1등을 차지한 것만 봐도 펭수의 인기를 실감할 있다.

EBS에서 기획됐지만 펭수는 지금 수많은 스타를 제치고 각종 방송사에서 섭외 1순위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제품과 종목을 막론하고 각종 브랜드들이 펭수에게 콜라보 러브콜을 보내고 있으며 광고 제의도 빗발치고 있다. 시상식의 시상자 섭외 제의도 잇따르고 있고 개봉을 앞둔 영화들도 펭수와 함께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위해 대기 번호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펭수와 관련된 굿즈가 쏟아지고 펭수가 표지가 된 잡지는 완판이 됐으며 카카오톡 메신저 펭수 이모티콘은 현대인들에게는 '필수템'이 됐다.특히나 2030 세대에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는 펭수는 사실 초등학생을 타깃으로 제작된 어린이 교육용 캐릭터다. 펭수의 시작도 어린이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인 '톡! 톡! 보니하니'의 10분짜리 코너에서부터였다. 하지만 지난 4월 개설한 유튜브 '자이언트 펭TV' 채널을 통해 약 10분 내외의 단독 콘텐츠를 선보이기 시작한 펭수는 뜬금없이 2030 네티즌들 사이에서 '범상치 않은 콘텐츠'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단숨에 '어른이'(어른+어린이)들의 스타로 자리 잡았다.

펭수가 2030세대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대리만족'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만 하는 펭수의 모습은 학업과 취업, 직장 생활 등에 시달리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자신이 소속된 EBS의 김명중 사장의 이름도 거침없이 내뱉는 펭수는 "EBS 김명중 대 MBC 최승호"라는 질문에는 "최승호가 누구냐"라고 거침없이 답변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외교부 대빵이 누구냐"고 당당히 물을 정도다. 또한 PD가 제시하는 노동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며 곧바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상대방의 직함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모두 '펭-하!'라고 인사한다. 대한민국 특유의 '꼰대문화'에 당당히 반기를 들고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하는 펭수의 모습에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셈이다.펭수가 특정성별을 설정하지 않고 '젠더리스'(Genderless)를 지향한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고 젠더갈등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까지 떠오른 현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별을 묻는 질문에 "그게 뭐가 중요하냐"라는 펭수의 대답은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 성별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질문이나 행동에 대한 답을 매번 거부하는 펭수는 콘텐츠에 따라 치마를 입기도 하고 수염을 붙이기도 하며 상황에 맞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이것이 펭수가 남, 녀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다.

'어른들의 뽀로로'라고 불리는 펭수가 최근 젊은이들의 가진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인 키덜트(키즈+어덜트)적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점도 눈 여겨볼만 하다. 다 큰 어른이 피규어나 인형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각종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굿즈를 사모으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풍경이 아니다. 귀여운 펭귄의 외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른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계속해서 생산하는 펭수는 키덜트의 마음을 빼앗을 수는 최적화된 캐릭터인 셈이다. 펭수뿐 아니라 기획 제작하는 모든 제작진이 펭수를 인형 탈을 쓴 인간이 아닌 펭수 그 자체로 대하는 것도 키덜트의 마음을 빼앗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펭수를 연기하는 인물에 대한 수많은 '썰'들이 존재하고 있긴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만든 '펭수 세계관'을 진지하게 고집하는 펭수는 마치 엘사 공주의 존재를 진짜라고 믿는 어린아이들 처럼, 어른들이 펭수 자체의 존재를 믿고 싶게 만들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