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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한국=난민 길잡이되길"…'작가' 정우성의 진심 #악플 #소통(종합)

김영록 기자

입력 2019-06-20 15:59

수정 2019-06-2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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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난민 길잡이되길"…'작가' 정우성의 진심 #악플 #소통(종합)
배우 정우성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서울국제도서전의 '난민, 새로운 이웃의 출현' 북토크에 참석했다. 정우성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2019.06.20/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정우성이 난민의 정의부터 자신에게 쏟아지는 악플각까지, 스스로를 둘러싼 난민 이슈에 대해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정우성은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해 '난민, 새로운 이웃의 출현'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이날 정우성은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을 기념해 에세이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을 출간했다. 프랭크 레무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가 축사를 전했고, 한석준 아나운서가 현장 사회를 맡았다.

'정우성이 만난 난민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네팔부터 남수단, 레바논, 이라크, 방글라데시, 지부티와 말레이시아 등을 다니며 정우성이 보고 느낀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정우성은 전세계 25명 뿐인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중 한명이다. 2015년 6월 정식으로 임명됐다. 세계적으로는 10번째, 아시아에서는 2번째다. 정우성은 2014년 11월 네팔을 시작으로 매년 해외 난민촌을 방문해왔다.

정우성은 올해 5월 방글라데시 로힝야 족의 난민촌을 약 2년만에 다시 다녀왔다. 정우성은 "로힝야 난민촌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난민촌이다. 역사는 20여년 됐다. 100만에 육박하는 인구가 34개 구역에 나뉘어 생활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기온은 40도 가량이며, 현지인들도 하루에 몇번씩 샤워를 할만큼 습도가 높은 곳이다.

로힝야족에 대해 정우성은 "지구상에서 가장 불행한 민족이다. 평생 미얀마 국민이라 믿고 살았는데, 정부가 그들을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난민은 전쟁이 끝나면 돌아간다는 희망으로 버티는 사람들인데, 로힝야족은 그 희망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할지, 누구와 함께 시작해야할지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정우성은 난민에 대해 "본인의 자의적 선택이 아닌 자국의 전쟁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아 가족과 본인의 안전을 위해 떠난 사람들"이라고 정의하며 "경제적 목적에서 자의로 타국을 찾는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난민은 제국주의와 냉전, 민중항쟁의 과정에서 발생한다. 대한민국이 겪었던 사회적 아픔과 같은 맥락"면서 "어려운 시대를 국민의 힘으로 이겨낸 우리는 그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정우성은 2017년 12월 JTBC '뉴스룸'에서 로힝야 난민에 대한 현실을 호소하는 등 여러 차례 소신 발언을 이어왔다. 이에 대한 한국 사회의 입장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특히 정우성과 한국 사회의 대립은 2018년 5월 제주도를 찾은 500여명의 예멘 난민으로 인해 크게 불거졌다. 당시 정우성은 유엔난민기구의 입장문을 자신의 SNS에 직접 게재하며 반대 여론에 맞선 바 있다.

정우성은 전국에 흩어져 체류중인 예멘 난민들의 근황에 대해 "지금까지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 그들 스스로도 보호국에서 잘못을 저지를 경우 공동체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다"면서 "대부분 임시로 인도적 체류를 하고 있다. 언어적 문제도 있고 1년마다 재허가를 받아야하는만큼 취업의 기회나 노동권 문제에 우려가 있다"고 운을 뗐다.

정우성은 '난민 수용'에 대해 "우리 세금으로 그들의 기초생활과 생계를 지원한다는 건 오해"라며 "체류 허가가 주어질 뿐, 자력으로 생활하게 된다. 물론 생계는 녹록치 않다. 잘못을 저지른다면 우리의 법과 제도 하에 제재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또 여론에 비해 난민기구 후원은 오히려 늘었다며 "자극적인 뉴스와 정보가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자신의 시각으로 이해하려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우성은 난민의 대변자 역할을 하면서 받게 된 악플들에 대해 "무섭진 않고, 놀라긴 했다. 왜 반대하는지, 어떤 관점에서 내게 그런 이야기를 전달하는지 알기 위하게 악플을 차분하게 읽어봤다"는 말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정우성은 "마음을 닫고 배타적으로, 작정하고 반대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걱정되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사실일까, 하고 순수하게 우려하시는 분들"이라며 "그분들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게 보다 성숙한 담론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방법이다. 더 차분해지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정우성은 현직 배우인 만큼 이미지 타격에 대한 걱정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정우성은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를 하면서 난민들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아픔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고 있다. 제가 보고 느끼고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공유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난민들 중 누군가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개개인의 일탈은 있을 수 있다. 그게 난민 전체의 성향으로 도식화되고 규정지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우성은 유엔난민기구의 탄생 과정에 대해서도 "한국전쟁 때 발생한 난민들을 보호하고, 주택과 교육, 의료 등의 문제를 돕다보니 난민기구가 탄생하게 된 것"이라며 "난민이 한국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준비해야하는 미래"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연 말미 정우성은 "친선대사 한지 5년 됐다. 그만하시죠 할때까지 할 생각이다. 아직 건강도 괜찮고, 1년에 한두번 캠프에 갈 여력도 있다"면서 "난민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이해해달라고 주장하거나 강요하려는 책이 아니다. 찬성도 반대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 간극을 줄이고 싶다"는 진심도 밝혔다. 책을 쓴 이유에 대해서도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듣고 나누고 싶었다. 그저 담담하게 전하고 싶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직업의 특성상 전에도 일상의 아름다움을 갈구해왔다. 하지만 난민들을 만나면서 정말 일상에서 내가 누리는 하나하나가 감사하지 않은 게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면서 "이제 다음 난민캠프 행선지를 고민해보겠다"며 웃었다.

정우성의 국제난민기구 친선대사로의 활동을 모은 책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은 도서전 종료 후 판매가 시작된다. 인세는 유엔난민기구에 전액 기부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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