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줌人] 노년·치매 전면에..'눈이 부시게', 김혜자 아니면 불가능 웰메이드극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너무 새로운 거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설???"

김혜자도 처음 해보는 연기였다. 치매 노인 연기를 이미 tvN '디어 마이 프렌즈'를 통해 보여줬던 바 있지만, 과거와 현재를 함께 살고 있는 70대 노인을 연기하는 것은 처음이란 얘기. 그 정도로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이남규 김수진 극본, 김성윤 연출)는 '노인'의 삶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드라마 중 '처음'에 해당하는 신선한 작품이었다.

'눈이 부시게'는 치매 노인을 12부작 전회 내내 다뤘지만, 전혀 다른 작법을 택하며 반전을 꾀했다. 25세 김혜자(김혜자/한지민)가 시간을 돌리는 시계 탓에 갑자기 70대 노인이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고, 극 후반부가 돼서야 사실은 김혜자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면에 드러내 충격을 안겨줬다. 이 때문에 25세의 김혜자가 스마트폰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아빠인 줄 알았던 대상(안내상)이 혜자를 어색하게 대했던 기억들이 퍼즐조각처럼 맞춰졌다. 모두 알츠하이머인 김혜자를 표현하기 위한 결과였다.

노인의 알츠하이머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김혜자도 이미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망상성 치매 증상을 가진 독거노인 조희자 역을 맡았던 바 있다. 그러나 극중 할머니들의 삶을 조명하는 소재 중 하나였을 뿐, 전면에 드러나진 않았던 것. '눈이 부시게'에서는 김혜자가 25세 시절 과거와 70대의 현재를 동시에 살아가는 모습을 전면에 담으며 노인의 치매에 대한 젊은이들의 이해를 도왔다. 치매 노인이 마치 '악'인 것처럼 이용됐던 과거 수많은 드라마와는 결이 달랐다. 노년을 맞이한 배우들, 그리고 현실의 노년들에게도 용기를 준 작품이다. 누군가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닌 온전한 자신으로 카메라 앞에 서고, 주체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인물들로 표현됐다.

과거와 현재를 같이 살고 있는 김혜자는, 연기 인생 58년을 맞이한 대 선배 배우 김혜자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김혜자는 드라마 시작 전 제작발표회에서 "이 드라마는 제가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 드라마다. 어떤 드라마와도 비슷하지 않다. 그래서 굉장히 설렌다. 상투적이지만 너무 설??? 너무 새로운 거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설???고 했다. 김혜자도 처음 해보는 연기였던 셈. '노년'을 맞은 배우 중 대표 주자로서 치매를 제대로 표현해냈다는 점에서 김혜자는 '눈이 부시게'에 의미를 더한 배우가 됐다.