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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개연성·기준無"..박보영도 못 살린 '어비스'의 이상한 종영

문지연 기자

입력 2019-06-26 08:36

 "개연성·기준無"..박보영도 못 살린 '어비스'의 이상한 종영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이상했던' 드라마 '어비스'가 종영했다.



tvN 월화드라마 '어비스 : 영혼 소생 구슬'(문수연 극본, 유제원 연출, 이하 어비스)이 25일 16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어비스'는 영혼 소생 구슬 어비스를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흥행 보증 배우' 박보영과 유제원 PD가 만난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유제원 PD와 박보영은 이미 tvN '오! 나의 귀신님'으로 호흡을 맞추며 신드롬급 인기를 얻었던 터라 '믿음의 조합'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첫 방송 이후 '어비스'는 난해하고 이상한 드라마라는 별명만 붙은 채 시청자들에게서 점점 멀어졌다. 첫 방송 시청률이 3.9%(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전작보다 훨씬 높아진 시청률로 기대에 부응하는 듯 보였으나, 이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2%대 시청률을 유지했다. 시청률은 점차 떨어졌고, 2%대 중반에서 1%대에 가까운 수준까지 떨어져 충격을 안겼다.

'어비스'의 가장 큰 실수는 '기준을 만들지 않은 것'이었다. 영혼 소생 구슬 어비스를 이용해 죽은 사람을 살리는 대신, 영혼의 모습으로 되살린다는 점이 시청자들의 초반 관심을 이끌었지만, 결국 후반으로 갈수록 그런 기준들은 전부 무너져내렸다. 미녀였던 고세연(김사랑)이 평범한 여성인 고세연(박보영)으로 되살아나고, 또 추남으로 설정됐던 차민(안세하)이 미남 차민(안효섭)으로 되살아나는 모습들이 시선을 끌었고, 연쇄살인마 오영철(이성재)는 갑자기 노인의 모습으로 재동장하고, 미녀였던 장희진(한소희)의 얼굴이 달라진 것도 혼란스러웠다. 또 차민은 미남의 얼굴로 살아난 반면, 서지욱(권수현)의 얼굴은 그대로였던 점도 이상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더더욱 규칙 없는 '살리기'가 반복됐고 시청자들은 기준도 없는 '어비스'에 혹평을 보냈다.

이에 더해 마지막에 어비스가 사라지는 과정에서도 실소가 터져나왔다. 어비스가 소멸된 이유는 차민에게 어비스보다 더 소중한 것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는데, 이같은 기준은 16회 내내 등장한 바 없기 때문에 '졸속 마무리'라는 지적이 따라왔다. 결국 '어비스'는 16회 동안 죽고 살리고, 또 죽고 살리는 것만을 끊임없이 반복하다 마지막까지 극의 방향성을 제대로 찾지 못한 채 마무리가 됐다는 결론이다.

처음부터 개연성과 기준을 잡지 않았던 것은 대본의 문제였다. 이미 전개가 잘못 되어버리면, 현장에서 머리를 맞대고 고쳐나간다고 하더라도 극은 더더욱 방향을 잃을 뿐이다. 이 때문에 당황스러운 전개만 계속됐고 악인의 존재가 더 큰 악인의 존재로 인해 바뀌는 등 혼란만 가중됐다. 배우들은 최선을 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점차 무너지는 극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에너지를 잃지 않았던 박보영도 그랬고, 그를 보필한 안효섭도 그랬다. 이뿐만 아니라 한소희는 재발견이나 다름 없을 정도의 활약을 보여줬다. 이성재는 고생만 하다 극을 떠났고, 이시언과 권수현의 활약도 대단했다. 다만 '어비스'가 활약을 못했을 뿐이었다.

'어비스' 측은 해당 드라마를 '새로운 도전과 참신한 시도'로 포장해보려 했으나, 결국 이상하기만 했던 '어비스'는 조용히 종영했다. 7월 1일부터는 정치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가 방송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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